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2NE1과 뉴진스, 롤리팝과 제로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2NE1과 뉴진스, 롤리팝과 제로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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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롤리팝’과 ‘제로’의 공통점은?”

너무 뜬금없는 질문 같다. 츄파춥스와 같은 막대사탕을 뜻하는 롤리팝인가? ‘제로’는 ‘0’이라는 숫자로부터 ‘무(無)’의 상태를 철학 질문이나 의미까지 그 뜻이 한없이 넓지 않은가. 롤리팝 사탕처럼 먹는 거로 따지면, 코카콜라의 일종으로 설탕을 뺐다는 제로콜라가 생각난다. 대충 맞춰 들어가는 것 같다. 조금 더 친절하게 좁혀서 질문을 던지겠다.

“2009년에 나온 LG전자의 핸드폰 롤리팝 시리즈의 광고와 2023년의 코카콜라 제로 광고의 공통점은?”

롤리팝 광고라면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2009년 당시 신생 보이그룹으로 선풍을 일으키던 빅뱅에 앳된 걸그룹이 함께 출연하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빅뱅과 함께 기획사 YG 소속으로 4년간의 연습생 시절을 거쳐서 청소년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화려한 휴대폰 시리즈의 광고로 선을 보인 그 걸그룹이 그때 막 결성된 2NE1이었다. 일부 CM송으로 쓰인 노래의 원곡은 음원 차트 1위에 올랐고, 2NE은 일거에 최고의 걸그룹으로 발돋움했다. 3분 이상의 원곡 뮤직비디오의 일부가 광고로 쓰였는데, 원곡과 CM송, 3분 이상의 뮤비와 15초 광고 중 무엇이 더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 2년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면서, 첫 시간에 중학생 이전의 어린 시절에 본 기억에 남는 광고들을 물어봤는데, 압도적으로 많은 학생이 꼽은 게 바로, 이 롤리팝 광고였다. 대학생보다 나이 든 세대로 50대 후반의 사람들까지도 모두 이 광고를 기억하고 있었고, 대학생들의 선정에 공감한다고 했다.

질문의 답이 좀 보이는 듯하다. 10대들로 구성되어 2022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한 걸그룹 뉴진스는 2023년 4월 3일 코카콜라의 코크 스튜디오(Coke Studio)와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을 첫 장면에 알리는 뮤비와 더불어 싱글 <제로(Zero)>를 발표했다. 이 싱글은 지니(Genie)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자연스럽게 롤리팝과 제로의 공통점 몇 가지가 나온다.

- 걸그룹이 출연한 광고

- CM송이 정식 노래로도 발매가 되었다.

- 그렇게 발표된 노래가 음원 차트 1위를 했다.

약 15년의 시간 간격을 반영한 듯한 다른 점들도 있다.

- 롤리팝의 2NE1은 이미 인기 절정이었던 보이그룹과 함께 출연했다. 반면에 뉴진스는 이미 데뷔 앨범으로 각국 차트 1위를 차지했던 정상의 걸그룹이다. 코카콜라 자체가 글로벌 브랜드로서 위상에서 압도적이고, 이번 광고와 노래도 세계 곳곳에서 화제가 되었다.

- 휴대폰으로서 롤리팝의 성능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색깔은 레인보우’, ‘내 스탈’, ‘반짝반짝 스타 등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아이들이 놀면서 부르는 속요(俗謠)의 일부 가사를 따서 쓰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뉴진스의 <제로>에서는 ‘코카콜라 맛있다’라고 한 후에 ‘제로니까’라고 덧붙이고, ‘스윗함은 그대로/불안감은 제로’에 이어 마지막에는 ‘맛있으면 또 먹어’라고 바로 구매에 나서도록 방점을 찍는다.

- 롤리팝의 뮤비에서는 제품의 노출이 없다. 광고에서만 뮤비에서의 몇몇 장면에서 휴대폰 롤리팝을 빅뱅과 2NE1 멤버들이 들고나온다. 제로에서는 뮤비 처음에 코크 스튜디오와 협업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해 냉장고에 가득 찬 캔들에 직접 마시는 장면까지 나온다.

2009년 2NE1과 빅뱅의 롤리팝은 상업 음악이 먼저였고, 광고는 다음이었다. 2023년 뉴진스의 제로는 광고와 상업 음악의 경계선이 없어졌다. 2010년의 롤리팝 광고에서는 2NE1을 볼 수 없었다. 그들은 경쟁사의 애니콜 광고에 나타났다. 엄청난 반전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때 이미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었고, 애니콜은 저물고 있었다. 2NE1의 애니콜 광고를 기억하는 대학생은 없었다.

뉴진스의 제로 광고에는 확실히 이전 시대와는 다른 반전의 요소가 또 있다. 다음 칼럼에서 다루겠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이화여대·한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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