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광고인이다] 자부하며 꿈을 꾸자

[이것이 광고인이다] 자부하며 꿈을 꾸자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2.10.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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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rew Beamer on Unsplash
Photo by Drew Beamer on Unsplash

‘인간 세상의 근본 원리 및 진리의 발견과 깨달음이라는 인문학 본연의 목적을 광고쟁이로 있으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그 밑바탕을 만들어준 동양사학을 대학 전공으로 선택한 것이 생애의 가장 잘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불가능한 일을 하자’

소위 광고쟁이 생활이 10년 정도 되면서 낸 졸저 앞에 실리는 저자 소개에 위와 같은 문장을 실었다. 사실 학부 시절부터 광고쟁이 10년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양쪽 모두에 아무런 자부심도 없었다. 

그저 밀리듯이 대학에서나 광고회사에서나 부과되는 과제를 헉헉대며 쳐내면서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중간에 경영학과 대학원을 마쳤으나 경영학은 역사학과 비교하여 한없이 가벼웠고, 역사학은 현실과는 너무나 떨어져 있었다. 

경영학과 역사학이라는, 내가 어설프게 갖춘 두 돛은 광고주의 말 한 마디에 서로 방향을 달리하며 우왕좌왕 작태를 연출하는 소도구가 될 뿐이었다. 배는 제자리에서 빙빙 돌고, 언제 파도를 맞고 전복되어도 할 말이 없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나아갈 방향을 광의의 브랜드로 정립하며 실행하려 이리저리 애를 썼으나 혼란만 가중될 뿐이었다. 광고주 기업을 근본부터 바꾸는 브랜드 전략을 광고회사의 낮은 직급으로 끌고 나간다는 건 광고주까지 가기도 전에 회사 내에서 계속 벽에 부딪혔다. 와중에 신입 대리들을 위해 브랜드 강의를 맡았다. 

그들에게 후다닥 이론 몇 가지 얘기를 하고는, 브랜드란 게 수업시간을 배정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학의 푸념만 늘어놓고 달아나듯이 강의장을 나왔다. 쫓기듯 몸을 욱여 넣고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체 게바라(Che Guevara)의 말이 생각났다. ‘현실적이면서도 불가능한 일을 하자(Seamos realistas y hagamos lo imposible).’ 한국어로는 보통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라고 약간 더 수식을 가한 문구로 알려져 있다. 

아기걸음이라도 발을 떼면 결국 열 걸음, 백 걸음이 된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밤이 지나면 바로 세상이 바뀌리란 꿈을 꾸며 일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광고주가 반 발만 앞으로 내딛도록 하기 위해 열 발 나아가는 계획을 세우리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아기걸음(Baby Step)이라도 발을 떼면 결국은 열 걸음, 백 걸음이 된다. 실제로 열 걸음의 계획으로 겨우 반 발 내딛은 걸음이 앞서 있던 경쟁자들을 모두 따돌리는 바람을 일으켰고, 그 광고주가 업종을 넘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걸 함께 했다. 

학문들마다 출발점과 다루는 소재가 다르지만 그 마지막은 만난다고 본다. 운 좋게 광고회사 생활을 하면서 국내외의 마케팅과 브랜드의 석학이라고 하는 이들과 개인적인 교류를 꽤 가졌다. 

경제학·공학·기업전략·미학 등 최초의 전공은 다르고, 이름을 날린 서적의 초점도 제각기였지만 그들 대부분의 관심은 사회를 거쳐서 인간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닻줄을 걸고 부두를 나서는 선원의 자부심은 광고인만의 몫

마케팅과 브랜드 부문에서 최고의 성가를 일군 이들이 다른 한편에서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하며, 몇몇 부분에서 기적 같은 성장 항해를 함께한 나를 부러워한다. 자신들은 기껏해야 관찰자에, 그래서 훈수꾼에 불과하다고 한다. 

거친 파도와 작렬하는 햇빛을 광고주들과 함께, 또는 때로 먼저 받으며 헤친 내음이 광고인에게서 난다고 한다. 그들의 부러운 시선일랑 광고주에게 비추도록 하며 닻줄을 걸고 부두를 나서는 노련한 선원의 자부심은 광고인만이 가질 수 있는 몫이다.

첫머리의 말을 졸저에 싣고, 이런 말도 조용히 화려한 조명을 광고주에게 돌리고 나오는 선원의 표정으로 얹었다. 광고인이 되기로 한 결정으로 내 인생의 자부심이 마침내 꽃을 피웠노라고.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 대표, 인하대·한림대 겸임교수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The Ad>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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