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도 재미없는데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광고도 재미없는데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 김경석
  • 승인 2022.10.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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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의 전문영역이 기술 대중화로 파괴됐다. 우리 부엌을 광고주에게 내어주고 있는 요즘이다. 광고주의 선을 넘는 요구를 그대로 전하는 AE의 입을 꿰매고 싶을 때, 문뜩 내 안의 시계가 울렸다. ‘꾸웩~’ “광고도 재미없는데,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저녁 회식이 없어서 점심에 진심인 곳. 우리 회사다. 대표님도 상무님도 맥주 한 잔이 고작이다. 

회식과 술의 상관관계를 따지자면 복 받은 문화가 정착한 셈. 술기운에 미각을 조종당하지 않으니 자극적인 안주나 반찬 따위에 속지 않는다. 

특히 염도까지 완벽하게 조절한 사내 짬밥을 장기 섭취, 순수한 혀를 자랑하는 필자의 추천을 한번 믿어 보시라. 우리 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예민하다. 타고난 촉이 있어야 식판 유지가 가능하니까.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그렇다. 꾸역꾸역 생존을 위해 먹을 때가 잦지만, 나는 이 직군에 몸담은 이들의 미각을 신뢰한다. 

 

양재동 특선 : 당신의 혀를 바다처럼 안아줄 참치집

양재동 이미지는 미식보다는 꽃이다. 현기차다, 박람회다, 양재천+시민의 숲이다… 겨우 찾자면 영동족발 정도? 아는 맛인데 유명하다. 그저 신기하다. 필자는 육고기보다는 바다 쪽이다. 우리 팀 디자이너가 저절로 ‘그놈의 회!’라 외칠 정도다. 어쩔 수 없다. 참치집으로 따라오라. 사실 참치는 점심 특선을 먹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왕이면 새치류는 거르고 찐 참치만 주는 곳을 찾아야 한다. 

바로 이곳! 양재역 L타워 B1에 있는 D땡 참치. 이 집과의 인연은 벌써 26년이다.2012년 겨울. D땡 참치 사장을 양재역 약국에서 만났다. “김경석 수뱅님!” 그렇다. 난 해군 394기다. 신사장은 397기. 그런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제 이름 까먹었죠?” '예리한 놈…' “놀러 오세요. 수뱅님~” 그 말과 함께 직원이 손을 다쳤다며 약을 들고 뛰어나갔다. 군에서 그는 일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무엇보다 정직했고, 요령도 피울 줄 몰랐다. 그 삶의 궤적이 어디 가겠는가. 몇 년 전부터 직접 회칼을 잡는다. 

이 친구 회는 두툼하다. 얇게 썰어 넓게 펼 수 있건만 그 두께감을 고집한다. 오래 씹는 게 자연스럽다. 반찬류도 정갈하다. 식사 말미에 나오는 알밥과 매운탕도 밥을 먹어야 먹은 것 같다는 한국인에게 딱이다. 처음 온 손님은 귀신처럼 알아보고 특수부위를 얹어준다. 부족하다면 필자의 이름을 팔아도 좋겠다. D땡 참치엔 보통 혼자 가는 편이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나 잘 됐을 때 치유하고 자축한다. 우릴 대로 우려먹은 군대 이야기를 버무린 느슨한 관계에 마음의 통증과 피로가 풀린다. 

처음엔 혼자 가볼 것을 권한다. 신사장 앞에서 독상을 받고 필자를 아는 척 특수부위 서비스도 받아보시라. 두툼한 찐 참치가 육고기에 지친 당신의 혀를 바다처럼 안아줄 것이다. 맛있게 드셨다면, 유니기획 김모 CD의 아름다운 군 생활 덕임을 잊지 말자. 주차는 엘타워를 지나 우측에 있다. 계산 시 주차권을 준다. 일행이 있다면 미리 예약하시라. 

인원에 따라 방을 잡아준다. 소근소근 내밀한 이야기도 가능하다. 

 

포이동 특선 : 해장 대마왕 대구집

이번엔 꽐라를 인간 만드는, 그러나 자칫 해장술에 더 취할 수 있는 포이동 대구요리전문점 ‘M가’다. 워낙 유명한 집이지만, 서식지가 강남읍?(양재촌 기준)인 광고꾼들도 잘 모르시더라. 그렇다. M가는 해장 대마왕 대구 맛집이다.

“음, 여긴 부산 해운대 맛이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지인의 일성이다. 막(바로, 대충)만든 것 같은 반찬도 그 누구든 두 번은 리필한다. 당신도 그렇게 될 거다.

이 집 미나리는 식재료를 가장한 약이다. 뭘 뿌리나 싶을 정도로 향이 싸~하다. 대구는 분명 거친 육식 어종인데, 부드러운 속살은 씹는 걸 잊게 한다. 하지만 꼭꼭 씹어 드시라. 대구 뼈는 크고 강력해서 목에 걸렸다고 밥 꿀꺽 삼키다가 숨이 꼴딱 넘어갈 수 있다. 또 하나 주의할 것은 술이다. ‘어~ 시원하다’를 연발하다 연거푸 소주 두 병 마시고 시민의 숲 정자에서 딥슬립에 빠질 수 있다(그런 사람 저 맞습니다~). 이 두 가지만 조심한다면 당신의 일상 복귀는 훨씬 빨라질 것이다. 

필자는 매운탕보다는 지리를 추천한다. 그리고 위가 작다면 뽈 지리보단 대구지리를 드시라. 양이 적당하다. 아니 누구든 배부를 정도다. 물론 매운탕도 맛있다. 다만 매운 기운이 대구의 참 맛을 가릴까 싶어서 지리부터 드시기를 권한다. 주차장은 있는데 자리는 없다. 

늦어도 11시 40분까지 가거나 폭풍이 지나가는 12시 40분 이후를 노려라. 주차는 문 앞에 어떻게든 하고, 전번 남기고, 운에 맡기도록 하자. 

 


김경석 유니기획 CD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디애드>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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