[특별기고] 20대 대통령 슬로건의 조건

[특별기고] 20대 대통령 슬로건의 조건

  • 이희복
  • 승인 2022.02.0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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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금 후보들의 토론회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대선 캠페인의 막을 열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조사 지지율 등락과 이에따른 희비가 교차하면서 표심의 향배를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언론들은 일제히 경마식 보도를 이어가면서 지지자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있다. 다만 후보자의 정책이나 비전보다는 호감, 또는 정서적인 공감이 당락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여 역대 가장 모호한 선거로 흐르고 있다. “나를 위해”와 “국민이 키워낸”이 회자되고 있으나 광고와 토론 등 본격적인 선거 캠페인을 앞두고 후보자의 메시지, 또는 슬로건이 명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유권자에게 아직은 와 닿지 않는다. 쏟아지는 공약의 홍수 속에서 유권자는 자신에게 어떤 후보가 가장 유리한지를 계산한다. 이번 선거는 과거와 달리 유권자의 욕구가 가장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렇다 보니 지역의 대립에서 성별과 연령, 자산의 유무, 가구의 구성, 외모와 건강 문제 등 세분화를 넘어 파편화된 채 각종 이슈가 공약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본격적인 캠페인이 펼쳐지면서 슬로건이 전면에 나온다면 부동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선거에서 캠페인 슬로건은 “사람을 움직이는 수단으로 목표공중에게 반복적으로 호소함으로써 친밀감과 호의를 얻는 강력한 언어”다. 후보자라는 브랜드를 유권자라는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시킬 한마디, 슬로건에 관심을 가져보자. 일반적인 기업 슬로건의 사례로 1984년부터 지금까지 사용 중인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와 1988년 만들어진 나이키의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 있다. 두 사례에서 보듯이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는 슬로건이 만들어지고 이를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때 강력한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다만, 단기간에 승부를 내는 선거의 경우에는 브랜드 콘셉트, 즉 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만들어져 전달되어야 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슬로건을 써왔고 교육하며 연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확인한, 이른바 좋은 슬로건을 위한 “슬로건(SLOGAN) 전략”을 5가지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스토리(Story)를 담아야 한다. 급조된 선거용이 아닌 후보자의 삶이 담긴 진솔한 콘텐츠가 담긴 슬로건이 좋다. 예로는 1997년 15대 대선 김대중 후보의 “준비된 대통령”이 있었다. 둘째, 언어(Language)의 힘을 활용한다. 힘 있는 단어로 콘셉트를 차별화한다. 2012년 18대 대선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 있었다. 셋째, 독창성(Originality)이 있어야 한다. 남다른 주장으로 차별화가 확신한 슬로건이 힘이 있다. 1987년 13대 노태우 후보의 “보통사람”이 있었다. 넷째, 행동(Action)을 유도한다. 결국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고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해야한다. 1956년 3대 대선 신익희 후보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가 있었다. 다섯째, 새로움(Newness)으로 어필한다. 추상적인 단어가 판에 박힌 말보다는 처음 시도되는 슬로건이라면 설득력이 있다. 처음 영어 슬로건을 사용한 1987년 14대 대선 김종필 후보의 “아이러브 JP”가 있었다.

이제 한 달 뒤면 선택받을 후보와 슬로건이 궁금하다. 5월이면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새정부가 출범한다. 멋진 슬로건과 함께 임기를 시작할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 성공한 대통령 슬로건을 다음 학기 광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캠페인 사례로 소개했으면 한다. 한 줄에 불과한 슬로건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우리 국민은 더 좋은 슬로건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 슬로건을 만든 후보가 3월 9일 저녁 결정된다.

 


이희복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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