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칸 라이언즈 참관기] 칸칸(Cannes)한 크리에이티브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다

[2022 칸 라이언즈 참관기] 칸칸(Cannes)한 크리에이티브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다

  • 윤미희
  • 승인 2022.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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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심사위원으로 칸 라이온즈 참관하기’ 

20년 전 싸이월드 감성으로 적었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2022년에 이뤄졌다.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축제라서 참석자들의 그 열기와 감동이 더한 것도 있지만 “심사위원(JURY)”이라는 패스를 목에 걸고 출품작을 보고 세미나와 시상식에 참석한 기분과 느낌은 기존의 칸 라이언즈 참관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이었다.

전에는 작품들을 경쟁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떤 작품이 그랑프리나 골드를 수상할지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제는 작품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인사이트에 집중하게 되고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어떻게 도출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솔루션 아이디어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관심갖고 보게 됐고 또한 우리가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것을 고민하는 것이 좋을지 그리고 현업에서 어떤 영감과 자극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더 큰 그림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깊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전통적인 광고의 영역을 넘어서는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수많은 캠페인을 보면서 이미 데이터와 테크놀로지는 보다 새롭고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수단이 됐고 이제 아이디어와 상상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놀랍고 감동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랑프리에게 한마디! Less Talk, More Creative!  

Direct부문 예선에서 348편의 출품작을 심사했는데 전에 칸 출품작을 냈을 때 마지막 순간까지 공을 들이고 수정하며 결과 나올 때까지 떨리던 그 감정을 생각해서 그들의 노력이나 기대를 너무 쉽게 판단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정말 정성껏 신중하게 심사를 했다. 그래서 사실 어떤 작품이 그랑프리가 될 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결과는 코인베이스의 ‘Less Talk, More Bitcoin’ 광고였다. 

온갖 화려한 영상이 난무하는 슈퍼볼 광고 틈에서 QR코드 하나가 블랙화면을 느릿느릿하게 떠다니는 비트코인 광고는 최소의 제작비로 주목도와 임팩트 고객의 참여면에서 높이 평가받은 것은 당연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그랑프리감(?)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랑프리의 영예를 거머쥔 것은 화제성과 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퍼포먼스 결과 때문인데 약 1,400만 달러의 슈퍼볼 광고비뿐 아니라 앱을 다운로드 받고 가입하면 15불 상당의 비트코인을 주는 돈의 힘이 가장 컸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캠페인이 과연 다른 작품들보다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떤 인사이트와 영향력으로 고객들과 광고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캠페인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다. 말은 줄이고 크리에이티브를 더 잘해야겠다. (Less Talk, More Creative)

직접 참여하는 인간 빌보드, 그깟 수영이 뭐라고 울컥해

아직도 세계 여성의 32%가 공공연히 자신의 몸을 드러내며 수영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특히 아랍 중동 국가는 그 비율이 3배나 높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아디다스는 세계 최초로 실제 수영할 수 있는 리퀴드 빌보드(Liquid Billboard)를 만들고 그 안에서 두바이 여성들이 용기 내어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수영 장면은 라이브로 전세계에 보여졌고 세계 여성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들의 경험과 각각의 수영 장면은 실제 캠페인 포스터로 활용해서 캠페인의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Beyond The Surface’ 라는 캠페인 카피가 그 취지와 의도에 절묘하게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카피를 말 그대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수영하는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완벽한 개인화 광고의 위트 

이번 칸 라이온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즐겁고 기발하다고 생각했던 캠페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Sportify의 ‘A Song for every CMO’ 캠페인이다. 스포티파이는 광고 영업을 위해 세계적인 회사의 CMO(Chief Marketing Officer) 14명에게 그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스포티파이를 어필하는 위트있는 가사와 작곡으로 노래를 만들어 세계에서 하나뿐인 뮤직앨범을 그들에게 전달했다.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다른 회사의 CMO는 왜 나를 위한 SONG은 없냐며 귀여운 항의를 하기도 했다. 그 해 스포티파이는 덕분에 75%의 성장과 10억 유로의 광고매출을 올려 가장 성과가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른 작품들이 주로 세계의 몇 백만 명에게 도달했다는 것을 내세우는데 반해 타깃팅이 너무나 명확하고 심플해서 결과 리포트에서 14명에게 정확하게 전달했다는 것을 당당하게 강조한 것에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다. 타깃이 명확할 때 그 크리에이티브가 얼마나 유니크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단순히 착한 광고로는 안돼. +α의 아이디어가 있어야 

칸 라이온즈에 ‘GOOD’ 카테고리가 새로 생긴 것처럼 공익적인 착한 ‘GOOD’ 캠페인은 누구나 알고 있는 어워드 위닝의 기본 공식이 된 듯 하다. 이번 심사에서도 그런 경향성은 확실히 두드러졌는데 그러나 이제 어떤 특별함이 없는 단순히 착한 광고는 매력 없는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관점에서 ‘Plastic Fishing Tournament’는 그런 지루함을 없애고 어부들이 물고기 대신 플라스틱을 잡아 끌어올리는 흥미진진한 경쟁방식의 세계적인 토너먼트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그 수확(?)한 플라스틱을 리싸이클 컴퍼니에 팔아 어부들에게 경제적인 수익까지 가져오게 했을 뿐 아니라 그랑프리를 비롯한 여러 마리의 뜻밖의 사자 수확까지 가능하게 했다. 

내 마음속 수상작, BurgerKing is Brandking 

소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버거킹은 ‘와퍼’와 맥도날드 ‘맥프라이’가 고객이 원하는 최상의 조합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그것을 현실화하기로 결정했다. 배달앱에 버거킹와퍼+맥프라이 세트 상품인 ‘Impossible combo’를 선보인 것이다. 세트상품이 출시되자마자 이 재밌는 조합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주문이 쇄도했고 금방 솔드아웃된 것은 물론 소셜플랫폼에서 엄청난 소셜버즈를 일으켰다.

이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했을까 궁금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배달원이 버거킹에서 와퍼를 수령하고 가까운 맥도날드에서 ‘맥프라이’를 사가는 너무나 심플한 아날로그 방식이었다는 것이고 버거킹이 케이스필름에서 밝힌 중요한 캠페인 결과는 맥도날드가 당황한 나머지 더 이상 임파서블 콤보를 주문할 수 없도록 그 배달앱에서 완전히 철수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내가 심사한 다이렉트 부문 수상은 못했지만 (Media부문 수상)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이 재미있어 하는 방식으로 이뤄내는 것이야말로 브랜드가 ‘힙’해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때로는 경쟁사를 당황하게 만들더라도. 

코로나로 열리지 못한 2년을 마치 설욕하듯, 그 어느 때보다 칸의 열기는 뜨거웠고 진지했으며 감동스러웠다. 아마존과 구글, 메타, 넷플릭스, 틱톡, 트위터 등의 플랫폼들은 프라이빗 비치에서 독자적인 행사와 세션을 열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미래와 방향성을 논의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로 활용했다. 한편 전시된 출품작 아래에는 우리가 이 캠페인보다 얼마든지 더 잘할 수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깨알 같은 영업(?) 메모도 붙어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왔고 이 카테고리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한순간도 나태해지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칸 라이언즈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날 시상식에서는 한 달 전 같은 곳에서 무대에 올랐을 송강호 배우와 박찬욱 감독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들도 칸의 남자가 되어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광스러운 수상자가 되어 그 무대에 오르는 순간이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한때 우리도 칸 라이언즈 수상에 몰입한 때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그랑프리와 골드를 받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어쩌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작품과 캠페인이 세상의 빛을 보고 그것이 광고주와 우리에게 모두가 기대하는 좋은 결과로 보람과 뿌듯함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광고를 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내가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내 자신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윤미희 ECD, BBDO코리아

※ 한국광고총연합회 발간 <ADZ>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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