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미국 미디어 그룹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WBD)가 회사를 스트리밍과 방송 부문으로 분할한다. 콘텐츠 제작과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사업은 한 회사로, 뉴스·스포츠 채널 등 방송 부문은 별도의 회사로 독립시킨다는 방침이다. 분할은 2026년 중반까지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분할 소식이 전해지자 WBD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한때 13% 가까이 상승했으며, 정규장에서는 약 9% 상승 마감했다. 시장은 양 부문이 각각의 전략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스트리밍·스튜디오 부문에는 워너브라더스의 영화 및 TV 제작 부서를 비롯해 DC 스튜디오, HBO, HBO Max가 포함된다. 이 부문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확장과 콘텐츠 투자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HBO Max는 2026년까지 새로운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연간 30억달러 규모의 조정 EBITDA(세전·이자차감전 영업이익)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송 부문은 CNN, TNT Sports, 디스커버리 채널, 유럽 내 무료 방송 채널, 디스커버리+(Discovery+), 스포츠 매체 블리처리포트(Bleacher Report) 등을 포함한다. 이 부문은 전 세계 200여 개국, 약 11억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수익성과 강한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분할은 미국 연방 세법상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JP모건은 175억달러 규모의 브리지 파이낸싱(임시 자금)을 제공하며, 방송 부문은 스트리밍·스튜디오 부문 지분의 최대 20%를 일시적으로 보유하게 된다. 해당 지분은 추후 세금 효율적인 방식으로 매각돼 부채 상환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분할 이후에도 양사 간에는 일정 기간 운영 지원 및 상업적 계약이 유지돼 효율적인 업무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밍·스튜디오 부문은 현재 CEO인 데이비드 자슬라브가 계속 이끌며, 방송 부문은 현 CFO인 구나르 비덴펠스가 CEO로 자리를 옮긴다. 분할은 이사회 승인과 미국 세무 당국의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회사 측은 “각 부문이 명확한 전략 아래 독립적으로 운영되면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사회 역시 “이번 분할은 주주들에게 가장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2022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하며 출범한 ‘슈퍼 콘텐츠 기업’이 다시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의미를 갖는다. 당시 통합은 기대를 모았지만, 서로 다른 사업 구조로 인해 시너지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이 최근 미디어 업계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는 구조 재편 흐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디즈니는 스포츠 채널 ESPN의 분리를 검토 중이며, 컴캐스트도 NBC유니버설 일부 자산의 독립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미국 미디어 산업은 스트리밍과 전통 방송 부문을 둘러싼 변화의 물결 속에 본격적인 재편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