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里仁] 빛나는 지식을 소유한 아름다운 시절

[카페★里仁] 빛나는 지식을 소유한 아름다운 시절

  • 장성미 칼럼리스트
  • 승인 2019.09.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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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向晚意不適(향만의부적),저녁 무렵 마음이 어수선하여

驅車登古原(구거등고원)。수레를 몰아 낙유원에 올랐네.

夕陽無限好(석양무한호),석양은 그지없이 좋은데

只是近黃昏(지시근황혼)。어둠이 성큼 다가오고 있구나.

<登樂遊原(등낙유원)> / 李商隱(이상은)

하늘가에 서서히 노을이 깃들며 기우는 태양의 여운이 한없이 펼쳐지는 정경, 그 형용하기 쉽지 않은 무한한 황홀경의 빛! 세상을 향해 깔려오는 숨막힐듯한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감탄이 절로 나온다.

누군가는 저녁노을이 드리우는 시각을 ‘지혜의 시간’이라고 묘사하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인생의 시절을 대목대목 나누어 노년을 향해 가는 나이의 사람을 일컫기도 했다.

인생에서 ‘나이’가 주는 감회는 세대마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젊은 날에는 지지 않는 꽃 같은 시절이 영속(永續) 할 줄 알고 어떤 이는 담대하다 못해 무모하게 행하며 살기도 한다.

중년에 들어설 때 어떤 이는 생각이 겉늙어서 곧 삶이 마감되는 사람처럼 매사에 의욕을 내려놓고 안일(安逸) 만을 꾀하며 세월을 덧없이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의 계절마다 자기 삶의 영역에서 본인의 몫을 담당하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이렇게 살아가다 나이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인생에서 큰 변화의 분기점인 ‘정년(停年)’이 온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제도에 순응하며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조직의 문화였다. 하지만 수명(壽命)이 길어지고 급격하게 노령화(老齡化) 인구가 늘어나는 우리나라의 사회구조로 인하여 ‘정년의 연령’에 대한 논의와 각 조직에서 정해 놓은 정년 이후에 삶의 시간에 대하여 화두(話頭)로 삼는 세상이 되었다.

수명이 길어진 시대! 정년을 하고도 한참을 살아갈 사람들이 또 급변하는 사회의 물결 앞에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늘어난 수명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수년 내에 초고령화(超高齡化) 사회에 이른다.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OECD 평균보다 2년이나 길다고 한다.

우리가 요즘처럼 이렇게 긴 수명을 가지고 살았던 선진(先進)들의 삶의 모습을 보편 타당하게 보며 배울 노년기의 삶의 모범을 본적이 없다. 거기다 또 세상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들어섰기에 이 급변한 사회현상에 적응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사회의 일선에서 물러난 노년기의 삶에 들어선 대다수의 사람들은 늘어난 수명만큼 긴 세월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호기심과 염려와 번거로움 그리고 당황함…..... 있을 것이다.

‘아마두 함파테 바(Amadou Hampate Ba)’는 “아프리카에서 한 노인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노인의 존재 가치에 대하여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한 사람이 어느 분야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왔던지 노년이 되기까지의 삶에는 내외(內外)적으로 축적된 지식이 있다. 그래서 노년기의 삶이 그저 늙어가며 세상을 떠날 날만 기다리는 무기력한 존재로 시절을 보내는 노인이 아니라 박학다식함을 겸비한 존재자인 것이다.

현재 사회의 형태가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발맞추어 가기 버거울 정도의 초연결(超連結) 시대의 길목에 들어서며 노년세대가 문명의 이기(利器)를 활용하며 살아가기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형성되어 가는 현재의 문명의 추세를 ‘모른다’ ‘못한다’로 자꾸 회피하거나 덮어버리고 살아 갈수도 없다.

그러니 변화의 물결을 타고 생성된 새로운 기술、문물 앞에서 나이만을 탓하는 소극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모르는 것은 묻고 또 묻고, 생소한 것、익숙하지 않은 것은 반복하여 학습하는 그런 배움의 마음자세를 갖추고, 거기에 이미 노년에 이르기까지 얻은 빛나는 지식을 더하여 아직은 살아보지 않아서 알 수 없는 혹은 경험을 하지 못해서 알지 못하는 세대들에게 플러스가 되는 지혜를 일깨워 주는 존재가 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세상에서 흔히 칭하는 이름만 ‘어르신’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영역에 다양하고 다각적인 지식을 보태는 연륜(年輪)을 갖춘 ‘신세대 어른’의 역할을 하게 되어 미래세대의 세계가 더욱 풍요로워지는데 모범이 되는 한 삶이 되지 않을까!

 


장성미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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