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담배와 자동차가 함께 거론될 때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담배와 자동차가 함께 거론될 때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2.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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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담배 광고는 수십 년 전에 금지되었다. 화석 연료 광고도 금지하자. Cigarette ads were banned decades ago. Let’s do the same for fossil fuels.

학문적인 엄밀함과 저널리즘의 대중성을 지향한다는 ‘The Conversation’이라는 온라인 잡지에 지난 5월 28일에 위와 같은 제목을 단 기사가 나왔다. 화석 연료를 대량 소비하도록 부추긴다는 자동차 회사들을 겨냥한 외침이었다.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오래전부터 자동차가 지목되며, 자동차 회사들이 쓰는 광고비가 전 세계적으로 400억 달러에 가깝게 달하니, 이런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특히 연료를 많이 쓰는 SUV가 주 품목으로 광고 전면에 주로 등장하면서 이런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그들의 주장에는 동조할 구석이 꽤 있는데, 아무리 광고가 금지된 품목의 대표가 담배라고 해도 담배 광고를 들어서 연결시키는 게 좀 어색했다. 그런데 비슷하게 담배 광고를 언급하는 제목을 단 기사를 다른 매체에서 또 만났다. 역시나 담배 광고처럼 자동차 광고, 그중에서도 SUV나 픽업트럭처럼 기름 먹는 하마류의 모델은 광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 담배라 괜찮다” ······ “괜찮은 담배는 없습니다”

건물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상사에게 조심스럽게 거기서 흡연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살짝 꺼낸다. 전자 담배를 들어 보이면서 괜찮다는 상사에게 “이름부터 담배인데 괜찮을 리가 있겠습니까’라고 딱 부러지게 대답한다. 이어서 냄새가 안 나니까 괜찮을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끊을 수 있다고 하며 장소를 바꾸어서 말하는 상사에게 연초 담배와 전자 담배를 함께 피우게 될 거라고 한다.-실제 이런 이들 많이 봤다.- 상사는 힘없이 정말 못 끊을 것 같다고 하는 순간에 위의 ‘괜찮은 담배는 없다’라는 태그라인이 나오는 금연 광고를 봤다.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위의 금연 광고를 보면서, 왜 지난달 말에 담배 광고를 끌고 들어와 자동차 중에서도 SUV 광고를 가지고 얘기를 하는 기사들이 그리 나왔는지 알아차렸다. 5월 31일이 바로 ‘세계 금연의 날’이었다. 금연의 날에 맞춰 담배 광고 이야기를 꺼내면서, 담배만큼 해악을 끼칠 화석 연료의 과다한 사용과 그를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자동차 광고를 가지고 온 것이다. 과다한 자동차 광고와 그로 인한 화석 연료 과용이 초래할 위험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담배를 가지고, 시기와 맥락도 맞춘 가벼운 반전을 곁들인 주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보다 훨씬 일찍 담배와 자동차를 묶어서 얘기한 인물이 있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건축가로 나치 독일을 피하여 미국으로 망명해서 활동한 빅터 그루엔(Victor Gruen)이 주인공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풍경 중의 하나로 꼽혔던 도시 교외에 세워진 대형 쇼핑몰의 설계자이자 건축업자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고립된 교외의 주민들에게 걷고, 앉아서 대화하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도시를 가져다준다는 개념으로 쇼핑몰을 건설했다. 마치 그의 고향인 빈과 유럽의 시장들과 같은 정경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인간적인 교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소비하는 장소일 따름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망가뜨린 주범으로 그는 자동차를 지목했다. 1973년에 낸 저서에서 그는 자동차의 악영향을 규탄하며 불쑥 담배를 기준으로 들면서 이렇게 외쳤다.

“왜 담배에만 위험 경고 표시가 있는가? 차에는 왜 없는가?”(Why danger labels only on cigarettes? Why not on cars?)

결국 그루엔은 그가 만든 쇼핑몰과 그들이 들어선 미국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는 그의 고향인 빈으로 돌아갔다. 거기서 그는 계속 자동차의 해악에 관한 글을 썼다. 담배를 함께 거론했거나, 광고의 문제도 함께 지적했는지는 모르겠다.

여담으로 1990년대 중반 소련 해체 후에 러시아에 순식간에 재산을 모은 것으로는 졸부이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거액을 손에 쥔 러시아 갑부들을 두고 나온 자동차와 담배가 함께 등장하는 농담이 있다.

어느 러시아 졸부가 벤츠 최고급을 산 후 일주일도 안 되어 새 벤츠를 사겠다고 딜러에게 왔단다. 무엇이 불만인지 조심스레 이유를 묻는 딜러에게 대답했다.

“재떨이가 꽉 찼어.”

 


※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인하대·한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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