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그 회사의 브랜딩 : 처음부터 잘난 브랜드는 없다

[Book] 그 회사의 브랜딩 : 처음부터 잘난 브랜드는 없다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2.01.20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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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은 지음 / 한국경제신문 출간 / 236쪽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언니 없이 하지마.” 이 홍보 문구는 많은 사람의 뇌리에 강남언니라는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지금은 미용·의료 관련 정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플랫폼이지만, 직원조차 강남언니라는 말을 밖으로 내보이기 꺼리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의 강남언니가 있기까지 어떤 우여곡절과 변화의 과정이 있었을까?

<그 회사의 브랜딩>은 투자사에서 일하던 당시 만난 창업가와의 일화부터 숱한 편견을 깨고 오늘날 강남언니의 이미지를 만들기까지, 저자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은 ‘브랜딩에 대한 해답’을 전한다. 현재 강남언니에서 커뮤니케이션 리더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관심을 두는 건 회사 그 자체다. 기업과 회사를 중심에 놓는 브랜딩 활동을 ‘기업 브랜딩’이라 하는데, 말 그대로 몇몇 제품이 아닌 기업의 전반을 폭넓게 다룬다. 조직문화부터 채용, 홍보, 위기 대응 등 여러 영역에 관여한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임직원, 잠재적 직원, 정부기관 등 고객군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하나의 목적 아래 이루어진다. 회사의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들려줌으로써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회사에 투자하고 싶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입사하거나 응원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조직의 맨얼굴을 솔직하면서 서툴지 않게 드러내는 브랜딩 방법

<그 회사의 브랜딩>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기업 브랜딩과 마케팅·홍보는 어떻게 다른지, 기업 브랜딩의 고객은 누구인지 그리고 저자가 현재 일하고 있는 강남언니의 브랜딩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강남언니는 이름 때문에 많은 오해를 샀고, 직원들조차 그 이름을 밖으로 드러내기 꺼려했었다고 한다. 저자는 입사하자마자 그 점이 가장 큰 문제임을 깨닫고, 작은 명함에서부터 사람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영역까지 강남언니를 대놓고 드러내기 시작했다. 생생하게 옮겨진 당시의 상황은 읽는 이에게 기업 브랜딩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2장과 3장은 보다 실무적 차원에서 기업 브랜딩을 실현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저자가 일하는 곳에 유명 유튜브 채널로부터 출연 제완이 왔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해당 유튜브 채널은 유명 연예인이 회사를 찾고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지만, 이내 아쉬움을 머금고 거절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대외비로 여기는 몇 가지 정보를 공개하는 게 조건이었기 때이다. 당장의 홍보 효과가 아쉽지만, 계속해서 지켜온 회사의 원칙을 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세부적인 부분은 조금 다를 수 있어도 이러한 상황은 어느 회사든 한번쯤 겪게 되는 일이다. 그리고 당장의 이익에 휘둘려, 원칙을 저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는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이 원칙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다시 새길 만한 이야기다

다음은 조직 내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내 뉴스레터를 시작한 얘기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조직원이 늘어나면, 이전에는 없던 문제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중 대표적인 게 소통 문제다. 그가 당시 일하던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그렇게 저자가 맡게 된 뉴스레터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팀 뉴스, 이달의 인터뷰 등의 섹션으로 구성된 뉴스레터는 서로를 좀 더 알아가게 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게 만들었다. 직원 간 소통이 좋아지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저자가 매일 직원들에게 전한 뉴스 클리핑도 마찬가지다. 그날의 주요 뉴스를 갈무리해서 전달하는 것으로, 정보 제공의 목적이 컸지만 그 이상의 의미도 있었다. 직원 사이에 공유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최근 조직문화가 중시되고, 조직문화 개선 방법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데 어쩌면 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지 모른다.

4장은 위기 대응 및 이슈 관리가 중심 내용이다. 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 관련 이슈 등 최근 중요하게 다뤄진 일을 예로 들며 위기 대응 과정에서 중요하게 챙겨야 할 점을 짚는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저자가 강연을 하면서 여러 차례 받은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Q&A가 실려 있다. 브랜딩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현재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조언을 참고해볼 만하다.

꾸밈 없이 솔직하게 풀어낸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회사의 구석구석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브랜딩이 꼭 크고 화려한 모습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브랜딩을 시작할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황조은

현 강남언니 커뮤니케이션 리더. 기업 브랜드 홍보, 조직문화 브랜딩, 대관(對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전에는 카카오벤처스, 스포카, 대우루컴즈에서 기업 홍보를 담당했다. 삼성전자 C랩, 서울대학교 창업지원단을 비롯해 다수의 스타트업 투자·지원기관에서 기업 브랜딩 강연과 스타트업 멘토링을 해왔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딩을 추구하되, 매일 마주치는 익숙하고 사소한 것에서 브랜딩 영감을 찾고자 했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각기 다른 색깔의 회사를 다니며 얻은 경험, 투자사에서 수백 명의 창업가를 만나며 배운 통찰을 브랜딩 관점에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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