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왜 반말이야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왜 반말이야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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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 레너드와 경영 방침 (출처 glassdoor)
스튜 레너드와 경영 방침 (출처 glassdoor)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대학 학부에서 강의를 듣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번역기나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AI의 이용을 권장하는 편이다. 물론 1차 결과를 얻은 연후에 한국인 친구와 함께 교정(proofreading)을 보고, 기술하는 사건 등에 관해 사실관계의 확인을 하라고 한다. 꼭 AI 덕분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한국어로 내는 과제의 문장들이 좋아진 것 같다. 그래도 당연히 잘못된 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같은 과제 속에서 존댓말과 반말이 섞여서 나오는 경우가 꽤 된다. 바로 앞 문장에서 ‘~했다’라고 했는데, 다음은 ‘~했습니다’라고 맺는다. 번역기로 돌린 문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까닭도 있겠지만, 존대와 반말의 개념이 꽤 오래 한국어를 배워도 자리잡기 힘들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어쨌든 여러 조사를 볼 때 외국인으로 한국어가 배우기 어렵다고 할 때,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유가 존댓말의 존재라고 한다. 이렇게 구분해서 말하는 게 소통을 방해한다고 본 이들도 있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쓴 2002년 한일월드컵 때의 감동인 히딩크는 선수들이 서로 반말을 쓰도록 했다고 한다. 축구장 안에서는 모두가 동등하다며, 서로가 반말하고 이름을 부르라고 했다.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을 포착하고, 소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걸 감지한 게 정말 용하다. 선수 간에 나이나 경력으로 위계질서가 확립되어 있고, 어려워하면서 그게 주고받는 말에서도 나타날 때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아랫사람이 자기 의견을 표하기 힘든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반말한다는 건 서로 동등하다는 걸 의미한다. 윗사람에게 잘못된 게 있다면 아랫사람이라도 지적하고 고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 윗사람이 고객이라면 어떨까.

규칙(Rule) 1. 고객은 항상 옳다(The customer is always right).

규칙(Rule) 2. 고객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면, 규칙 1을 다시 읽어라(If the customer is ever wrong, reread the rule 1).

유제품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성격의 슈퍼마켓 체인인 스튜 레너드(Stew Leonard’s)의 유명한 경영방침(Our Policy)이다. 1969년에 첫 매장을 연 이래 미국 동부 지방에 7개 매장에 2,5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6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유통 기업으로 스튜 레너드는 성장했다. 노드스트롬(Nordstrom) 같은 경우도 다른 백화점에서 산 상품의 반환 처리를 도와주는 등의 고객 우선의 방침과 실행으로 유명하다. 무조건 고객이 옳다고 하며, 맞춰주는 건 진상 고객의 갑질을 보장하는 요즘 보기에는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제 욕설을 퍼붓는 고객들의 전화는 끊어버리라는 지침을 규정으로 가지고 있고, 고객에게 무한정 맞출 필요는 없다고 하는 기업들도 꽤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고객과 대등한 관계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반말을 쓰는 광고들이 부쩍 눈에 띈다.

“맛 있으면 또 먹어.”

이 칼럼 2023년 4월 17자로 소개한 코카콜라 제로 광고는 뉴진스의 멤버인 하니가 이렇게 반말로 권하는 대사를 던지며 끝난다. 아직 10대인 하니의 나이를 떠나, 고객들을 향해서 음용을 권유하는데 그런 식의 반말을 써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레몬진 광고에서는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인 안유진이 캔을 들어 보이며 ‘맛있겠지?’라고 권유하듯 물으며 끝을 맺는다. 광고계의 여성 모델 블루칩 위치를 차지한 지 오래된 걸스데이 멤버인 혜리는 피부 약품 광고에서는 ‘약으로 간편하게 치료해 봐’, ‘뭘로 토닝해?’라고 하고, 다이어트 제품 광고에서는 대놓고 ‘푸웅 다이어트 해’라고 명령조의 반말을 던진다.

걸그룹 출신 모델들이 유독 광고에서 반말을 쓰는 빈도가 잦은 것일까? 이들에게 반말을 쓰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반말이 주는 느낌도 명령조에 가까운 광고도 있고, 귀여움을 발산하는 의도가 강하게 읽히기도 한다. 어쨌든 항상 옳고 극도의 존경심을 발해야 한다는 고객에게 반전의 반말을 날리는 광고들이 자주 눈에 띄는 건, 정말 수가 많아진 것인지, 그렇다면 트렌드를 반영한 것인지 눈여겨볼 만하다.

‘고객은 항상 옳다’고 하던 스튜 레너드의 창립자가 지난 4월 27일 세상을 떴다. 그의 명복을 빈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이화여대·한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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