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서의 데이터 분석 방법 (1) “지겨운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Data Driven Marketing)에 대하여”

마케팅에서의 데이터 분석 방법 (1) “지겨운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Data Driven Marketing)에 대하여”

  • 박경하
  • 승인 2023.05.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마케팅/광고 업계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입장에서 꾸준히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이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어떤 회사를 가던 어느 회의 자리를 가든 잊었다 싶으면 기가 막히게 등장하는 마력을 지녔다.

그런데 15년 이상 데이터를 분석한 미천한 경험에 기반해 감히 짚어보자면, 요즘만큼 Data Driven이라는 말이 명확한 실체나 방법에 무지한 채 무분별하게 말맛으로만 쓰이는 경우가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이라고 했을 때의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마케팅 차원에서 보자면 ‘퍼포먼스 마케팅’이 등장한 이후, 그리고 데이터 차원에서 보자면 ‘빅데이터’가 등장한 이후다.

내가 본 세상이 전부가 아닐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아니기를 정말 바라지만,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제공되고 활용되는 데이터는 KPI로 지목되는 전환율 등 몇 가지 변수에 국한되며, 빅데이터를 분석한다는 의미가, 이건 단언할 수 있는데, 코딩을 다룰 줄 안다는 의미로 오염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이라는 말은 본래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활용된 일종의 공유 가치이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건, 그전까지 데이터가 비교적 중요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는 한 가지는 굉장히 오래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건, 퍼포먼스 마케팅과 빅데이터 모두 대중적 가치가 높아진 건 넉넉히 잡아도 10년 이내이며(온라인 광고 점유율은 2015년 30%를 넘었고, 빅데이터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7년 정도였다.) 퍼포먼스 마케팅과 빅데이터 시대만큼 데이터의 존재와 가치가 일반 대중에게까지 주목받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퍼포먼스 마케팅과 빅데이터가 주목받기 이전의 마케팅 데이터는 소비자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설문조사 방식의 데이터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구매 이력 등, ‘반쪽짜리’ 데이터였다. 소비자에게 물어보는 설문조사는 이미 벌어진 사실에 대한 것이든, 벌어질 상황에 대한 것이든 모두 ‘의견 청취’라는 한계가 있다. 또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구매 이력은 이유를 선명히 알 수 없는, 결과에만 한정된 내용이다.

그런데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활용되는 데이터나 이를 포괄하는 개념에서의 빅데이터는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 온 소비자 ‘행동’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물론 온라인이라는 제한된 환경은 있지만, 현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 세상이 아니던가.

본격적인 얘기는 지금부터 시작인데, 이렇게 데이터 환경이 잘 갖춰진 상황에서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이라는 말이 빈번하게 사용된다는 것은, 반대로 얘기하면, 아직 제대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공론화된 인식에 기반한다.

데이터가 충분히 있는데 왜 데이터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활용하지 못할까.

이게 오랫동안 빅데이터를 다루는 IT 회사에 몸담고 있다가, 마케팅/광고 업계로 돌아온 내가 가장 먼저 품었던 의문이다. 쉽지 않은 문제라 여전히 생각을 덧대고 정돈하는 중이기는 해서 조심스럽지만, 지금까지 정리된 결론으로는, 기존의 전통적 마케팅과 데이터 영역이 퍼포먼스 마케팅과 빅데이터 시대로 넘어오면서 일종의 ‘단절’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쉽게 얘기하면, 오프라인 광고를 집행하던 회사들이 온라인 회사로 확장하거나 진화한 것이 아니고, 온라인 광고 회사들이 새로 생겼다는 것이다. 당연히 오프라인 광고 회사에 다니던 사람들도 온라인 광고 회사로 이직하지 않았을 것이다.

빅데이터 역시 기존의 마케팅 조사 회사들이 빅데이터 분야로 확장하거나 신설하거나 진화한 것이 아니고, 빅데이터 회사들이 새로 생겼다. 그리고 빅데이터 회사들을 만든 주체는 기존에 데이터를 다루는데 익숙했던 마케팅 분야 전문가들이 아니라 IT 인재들이었다. 이 경우 앞서의 퍼포먼스 마케팅 시장과 달리 마케팅 조사 연구원들이 일부 빅데이터 회사들로 이직하기는 했지만 그건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기존의 마케팅과 단절이 일어났고 빅데이터는 기존의 데이터와 단절이 일어났다.

혹자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기존의 마케팅과 달라서, 빅데이터도 기존의 데이터와 달라서 어차피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미천한 생각일 수 있지만, 백 번 양보해서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할지라도 기존의 방법으로 학습된 전문가들이 다름을 수용하고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인력들이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전개를 예상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소비자 여론 조사 데이터를 보던 경험을 기반으로 빅데이터에 입문했다. 그래서 빅데이터를 IT 기술로 한정하지 않고 온전히 데이터 관점에서 바라보고 활용 방안을 연구했던 것이 나름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었다.

<데이터 브랜딩>이라는 책을 쓴 광고인 김태원 님은,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이 아닌 ‘데이터 시대의 마케팅’이라는 말로 지금을 정의했다. 데이터의 가치를 잘 몰랐던 시대에 경종을 울리며 등장한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과 다양한 데이터가 너무 넘쳐나서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고 실험을 거듭해야 하는 데이터 시대의 마케팅은 데이터를 대하는 자세와 방법이 달라져야 하고 치열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게 내가 앞으로 꾸준히 칼럼에 담으려는 주제와 방향이다.

 


박경하 엠포스 빅데이터실 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