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어 (2) Brewdog 브루독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어 (2) Brewdog 브루독

  • 김미리
  • 승인 2019.05.22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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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는 정말 많은 펍이 있다. 센트럴 중심은 물론 주거단지까지 잘 만들어진 펍이 있으니, 모든 거리에 존재할 정도이다. '맥주'하면 유럽에서 벨기에와 독일이 생각날지 모르나 펍이란 문화는 영국이 강하게 느껴졌다. 런던의 쇼디치랑 토트넘 코트 지역을 걷다 보면 유독 사람많고 시끌시끌한 펍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보통은 축구를 중계해주는 펍이 사람이 많은데, 여긴 축구 중계를 보여주지 않아도 사람이 북적했다.

창업자 James Watt & Martin Dickie

브랜드를 살펴보니 엄청난 팬을 몰고 다니는 맥주였다. 2007년 제임스 와트(James Watt)와 마틴 디키(Martin Dickie)에 의해 스코틀랜드에서 설립했다. 당시 창업자의 나이는 24세. 현재는 스코틀랜드 최대 규모의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되었다. 창업자의 특이한 기행도 유명했다. 도로에 탱크를 타고 다니거나, 난쟁이들과 작은 맥주잔을 만들어 달라고 시위를 하고, 독일 맥주와 도수 경쟁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일반적인(평범한) 에일 맥주가 기본이다. 약간의 과일맛이 나는 브루독 펑크IPA 가 대표적인 맥주다. 하지만 비아그라가 들어간 맥주를 만든다거나, 30도가 넘어가는 맥주를 만들더니, 갑자기 42도짜리 맥주까지 만들고, 이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술을 만든다고 욕을 먹자, 조롱하는 듯 1도짜리 맥주를 만들기도 했다.

영국의 가디언에서는 다음 문장을 통해 다른 브랜드는 "고객"을 가졌지만 브루독은 ""을 가졌다고 언급했다.

“ Other beers have customers, but BrewDog has fans.”

브루독은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했으며, 고객을 진정한 팬으로 만들었다. 처음 자금을 모을 때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했다. 2009년 크라우드펀딩으로 1329명(1억원)을 모았다고 한다. 추가자금을 모을 때도 크라우드펀딩으로 확장하고 매장을 만들었다. 현재 한국 성수동에 있는 어메이징 브루잉 코리아와 합작으로 이태원에도 브루독 펍을 오픈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이 없는 청년 창업가에게 매력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실제 해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쉽지 않다. 이렇게 성장할 만큼 매력적인 부분은 과연 무엇일까?

브루독의 클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주주가 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다음과 같다.

브루독이 운영중인 펍은 평생 5~10% 할인  / 브루독 온라인 쇼핑몰 평생 20% 할인 / 생일에 브루독 펍에서 원하는 사이즈 맥주 한잔 무료 /  한정판 맥주 출시하면 먼저 구매 기회 제공 /  오픈하는 매장은 정식 개장 전에 초대 / 1년에 한 번 열리는 주주총회 참석 가능 / 주주총회 일정은 맥주 파티 & 록밴드 공연 /  양조장에 주주 전용 호텔도 만든다. 주주를 위해 맥주 호텔을 오픈하고 여행상품도 만들었다. / 주주를 1년에 한 번 브루데이에 초대해 개발 중인 맥주를 시음하고 의견을 낸다. 의견을 적극 반영해 출시제품을 결정하는 것을 전통처럼 이어간다. [2011년, 프로토타입 챌린지(Prototype Challenge)를 통해 3~4가지 소량 생산 맥주를 온라인 판매 및 투표 후 가장 인기 맥주를 제품으로 출시] / 광고모델이 되어 주주 본인이 펀드 한 것을 자랑스럽게 알린다.

브루독 옥외광고 캠페인 - 주주가 직접 모델이 된다

실제로 런던의 길을 걷다 보면 위와 같은 옥외 광고 캠페인을 보게 된다. 실제 브루독에 펀딩한 주주들이 모델이 되는 광고다. 브루독은 개인이 홍보 대사처럼, 펍에 가서 브루독이 없으면 왜 없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 주주들 중에 펀딩가의 최고 금액 5만 파운드(약 7천만 원)를 투자한 사람에게는 집에서 생맥주를 즐기도록, 탭 3개가 딸린 미니 브루독 바를 만들어 주고 병맥주 보관 냉장고도 준다.

브루독에서 한 특이한 기행(?)들이 많았지만 다음은 영국 내에서 가장 큰 이슈를 만든 사건이었다. 독일 맥주회사와 도수높은 맥주 경쟁을 하면서 end of history(모든 걸 끝낸다는 의미)로 55도 맥주를 만들었다. 다람쥐(청설모?)로 박제한 디자인의 맥주병을 만든 것이다. 바로 아래 이미지처럼 말이다. 그런데 55도 맥주면 고량주보다 높지 않은가?   

출처 브루독 : 55도 맥주병 디자인 중 하나

브루독은 핵심제품 외에 한정생산 제품을 만들며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한다. 뛰어난 맥주도 만들어서 맥주덕후들 사이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으며, 가끔 뛰어난 한정판은 재생산 요청을 받기도 한다. 한정판 중 국내에 들어왔던 유일한 제품이 있는데, 바로 바이엔슈테판과 공동 제작한 인디아 페일 바이젠이다.  한국의 몇 군데 바에서만 팔렸다고 한다. 새로운 맥주를 자주 만들다 보니 신메뉴 구독 서비스(한 달에 11파운드 정도)도 하고 있다.

2009년에 첫 펀딩을 한 주주의 주식가치는 당시 230파운드(33만 원)에서 현재는 6360파운드(922만 원)가 되었다고 한다. 2,765% 수익률이다. 정말 놀랄만큼의 성장이다. 고객을 팬으로 만들고, 팬을 다시 주주로 만들어 최고의 주주 대접을 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광팬(Mania Fan) 주주가 많은 회사가 된 것이다.

한국에 브루독코리아가 들어와 있고 마트에서 구입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는 독특한 창업자의 기행이나 주주들에 대한 특별한 혜택은 소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맥주 브랜드로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 남았고, 재미있게 고객들을 광팬(?)으로 만들고, 팬 커뮤니티까지 만들어, 꾸준히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가진 것이 좋았다. 이런 류의 브랜드가 한국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정신과 이런 식의 관리와 운영을 하는 브랜드가 있었으면 좋겠다.

[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brunch.co.kr/@mirikimsbax/4

 

 

김미리 : 덴츠코리아에서 기획으로 9년 간 근무 / 영국유학 Creative Entrepreneurship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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