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타의 영감기록_심촉] 요즘요약

[심타의 영감기록_심촉] 요즘요약

  • 심타자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10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심타 컬럼니스트 ] 요즘 많이 바쁘시죠? 아니요, 집콕중이라 안 바빠요. 유유자적 느긋해요. 아휴~ 놀고 있어요. 매일하던 일 쉽지요. 모두들 짠 듯이 바쁘지 않다는 대답으로 통일이다. 말은 그렇지만 손과 눈은 왜 그리들 바쁘신지.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끊임없이 콘텐츠를 찾네요. 그걸 언제 다 볼까요, 느릿느릿한 저는 궁금궁금. 잘 보면 찾은 콘텐츠를 다 읽고, 듣고, 보는 것도 아니네요. 제목만 슬쩍 확인하면 바로 다음 콘텐츠로 넘어갑니다. 그들만 그럴까요. 일단, 대다수의 분들이 제목만 봅니다. 그렇게 보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제목만으론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가시지 않게 되죠. 터치를 한 번 하는 귀찮음 정도는 감수하며 콘텐츠 요약을 찾아냅니다. 요약을 찾을 시간이나 원본을 제대로 보는 시간이나 다를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핵심정리, 요약을 찾다가 길다 싶으면 아주 짧은 요약을 뒤집니다. 1분독서, 3줄요약, 5분축약, 시간순삭. 요약에 빠져서 계속 계속 요약만 찾게 됩니다. 요즘은 요약이지요.

방송 ‘책 읽어 드립니다’ 에서 설민석씨는 책을 초특급으로 요약해 줍니다. tvn에선 종용한 드라마를 1시간 내로 요약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 중이죠. SNS 세상에선 2시간 30분이 넘어가는 영화를 단 몇 분으로 요약 설명, 비평하고. 요약 몰아보기, 요약 드라마, 60편 시리즈전편 15분 요약, 3줄 요약, 1분도 길다 요약 등 요약세상입니다. 기업과 전문가만 한다고 여기면 오산! 요약이 힘들거나 귀찮은 분들을위한 서비스도 많습니다. 요약전문 서머라이즈 사이트는 1,000자가 넘는 글을 넣으면 단 3줄로 자동 요약해내죠. 3줄 요약 사이트는 말랑말랑도 운영하지만, 이름없는 곳도 많습니다. 외국사이트도 있으니 구글에서 찾아보시면 재미가 쏠쏠하실 거에요. KISTI의 사이언스온(SCIENCEON)에는 몇 백자에서 몇 만자의 논문을 짧게 요약해주는 AI 논문 요약도 서비스합니다. 공부가 직업인 분들도 요약이 필요한 요즘요약.

그럼, 기나긴 원본은 안 보고 안 팔릴까요. 역설적으로 요약에 요약당해서 요약한 콘텐츠를 보고서는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기나긴 원본 콘텐츠를 다시 찾아내어 끝까지 봅니다. 차트 역주행 처럼 요약에서 원본 역주행 현상이 일어나지요. 당신은 안 그렇다고요. 진짜, 설마요?. ‘간단히 요약해서 말해’를 입에 달고 계시면서. 잠깐 얘기가 옆으로 샜네요. 요약을 보고 원본을 찾아온다. 그렇다면, 요약을 원본처럼 공들여 요약하면 됩니다. 타겟에 맞춰, 수 많은 콘텐츠들 사이에서 ‘나의 요약’이 눈에 확 띄게!

먼저, 영화 제작자 분들은 원본 영상만큼. 아니 그 보다 많은 공을 들여 1분 요약 영상을 만들어 보세요. 영화 내용의 단순 축약을 벗어나, 요약 영상 한 편으로도 진짜 영화를 보는 만족을 느끼도록. 개인적으로 앞으로 영화제 수상작 코너에 ‘요약영상’ 부문이 생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합니다. 재미나게, 아트적으로 멋지게. 그러면서 꼭, 2시간 30분이 넘는 긴 원본영상으로 넘어가도록 낚시 요소를 넣어 놓으셔야 합니다.

책도 똑같습니다. 스마트폰이 아닌, 어떤 물건을 손에 드는 게 귀찮은 요즘. 책을 들고 다니면서 몇 십장 몇 백장을 읽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지요. 책을 요약한 책을 SNS와 인터넷에 뿌리세요. 요약본은 함부로 만들면 안됩니다. 원본 책 보다 정성을 들여. 책 내용을 한눈에 딱 볼 수 있게. 스크롤을 2번 이상 아래로 내리지 않게. 최대한 예비 독자를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디자인적으로 예쁘게. 책 한권을 다시 낸다는 독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 분들. 한회 한회 요약은 기본! 5편이 넘어가면 또 요약판 영상을 편집해야 합니다. 편수가 쌓이면 각각의 요약도 안 봅니다. 몰아보기가 왜 있습니까, 요약도 몰아서 보길 원하는 요즘입니다.

파워블로거, 인플러언서분들요. 정보와 글을 길게 쓰지 말아주세요. 길게 썼다면 요약은 필수입니다. 유튜브의 썸네일처럼. 한방에 이해 가능하도록. 그러면서도 매력적으로.

앗, 이 글도 길어졌네요. 3줄 요약.

요즘은 요약이 대세. 봐야 할 콘텐츠가 많고, 원하는 콘텐츠인지 확인 후 보길 원하는 트렌드가 확산 중. 콘텐츠를 ‘요약’해야 살아남습니다. 3줄 이내, 1분 이내, 15분 이내로 짧고 강하게. 시간순삭!

※ 주의 사항 : 위의 썰은 검증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감일 뿐입니다. 함부로 제안에 따르지 마십시오.


심타 27년 광고 카피라이터. 영감 칼럼니스트. @shimta_content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