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축구와 함께 하는 버드와이저 선물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축구와 함께 하는 버드와이저 선물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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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와이저 코리아 인스타그램
버드와이저 코리아 인스타그램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터널’이라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반전 도구를 끄집어냈던 버드와이저가 경기장 내 맥주 금지라는 이 터널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보는 것도, 버드와이저에는 미안하지만, 이번 월드컵의 마케팅 분야에서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지난 칼럼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런데 지난번 칼럼을 송고할 때, 이미 버드와이저는 자신들의 터널을 빠져나올 방책을 발표한 상태였다. FIFA와 카타르 위원회의 느닷없는 월드컵 경기장 안에서의 맥주 음주 금지 조처에 버드와이저는 ‘이런, 이건 말이 안 되잖아(Well, it’s awkward)’란 트윗을 11월 18일에 날려, 터널에 갇힌 자신들의 모습과 심정을 드러냈다가 바로 삭제했다. 그러고는 다음 날인 11월 19일에 ‘새로운 날. 새로운 트윗. 우승팀에게 버드를 주겠어. 어느 팀이 가져갈까?’라고 창고에 쌓인 버드와이저 박스와 함께 트윗을 올렸다.

버드와이저는 아마 과거에 맥주를 증정하면서 박수를 받은 이벤트를 떠올렸을 것이다. 2020년 12월 23일 메시는 FC바르셀로나 구단 소속으로 644번째 골을 넣었다. 펠레가 한 구단에서 달성했던 633골을 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버드와이저는 특별 한정판 맥주 644박스를 만들어, 번호를 매긴 후에 그 골을 먹은 골키퍼들에게 배송했다. 공교롭게도 12월 25일을 끼고 그 맥주들이 배달되어 골키퍼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셈이었다. 가장 많은 맥주를 받은 이는 브라질 출신의 지에구 아우베스였다. 라리가에 속한 팀에서 오래 활약하며 메시가 뛴 바르셀로나 구단과 대결한 덕분에 무려 21골을 허용했다. 당시 2020년 크리스마스에는 브라질의 플라멩구팀에서 뛰고 있었다고 하는데, 브라질까지 배송된 번호가 매겨진 한정품 맥주라는 깜짝 선물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자신의 노력과 경험이 보상받은 기분이었을까.

21세기 들어 거의 20년간 이탈리아 대표팀의 골문을 지켰던 잔 루이지 부폰은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하였기 때문에 메시와 구단 대 구단으로 경기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2017년 9월 챔피언스 리그 조별 경기에서 허용한 두 골로 514, 515가 새겨진 고작 두 병만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한 병은 테이블 위에 놓고, 한 병은 손에 쥔 채로 찍은 사진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담은 트윗을 올렸다.

‘맥주 고마워.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지난 세월 우리는 멋진 대결을 벌였지. 644골 기록 달성을 축하하네, 메시.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 업적이야. 건배!’

스페인 축구 리그인 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으로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슬로베니아 출신의 얀 오블라크도 부폰처럼 트위터로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라리가에서 바르셀로나와 맞대결을 펼칠 일이 많아 메시에게 총 10골을 허용하여 15번째로 많은 맥주를 선물 받은 그는 ‘골을 먹는 건 아쉽지만, 메시를 막으려 노력하며 골키퍼의 역량도 향상된다’라면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오블라크의 메시지에 메시도 화답했다.

“세계 최고 골키퍼인 오블라크를 상대로 골을 넣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그를 만나면 흥분된다.”

자칫 골을 넣으며 대기록을 세운 메시만이 조명되고, 골키퍼들은 기록의 제물이나 희생자 혹은 ‘바보들의 행진’과 같이 배경으로나 쓰이기 쉬웠다. 맥주를 선물로 증정하면서 골키퍼들까지 자연스럽게 부각되며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던 버드와이저의 반전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산더미처럼 쌓인 엄청난 양의 맥주를 받은 우승팀은 그 맥주를 어떻게 할지도 궁금하다. 현지에서 선수단이 서포터들과 함께 축하하며 마시는 게 보통 생각하는 장면인데,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에서 어떤 공간에서 그걸 허용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맥주 선물이 제대로 전달되고 축하의 순간을 빛나는 소도구가 되려면, 우승까지 남은 네 번의 대결만큼이나 힘겨운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런 고난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일어나고 해야 반전의 결과도 맥주만큼이나 시원해질 수 있다. 그나저나 맥주 선물까지 걸려 있는 우승은 어느 팀이 할까. 16강 진출 10% 안팎의 확률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한 대한민국도 가능성이 있다. 축구공은 둥글고, 맥주는 누구에게나 시원하다.

버드와이저 트위터
버드와이저 트위터

 


※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인하대·한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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