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국가대표 축구팀 간의 대결이나, 프로축구 경기에서 11명의 선발 선수는 각자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줄을 지어 들어온다. 그 어린이들을 영어로 ‘함께 하는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에스코트 키즈(escort kids)’라고 한다. 에스코트 키즈도 팀마다 11명으로 양 팀 합쳐서 22명이 되어야 하는데, 단 한 명의 어린이만이 양쪽 선수들과 함께 입장하여, 영어에서 복수를 나타내는 뒤의 ‘s’가 빠지고, 그냥 ‘escort kid’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24년 9월 1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울산 HD와 강원 FC와의 경기에서였다.
홀로 에스코트 키드로 나선 어린이는 올해 신입생이 단 세 명인 울산 모 초등학교 학생이었다. 다른 두 명은 여학생이고, 유일한 남자 신입생이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축구를 하고 싶어도 함께 할 친구가 없어서 혼자 공격수도 했다가, 골키퍼 노릇도 해보고, 수비수 역할도 하면서 논다고 했다. 그렇게 인구 감소가 현실이 된 상황을 알리며 경각심과 함께 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 학생을 울산 HD 축구팀에서 단 한 명의 에스코트 키드로 선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울산 HD 축구팀은 학생들을 위한 축구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사실도 알렸다. 이 장면을 보면서 2011년 칸 광고제에서 보았던 매우 인상적이었던 한 이벤트 부문 출품작이 떠올랐다.
그 전해 여름인 2010년 8월 13일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에 선수들이 에스코트 키즈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들어온다. 경기 자체가 독일 축구의 황제라고 불렸던 프란츠 베켄바워의 고별 경기로 역사적인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뮌헨의 주장인 마크 반 봄멜(Mark von Bommel)은 어린이의 손을 잡는 대신 한 어린이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들고 입장했다. 액자를 손에 든 채 경기 사전 행사를 하는 동안 봄멜은 눈물을 뿌리고 있었다. 어린이의 해맑은 미소가 담긴 사진 아랫부분에는 독일어로 ‘실종’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독일에서 한 해에 실종 신고가 되는 어린이가 놀랍게도 무려 10만 명이라고 한다. 하루에 300명 가까운 어린이들이 실종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상당수는 신고되었다가 바로 찾는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숫자이다. 뮌헨 축구팀에서 벌인 실종된 어린이들을 찾자는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사회 질서가 꽤 탄탄하게 잡힌 독일에서 그렇게 많은 수의 어린이가 실종된다면 유럽 전체는 얼마나 되겠는가. 꼭 2010년의 봄멜의 행동이 동기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럽 각국의 축구팀 다수가 실종 어린이 찾기 캠페인을 각자의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축구팀은 선수 하나가 몇 명의 실종 어린이들을 담당하는 형식으로 하여, 각자 나름대로의 ‘찾기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탈리아 명문팀 중의 하나인 AS로마는 선수들 소식을 알리는 SNS에 선수 사진과 옆에 실종 어린이들의 얼굴이 실린 포스터를 실었다. 2019년 9월에 이적 입단한 선수들의 사진 옆에 실렸던 아이들 2명을 찾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유럽 축구계 공동의 따뜻한 활동으로 손꼽히던 실종 어린이 찾기 캠페인에 약간 균열이 생기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역시 에스코트 키드가 주요한 소재로 쓰였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 축구협회에서 영상 하나를 X(이전 트위터)에 올렸다. 이스라엘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서려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 에스코트 키즈들이 나와서 상대편 선수들 옆에 서서 손을 잡는다. 이스라엘 선수들도 여느 때와 같이 팔을 옆으로 뻗고 에스코트 키즈를 잡은 손 모양을 하고 있으나, 거기에 함께 해야 할 어린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태로 경기장에 들어서고, 늘어선 이스라엘 선수들 앞에는 어린이들이 없다. 그리고 자막이 나온다.
‘우리 어린이들이 실종되었습니다. 하마스가 그들을 납치했습니다.’
이어서 그들을 원래 가정과 침대로 데리고 오자는 메시지가 뜬다.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전례 없는 규모로 기습 공격하여 1천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고, 어린이 7명을 포함한 250명 이상의 인질을 억류하기 시작했다. 그 직후에 나온 영상이니 이스라엘인들의 분노와 절박함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영상으로 축구와 관계되어 ‘어린이 실종’이라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이 먼저 떠오르게 되었다. 알다시피 가자지구에서의 갈등과 그에 따른 피해를 두고, 세계 여론이 양쪽으로 갈려진다. 유럽 축구계에서 펼쳤던 실종 어린이 찾기 캠페인에 본의 아닌 국제 분쟁의 정치색이 입혀졌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안타까운 반전이었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서경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