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해외 광고제 세미나에서의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해외 광고제 세미나에서의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05.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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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칸 광고제서 세미나 연사로 나선 필자
2009년 칸 광고제서 세미나 연사로 나선 필자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10여 년 만에 외국에서 열리는 광고제에 참석한다. 5월 9일과 10일 이틀간에 걸쳐 열리는 D&AD Festival에 한국의 광고 미디어를 대표하여 매드타임스(MAD Times)의 특별 특파원 자격으로 초청받았다. 행사 참관을 하고, 관련자들 인터뷰도 진행하고, 주요 수상작들과 현장 모습을 스케치하여 알릴 예정이다. 클리오, 뉴욕, 칸 등의 해외 광고제 얘기를 1990년대부터 들었으나, 서구인들만의 모임으로 가끔 일본인들이 한구석에 끼는 잔치로만 생각했다. 굳이 한국에서 관계가 된다고 해도, 제작 부문 사람들의 일로만 여겼다.

주요 광고주의 무대가 글로벌로 빠르게 확대되며 해외 광고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와중에, 글로벌 마케팅 활동에 주력하는 광고주에게 우리의 능력을 보이는 데 해외 광고제 입상이 유력한 방법의 하나라는 말이 나왔다. 글로벌이란 단어를 화두로 외국인 친구들도 스카우트하여, 한국에서 함께 근무하는데 그들도 비슷한 말들을 했다. TF 팀까지 만들어 해외 광고제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활동을 강화하면서, 몇몇 해외 광고제에서 수상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알려지고 권위가 있는 칸 광고제에는 직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세미나를 직접 개최했다.

외국인 동료가 2008년에 한국 광고 회사에서 최초로 주관한 칸 광고제 세미나 중 하나의 연사로 나섰다. 그리고 2009년에는 내가 세미나 연사 후보가 되어 준비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동료들은 그들 중 하나가 전해에 이어 연사로 나설 줄 알았는데, 내가 맡게 되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빈정대며 사소한 부분까지 참견해 댔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국에서의 참관단 규모가 축소되었다. 외국인 친구들 대부분도 현장에 가지 못하자, 세미나 준비도 도와주지 못한다면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 겉으로는 아쉽다고 그들에게 얘기했지만, 불평꾼 참견자를 떼어 버렸다며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실제로 그때부터 세미나 준비는 일사천리였다.

홍보팀에서 칸 광고제에서 2년 연속 세미나를 주최한다는 건으로 기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첫 번째도 아니고 언론의 관심을 끌 만한 흡인력이 없다고 했다. 전해에는 ‘한국 광고 회사 최초’로 칸에서 세미나를 연다고 해서 제법 크게 홍보가 되었는데, 그 해는 일본 말로 당시까지도 잘 쓰던 ‘야마(山)’라는, 즉 확 눈길을 당기는 요소가 없었다. 홍보팀 분들과 의논하다가 최초라고 할 만한 부분을 찾아냈다. 바로 ‘한국인 최초 칸 세미나 연사’였다. 사실과 부합되면서 ‘최초’라는 의미도 살렸다고 해서 보도자료 제목으로 들어갔다.

서울경제신문 2009년 6월 14일자 기사
서울경제신문 2009년 6월 14일자 기사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칸 광고제는 참관자들이 30% 이상 줄었다. 그때 만나서 연사 중의 하나로 나를 인터뷰했던 필리핀 출신의 기자는 칸 광고제가 예전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서 좋다고 했다. 너무나 규모를 키우며 수익을 높이는 데만 주력해서, 자신같이 오랫동안 광고제를 취재한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럽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부분이 많았단다. 몇 년 후에 그 기자를 부산국제광고제에서 만났다. 그 역시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부산국제광고제의 규모는 어떠냐고 했더니, 의미를 알 듯 말 듯 한 미소만 지었다.

칸으로 떠나기 전의 ‘한국인 최초’라는 ‘야마’를 잡아낼 때도 함께 회의했고, 칸 현지에 와서 그 필리핀 기자를 비롯하여 잠깐이라도 내가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연결했던 홍콩 출신의 홍보 담당자가 있었다. 그가 나를 소개하는 영문 자료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 자료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나도 내가 이렇게 엄청난 일들을 해왔는지 몰랐어! (I don't realize I have been through such a wonderful path!)"

칸 광고제 홈페이지 (2012년)
칸 광고제 홈페이지 (2012년)

세미나도 행사인지라 집객을 얼마나 했는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된다. 세미나를 끝낸 후에 바로 홍보팀 선배에게 결과 보고 비슷하게 얘기하면서, 무대에서 눈어림으로 내가 대략 추산한 참관자 수를 전하자 ‘꽤 많이 왔네’라고 하면서 흡족해했다. 바로 얼마 후에 그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이봐, 참관객 수를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라고 해서 잘못 헤아려 과장해 말했다고 생각하여 부끄럽고 미안해졌다. “수를 부풀려 얘기하지는 못할망정, 줄이고 그래. 하하하”. 알고 보니 공식 집계된 세미나 참관객 수는 내가 말한 숫자보다 100명 정도가 많았다고 한다. 역시나 부끄럽기는 하지만 유쾌한 반전이었다.

다음 원고에서는 올해의 D&AD Festival(광고제)에 출품한 반전 광고들이나 전략, 트렌드와 함께 찾아뵙겠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이화여대·한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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