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피셜, 광고인의 협업 : 카피라이터 입장에서

내피셜, 광고인의 협업 : 카피라이터 입장에서

  • 심의섭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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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광고’는 계속 나온다. 매년, 매월, 매일 나온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처럼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히트 광고’에서 국내외 광고제 수상작까지 많다. 히트 광고를 보면 열에 아홉은 말한다. 콕 찍어 누가 만들었는지, ‘저거 누가 만들었어?’라고 묻는다. 광고인조차 그렇다. 광고는 '누가' 아니라 '누구들'의 작품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묻는다. 이런 습관 덕분에 광고작품을 함께 만든 이들은 잊히고 단 한 명의 광고인만이 빛난다. 

광고는 혼자 만들 수 없다. 아예 불가능하다. 수많은 누구누구 광고인이 함께 만든다. 100%, 120% 협업을 통해 완성한다. 누구누구는 누구인가? 누구누구는 어떻게 함께 일을 하는가? 광고인의 협업은 방대하고, 글쓴이는 카피라이터다. 카피라이터 입장에서 협업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내피셜로 풀어보겠다. 

Photo by NordWood Them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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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AE)이 광고주에게 위의 일을 받아왔다. 

기획은 제작팀의 CD와 카피라이터(이하 카피), 아트에게 '방구 맛 젤리' 유튜브 영상광고 제작 의뢰 회의를 진행한다. 카피는 회의 중에 질문한다. 컬러, 실제 맛, 방구의 의미, 타깃 등등 제품의 완벽한 이해를 위해 모든 궁금한 점을 묻는다. 소비자가 궁금해할 점이 무엇인지 상상해서도 물어야 한다. 기획은 아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준다. 본인이 모른다면 제품의 궁금한 점을 광고주에게 물어서 카피에게 알려준다. 협업의 시작이다.

협업은 분업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기획이 할 일과 카피가 할 일을 나누어 서로 협조하며 함께 광고를 만든다. 혹자는 말한다. ‘카피가 광고주에게 직접 물으면 안 되나요??’ 카피가 직접 물을 수 있다. 단, 카피가 광고주와 직접 소통하면 광고주는 카피에게 시안이 언제 들어오냐고 물을 것이다. 

 

CD·아트·프로덕션과의 협업 

회의 후 제작팀은 CD의 진두지휘 아래 아이데이션을 진행한다. CD와의 협업이다. CD·카피·아트 각자 개별적으로 아이데이션한다. 회사·팀별로 PD가 있기도 하지만, 종합광고회사는 PD의 역할의 대부분을 외주로 내보낸다. 카피는 아이데이션 회의에 선보일 아이디어를 짜낸다. 피디 롤을 수행하는 카피라면 나중에 촬영을 할 감독님, PD 프로덕션과 소통한다. 외부와의 협업이다. 아이데이션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깐다. 까면서 다들 안다. 누구 아이디어가 좋은지. CD는 자신의 판단과 팀원 전체의 의견을 더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택한다. 팀 전체의 협업이다. 

협업은 또 일어난다. 카피의 아이디어가 단초가 좋다면, 팀원 전체가 아이디어 발전 시간을 갖는다. 아이디어 협업이다. 막 낸 아이디어는 단초일 뿐이다. 완성을 위한 협업이 필수다. 

아트가 아이디어로 카피를 가져오기도 한다. 팀에서 아트의 카피가 좋다면 카피는 결정해야 한다. 그 카피를 카피라이터의 권리와 의무로 살지 말지, 아트와의 협업이다. 

카피는 카피만 쓰지 않는다.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아트와 CD·기획·PD·광고주까지 카피를 써 온다. 수많은 카피 중에 좋은 카피를 내 카피로 고르고 인정하는 것, 협업이다. 하.지. 만. 카피의 성향에 따라 절대 남의 카피를 안 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바보 같은 행동이다. 남들은 모른다. 카피는 모두 카피가 쓴다고 여긴다. 좋은 카피라면 빨리 내 것으로 만든다. 내 이름 날리는 일이다.

아이디어가 결정되면 카피라이팅을 한다. 카피라이팅 중 어떤 카피가 좋은지 아트에게 의견을 묻기도 한다. 

다음은 스토리보드 제작. 아트가 제작한 컷에 맞춰 카피를 정리한다. 철저히 아트와의 협업이다. 프레젠테이션 준비 단계, CD가 광고주에게 발표할 장표는 CD·아트와 함께 만든다. 또 협업. 광고주 아이디어 결정 후 CF감독님과 미팅 시 감독님에게 내가 쓴 카피 의도 설명, 질문과 이해 그리고 촬영까지 긴 협업의 시간이 이어진다. 

촬영장에선 감독님의 의도와 모델의 상황, 마케팅 상황의 변화 등으로 카피 수정이 비일비재하다 - 모델이 즉석에서 말한 카피(애드립)이 광고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 - 카피와 감독·모델·광고주·조명팀·코디팀·조감독·미술팀 등의 협업이 총체적으로 일어난다. 

편집실에선 편집실장님·감독님·CD·기획·아트와의 협업. 녹음실에선 녹음실장님·감독님·CD·기획·아트·성우·오디오PD와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방구 맛 젤리’ 광고 영상을 완성한다. 언뜻 광고에 참여한 사람 숫자만도 꽤 된다. 많은 전문가들의 유기적인 협업이다. 

Photo by Cody Lannom on Unsplash
Photo by Cody Lannom on Unsplash

히트 카피는 누구 작품인가 

인간은 꼭 누구 1명의 대표가 필요하다. ‘저거 누가 만들었어?’의, 콕 찝어 1명을 원한다. 그럴 경우 보통은 CD를 대표로 말한다. “김땡땡 CD가 만든 거야.” 이 대답에는 김땡땡 CD팀이 만든 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카피 한 줄이 공전의 히트를 칠 때가 있다. 그럴 경우는 카피의 이름이 알려진다. “이땡땡 카피” 작품이야. 그러나 그 카피가 카피의 원작 카피일지는 모른다. 앞에서 말했듯 카피도 협업을 통해 쓰기 때문이다.

 


심의섭 썸브랜드뉴 대표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The Ad>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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