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드타임스 최승은 기자] 스위스 사진 미술관 포토뮤지엄 빈터투어(Fotomuseum Winterthur)가 2025년 5월 17일, 2년간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이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으로 미술관은 유쾌한 콘텐츠를 공개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영상, '스위스는 가짜다(Switzerland Is Fake)'는 스위스 취리히 출신의 코미디언이자 AI 전문가인 파트리크 카르피 카르피첸코(Patrick “Karpi” Karpiczenko)의 작품이다.
영상은 도널드 트럼프의 딥페이크 발언으로 시작한다. 그는 스위스를 한때 사려고 했다고 말한 뒤, 이 나라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어이없는 설정을 기반으로, 카르피는 음모론자 인플루언서로 변신해 스위스가 만들어진 허구의 국가라는 가짜 이론을 펼친다. 영상에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풍경, 구멍 없는 스위스 치즈, 네스호 괴물까지 등장하며 ‘논리적 근거’들을 나열해 나간다.
그는 스위스가 스웨덴 국왕에 의해 고안된 환상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 금융 시스템과 시간을 통제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주장한다. 영상은 점점 과장되고 기괴해지며, 마터호른은 외계인이 만든 피라미드라는 설정이나 스위스 초콜릿은 유럽에 자라지도 않는 카카오로 만들 수 없다는 식의 억지를 이어간다. 심지어 스위스인은 독일인에게 이상한 모자를 씌운 배우라는 농담도 등장한다.
영상의 흐름만 보면 마치 관광청 광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포토뮤지엄 빈터투어와의 협업 콘텐츠다. 이 미술관은 디지털 시대에 이미지가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지는지를 탐구하고자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카르피는 이번 영상이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 이미지 조작의 위험성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영향을 받은 사례로 새가 사실 정부의 감시 드론이라는 농담에서 출발한 '버즈 아렌트 리얼(Birds Aren’t Real)' 운동, 독일 도시 빌레펠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유머를 담은 '빌레펠트 음모론', 오슨 웰스(Orson Welles)의 다큐멘터리 영화 'F for Fake' 등을 언급했다.
영상은 공개 직후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6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SNS를 중심으로 널리 공유되었고, 많은 이들이 댓글로 자신의 음모론을 덧붙이거나 진지하게(?) 반응하는 등 높은 참여도를 보였다.
포토뮤지엄 빈터투어는 단순히 전시를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 시각 매체와 기술이 사회와 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질문하는 장소임을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특히 AI가 만든 이미지나 영상이 일상적으로 유통되는 오늘날, 이 캠페인은 우리가 ‘보는 것’을 얼마나 쉽게 믿는지를 비틀고 풍자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