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 : 조져진 세대의 두 번째 페르소나

[Book]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 : 조져진 세대의 두 번째 페르소나

  • 채성숙 기자
  • 승인 2022.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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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지음 / 도서출판 좁쌀한알 출간 /135*210 / 352면 / 16,000원

[ 매드타임스 채성숙 기자] MZ세대. 밀레니얼(Millennial)과 Z세대(Generation Z)를 합쳐서 이 시대 젊은이들을 규정하는 단어이다. ‘민지’라는 기괴한 변형에서 드러나듯 한국에서만 쓰이는 이 독특한 세대론이 과연 우리 시대의 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까? 세대론은 요즘 애들을 알고 싶은 어른들의 담론이다. 즉, 젊은이들이 스스로 만들지않았다.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과 상품을 팔려는 기업의 시선이나 바람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그 결과 기이할 정도로 유쾌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은, 경제적 현실을 배제한 문화 중심의 분석이 난무하게 되었다.

MZ세대론은 어두운 면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저임금 육체노동과 Z세대라는 단어는 섞여 쓰이지 않는다. 편향된 세대론은 ‘인싸’들의 행동양식만을 다룬다. 중산층 미만의 계급, 서울에 살지 않는 이들,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을 배제한다. 그러면서 세대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를 지워버린다. 여유로운 이들에게 쏟아지는 화려한 주목, 또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소비주체로서의 주목만 남게 된 것이다.

한 세대의 반대편에 대한 르포르타주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는 편향된 반쪽짜리 세대론에 반기를 들었다.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이며 문화와 소비 지향적인 세대론의 바깥에 있는 ‘조져진 Z세대’, ‘DeGeneration-Z’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들의 감정과 심리, 사고와 생각, 세계관에 관해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그들이 보는 세대, 젠더, 가족, 계급, 소비습관, 사랑, 연애, 꿈, 자존감, 열등감, 불안을 달래는 기제, 합리화하려는 심리, 쉬운 자기연민, 간신히 붙잡는 자기성찰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들의 삶에는 별로 멋지지 못한 구석도 많다. 하지만 이 또한 진실이다. 거칠게 말하고 속되게 생각하며, 노동현장에서는 신체나 정신 어딘가를 혹사당하고 있으며, 인터넷의 저수지로 달음질치거나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으로 뭉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 세대가 가진 유쾌함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저마다 제각각인 불행도 눈여겨보자. 웃음 다음에 페이소스가 비치는 DZ의 눈동자를 직시하자. 입꼬리 한쪽으로 해학하는 담담한 표정과 직면하자.

무엇인가를 해주려는 어른들의 의자와 바람과는 달리, MZ세대는 뭔가를 요구하거나 특별한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젊은 세대는 “애초에 아무것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아니며, 앞으로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니 듣기만 해도 좋다. 이것이 스탠드업 코미디 같은 이 책의 미덕이다.

한 인물의 삶으로 재구성한 세대의 표상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칼럼이다. MZ세대가 직면한 환경과 구조를 저자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다. 세대론이 비추지 않는, 별로 밝지 못한 세대의 또 다른 단면, 조져진 Z세대를 들춰본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갖고 있고, 어떻게 느끼는가에 대해서 말한다.

2부는 본격적인 르포르타주다. 한 인물의 일생을 통해 한 세대를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언더독의 자의식을 가지고 있고, 어린 날에 곡절이 있고, 게으르게 살지도 않았는데 이렇다 할 성취도 거두지 못하고, 어디에 섞여들기 어려워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지갑은 텅 비고, 평소에 넉넉한 편도 아니고, 휴대폰 요금보다 술값을 먼저 내고, 속으로는 누군가를 건방진 중산층이라며 빈정대는 걸 좋아하는 한 20대 중반 하층계급 남성이 바라본 자기 세대, 그리고 이 시대의 모습을 표현한다. 거대한 콤플렉스 덩어리인 그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세대 밑바닥의, 조금은 뒤틀린 시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이용규 @using_kyu

서울 개포주공2단지에서 4.6kg의 몸무게로 태어났다. 1996년 강남구청이 집계한 신생아 체중 1위였다고전해진다. 물론 이건 농담이다. 대학에서 연극과 정치학을 배웠다. 코난 오브라이언의 말처럼 이대로 고대 그리스에서 구직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미련하게도 배우와 코미디 작가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걸 가지고 최고가 되기보다는, 내가 믿고 좋아하는 것으로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정치문화웹진 이음〉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월간 프리킥〉과 〈에스콰이어 코리아〉에 외부필자로 기고한 바 있다. 지금껏 두 편의 연극과 한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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