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녹색·파란색 거품과 프라이버시(Privacy)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녹색·파란색 거품과 프라이버시(Privacy)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2.10.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그린 버블(green bubble)’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경제 경기나 주가(株價) 이야기를 하면서 ‘거품’이란 뜻으로 ‘bubble’을 쓰는데, 실제보다 부풀려진 가치를 말한다. 일본 경제를 얘기하며 1990년대 초에 ‘거품이 터졌다’고 할 때가 그런 경우다. 그 앞에 ‘그린(green)’은 보통 ‘녹색’ 그래서 ‘환경’과 연관하여 말할 때 많이 쓰인다. 환경을 보존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걸로 보이려 애를 쓰고, 그렇게 여론을 호도하는 걸 ‘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고 한다. ‘그린 버블’은 그렇게 그린 워싱을 하든지, 아니면 환경과 연관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가치가 ‘부동산 버블’이나 ‘일본의 경제 버블’처럼 너무 과대하게 평가되는 걸 일컫는다.

위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첨부한 옥외 광고에서는 ‘그린 버블’ 다음에 바로 ‘블루(blue) 버블’이 나왔다. 아이폰에 나오는 메시지 종류를 색상으로 나눈 것이다. 안드로이드폰에서 들어온 문자 메시지는 녹색 풍선 안에서 표시된다. 같은 아이폰 계열에서 오면 파란 풍선으로 나타낸다. 아이폰의 배타적인 습성이 나타나서 그런 것이라 얘기하는 이들도 있는데, 원래 그랬던 건 아니고, 아이폰끼리 쓰는 아이메시지(iMessage)가 나오면서 그렇게 구분이 되었다고 한다. 일종의 컬러마케팅 역할을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실제 애플에서는 ‘녹색으로 메시지가 표시되는 이들은 부러워할 것이다’라고 노골적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정말 그랬는지 녹색으로 문자 메시지가 오는 남자랑은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여성도 나왔다. 이런 구분을 없애라는 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위에 실린 왓츠앱(What’s App)에서 미국 뉴욕 맨해튼의 펜실배니아 역(Pennsylvania Station)에 건 광고판을 보면 그린과 블루 버블을 말한 후에 ‘프라이빗 버블(Private bubble)’이란 낯선 용어가 나온다. 그 아래 카피를 보니 좀 이해가 된다. 페이스북이 이름을 바꾼 메타가 왓츠앱을 광고하는 것임을 볼 때 의미가 명확해진다.

“기기에 상관없이 당신의 모든 문자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암호화하여 보호하세요.”

이 옥외 광고판은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10월 17일 그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더욱 크게 알려졌다. 저커버그의 포스팅 글 내용은 별반 다를 것 없다. 옥외 광고판의 내용을 부연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저커버그의 포스팅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난 1월부터 메타(이전의 페이스북)에서 진행해오고 있는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캠페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하긴 마크 저커버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천만 명을 넘고, 그가 포스팅하자 댓글만 4만 개가 훌쩍 넘게 달리니, 노출과 본 사람들의 참여 정도가 그냥 지나쳐 버리는 옥외 광고나 TV 광고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인플루언서의 위력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광고의 묘미나 반전의 측면에서 보면 1월의 TV 광고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편지나 소포를 받았는데, 모두 개봉이 되어 있으면 어떨까? 배달원에게 묻자, 한 술 더 떠서 배달원은 내용물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고, 내용물 속의 사진을 보면서 참견까지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보며 항의를 하자, 배달원의 반전의 반문이 나온다.

‘문자 메시지는 다른 이들이 볼 수 있게 전혀 암호화되지 않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왜 우편물만 가지고 신경을 쓰는가.’

디지털로 정보를 습득하고 주고받으면서 개인 비밀이 관건이 되어 얘기가 된 지는 오래되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디지털 세계에서의 사생활 보호는 심각성이 와닿지 않는다. 내 눈앞에서 벌어지지 않고, 피해 상황도 당장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걸 사람들이 평생 익숙했을 편지나 소포와 같은 아날로그 우편물로 어떤 경우인지 보여주니, 확실히 이해하기는 쉬웠을 것이다. 그걸 알리는 활동에서 저커버그의 SNS까지 기능해야 하는 게 디지털 시대의 전방위적 캠페인은 어때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저커버그의 포스팅 일주일 후에 실제 세계에서 왓츠앱의 반전이 일어났다. 건물에 불이 나지도 않았는데, 왓츠앱이 다운되어서 먹통이 되었다. 7만 명 이상이 불통 신고를 했다고 한다. 정보 암호화 등 보호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까 기본인 실제 소통 기능에는 소홀했나 보다.

 


※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인하대·한림대 겸임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