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도시브랜드 슬로건 유감

[특별기고] 도시브랜드 슬로건 유감

  • 이희복
  • 승인 2022.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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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치룬 후 여러 날이 지나면서 지방자치단체장 자리마다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며 새로운 지방정부를 준비하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새로운 정부와 호흡을 맞출 전국 243개의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장들이 펼쳐갈 새로운 4년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함께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다름 아닌 각 도시들의 브랜드 슬로건 이야기다. 가장 먼저 신문의 지면을 장식한 것은 서울시의 슬로건 “I.SEOUL.U”가 사라진다는 소식이다. 2015년 박원순 시장이 2002년부터 사용해온 “Hi Seoul”을 대신하면서 10월 28일 서울시민의 날에 처음 선보인 후 지금까지 7년여 자리를 지켜왔지만,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TF를 만들어 내년 초까지 바꿔 나가겠다고 한다. 시장이 바뀌었으니 바뀐 시장의 생각을 시정에 펼치는 것까지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등 국내외 다양한 공중에게 소통해온 슬로건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광고와 홍보를 하는 사람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다. 

모두가 잘 아는 나이키의 “Just Do It”이나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경우는 지난 1980년대에 시작한 슬로건을 4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바꾸지 않고 사용 중이다. 중간에 바꾸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하지만 고비마다 잘 견뎌서 지금의 세계적인 브랜드와 슬로건이 되지 않았을까? 슬로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방법이나 전문가의 자문도 중요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기왕에 만든 슬로건을 호떡 뒤집듯이 바꿔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전임자 지우기(AB, Anything But)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브랜드를 잘 이해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다양한 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기초자치단체, 강남구의 경우도 “Me Me We”를 당장 7월 1일부터 사용을 중지한다고 한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사례는 오랫동안 슬로건을 만들어왔고 지금은 대학에서 슬로건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또 얼마나 많은 도시들이 시군구가 서울시의 뒤를 이을지 걱정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들의 혈세가 얼마나 낭비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시장과 시의회가 같은 정당이라면 일사천리로 조례를 개정하면서 새로운 슬로건으로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새 옷이 항상 멋지고 화려해 보이지만 그 옷이 내게 잘 맞지 않는다면? 국가브랜드를 비롯한 도시브랜드, 각 지방자치단체이 슬로건은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브랜딩의 시작이다. 그 시작부터 졸속으로 조변석개 된다면 도시브랜드가 제대로 소통되기는 어렵다. 

앞서 필자는 좋은 도시브랜드 슬로건의 전략으로 단순함, 진정성, 홍보, 능력, 현명함, 지속성, 특성, 행복감, 상호존중 9가지(9 CITY 전략)를 제시한 바 있다(이희복, 2017, <도시브랜드 슬로건 전략> 한경사). 많은 조건 중에서 “지속성(TenaCITY)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오늘 만들고 내일 사라지는 슬로건은 비록 부족함이 있더라도 쉬 쓰이고 사라지는 1회용 슬로건이 되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제 전국 여기저기서 낯선 새로운 도시브랜드 슬로건과 만나게 될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슬로건보다 묵은 된장처럼 잊혀지지 않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슬로건과 만나고 싶다. 도시브랜드 캠페인 사례로 교과서처럼 인용되는 “아이러브 뉴욕(I♥NY)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사용되며 뉴욕시민은 물론 세계인에게 애용되고 있다.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 벗, 친구(親舊)”처럼 친근하면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까? 도시브랜드 슬로건의 유감이 이번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이희복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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