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광고인이다] 아트의 자리, 카피의 자리로 본 ‘광고인 스타일’

[이것이 광고인이다] 아트의 자리, 카피의 자리로 본 ‘광고인 스타일’

  • 임태진
  • 승인 2022.10.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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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아트·카피에 대한 연상 이미지, 대충 들어맞더군요

일반적인 회사원들은 대부분 본인의 이름 앞에 소속팀을, 이름 뒤에는 직책을 붙입니다. “홍보팀 김누리 차장입니다”, “개발팀 박우현 대리입니다” 이렇게요. 

반면 광고회사에선 보통 이름과 직종을 붙여서 이야기합니다 “임태진 CD입니다” “AE 홍혜영입니다”. 직종의 이름이 본인이 하는 일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직급보다 직종을 얘기하는 편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도 도움이 되니 여러모로 좋은 것 같습니다.

AP·AE·아트·카피…. 광고회사의 각각의 직종에는 뭔가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AE’라고 하면 왠지 비즈니스 캐주얼의 스마트한 사람일 것 같고, ‘제작팀 아트’라고 하면 패셔너블한 스타일에 유행에 민감한 트렌디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카피’라고 하면 왠지 조용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죠. 하는 일에 따라 스타일이 변하는 건지 아니면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그 직종에서 살아남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대충은 그 이미지가 들어맞습니다. 

광고회사 제작팀에서 근 이십년 가까이 일하다 보니 대충 자리만 쓰윽 봐도 아트의 자리인지 카피의 자리인지 정도는 구별이 되더군요!

스타일이나 업무공간에서도 ‘다름’이 묻어나오죠 

예외는 있지만 아트들의 자리는 높은 확률로 지저분(-_-)합니다. 아니 ‘지저분’까지는 좀 그렇고… 뭐랄까… 뭔가 정리가 덜 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많고 잡지나 책·외장하드·노트북과 모니터·태블릿·패드 등 디지털 디바이스도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용도가 뭔지 의심스러운 물건도 있고, 이게 왜 여기 있나 싶은 황당한 물건도 있고… 여튼 자리만 봐도 ‘아, 아트의 자리구나~’ 싶죠. 반면에 카피들의 자리는 대부분 정갈합니다. 깔끔 그 자체죠. 책도 읽고 있는 것 정도만 단출하게 놓여 있고, 디바이스도 노트북과 무선 키보드 정도만 있습니다. 다른 사무용품들도 잘 정리돼 있는 편이고 이유 없는 물건들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엔 그냥 우연이 만들어낸 편견인가 싶었는데 오랜 시간동안 지켜보다 보니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 업무의 스타일을 보면 같은 제작팀이지만 아트와 카피는 참 다른 사람들입니다. 각자 아이데이션할 때도 스타일이 다릅니다. 

아트들은 주로 이미지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뭔가 ‘멀티태스킹’스러운 아이데이션을 하죠. 잡지도 뒤적거렸다가 OTT나 유튜브에서 영상도 보고, 책도 훑어보다가 노트에 끄적끄적 콘티를 그려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보고 뭐 그런 식이죠. 

반면에 카피들은 자리에 앉아서 OT 브리프를 보고 곰곰이, 조용히 고민을 하는 편이죠. 카피를 썼다가 지웠다하면서 차분하게 조금씩 구조를 잡아가는 겁니다. 

진행하는 업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트들은 콘티라이터를 불러서 콘티를 그리기도 해야 하고, 태블릿을 꺼내서 이미지 작업도 하고, 아트들끼리 모여서 각자 찾은 이미지를 공유하며 고르기도 하죠. 중간 중간 CD 컨펌도 받아야 하고, 뭔가 왔다갔다 분주합니다. 

반면 카피들은 어디 한군데 짱박혀 앉아서 뭉근하게 고민하다가 수정된 카피를 쓱 내어놓죠. 같은 제작팀인데도 이렇게 다른 스타일로 일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스타일이나 업무공간에서도 그 다름이 묻어나오나 봅니다.

‘AE스러움’, ‘아트스러움’… 매력 있습니다

광고회사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각자 자신의 직종에 맞는 일을 정확하게 나누어 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AP는 전략을, AE는 기획을, Media는 매체를 담당하고, 제작의 Art는 그림을, Copy는 글을, CD는 제작을 총괄합니다. 이렇게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갑니다. 
각자 하는 일, 업무의 스타일이 다른 만큼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져갑니다.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여갈수록 점점 프로페셔널해지는 거죠. 그런 와중에 앞서 말한 AE스러움, 아트스러움이 만들어져가는 것 같습니다. 광고의 매력, 광고인의 매력은 그런 게 아닐까요?

 


임태진 제일기획 팀장 / CD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The Ad>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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