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가 빅데이터로 돈 벌 수 있는 방법

광고회사가 빅데이터로 돈 벌 수 있는 방법

  • 박경하
  • 승인 2023.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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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arlos Muza / Unsplash
사진 Carlos Muza / Unsplash

원래 다른 내용으로 칼럼을 쓰고 있었는데, 얼마 전 본 지에 실린 최영호 기자님의 <광고회사는 왜 돈을 벌지 못할까?>라는 기사를 접하고 십분 공감한 탓에 과감히 주제를 바꿨다. 생각 같아서는 회사 전체에 뿌리고 싶은데, 제목이 너무 직설적이라 반항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참는 중이다.

해당 기사는 해외 사이트에 기고된 칼럼 내용을 소개한 것인데, 물론 내용 자체도 제목만큼이나 직설적이지만, 문단마다 촌철살인이라 울림이 있다. 인기 기사 순위에도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으니 끌린다면 이쯤에서 먼저 살펴보고 와도 좋을 것 같다.

기사 내용을 나름의 기준으로 추려보면 이렇다.

서두부터 과감하게 “기존 에이전시 모델은 망가졌고, 클라이언트는 리스크를 회피”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더니, “광고회사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처럼 행동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대신 청구 가능한 시간에 대해 요금을 청구하는 고객 서비스 함정에 빠지게 됐다.”며 원인을 정의하고, “이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면서, 그 일환으로 “전체 예산의 일정 비율(예: 10%)을 고객에게 청구하고 이를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라고 불러라”라고 제안한다.

여기서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서비스로 명명해서, ‘크리에이티브’에 방점을 찍고 광고 업무 전반에 대한 가치를 높이자는 쪽을 제안했다고 추정되며, 실제로 기사 말미에도 “지적 재산을 소유”해야 한다면서 “캠페인, 디자인 시스템 또는 태그 라인을 개발하면 그 소유권은 광고회사가 가지며, 클라이언트는 사용료를 지불한다”고 덧붙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컨설팅’에 좀 더 주목하고 싶다.

그런데 크리에이티브던 컨설팅이던 우리가 스스로 아이덴티티를 그렇게 정의하고 요구한다고 해서 클라이언트가 능히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단정할 수 없다. 결국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컨설팅의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할지 말지보다 무엇을 통해 컨설팅의 정체성을 전달하고 인정받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나는 그것을,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데이터’라고 얘기하고 싶다. 오프라인 광고가 중심이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광고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생성되는 시대다. 그런데 늘 짚는 문제지만, 여전히 광고 운영 데이터의 적극적, 포괄적 활용 방안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그럼 어떻게 광고 데이터를 별도의 수익 모델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또 광고회사가 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어떻게 ‘컨설팅’에 대한 포지션 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가.

먼저, 광고회사의 데이터 활용 방향은 명확하다. 우리 회사에 광고를 집행 중인 클라이언트 한 곳을 정해서 우리가 앞으로 당신들 데이터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한다. 그리고 운영 중인 광고의 집행 범위나 요구된 KPI에 상관없이 접근 가능한 광고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세팅해서 확보한다. 데이터를 세팅하고 나면 빅데이터스럽게 충분히 쌓일 때까지 기다리되, 간간히 적은 양이라도 주기적으로 분석해 가며 데이터가 가진 특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정의한다. 데이터의 특성과 한계를 정의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데이터를 찾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게 있다. 광고 데이터 분석의 첫걸음은, 기존 KPI와 관련된 것 만을 찾으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광고 데이터는 KPI 달성을 위한 기본 데이터이기도 하지만, 거의 유일하게 소비자 행동이 실시간으로 체크되는 데이터이다.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으며, 광고 데이터를 광고 관점에서만 생각하지 않을 때, 어쩌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노하우가 쌓일 때쯤, 빅데이터스럽게 충분한 데이터가 쌓인다면, 그 다음은 ‘패턴’을 찾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여기까지 우리가 찾은 패턴은 앞서 선택했던 특정 산업, 그것도 한 브랜드에 국한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 똑같은 작업을 여러 브랜드와 산업에 시행해야 한다. 그렇게 부딪히다 보면 처음 찾은 결과, 패턴이 수정되고 보완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공통 적용 가능한 패턴과 업무 프로세스가 완성된다.

패턴과 프로세스가 완성되면, 누구나 비용을 지불하면 접근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구현한다. 그리고 그 솔루션에 많은 사람들이 접속해서 흔적을 남기면, 솔루션이 아닌 플랫폼이 되고 커뮤니티가 되며 새로운 영업 자원이 된다. 플랫폼이 되면 그 순간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질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대체로 이렇게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말이 쉽지”

맞다. 어려운 일이다. 누구도 쉽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 다만,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되는 것이며, 어렵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아직 그려보지 않았던 모습이기 때문이라 어쩌면 다행인 것이다. 우리가 타기팅에서 매번 얘기하는 “~세대”의 ‘세대’ 기준은 30년이라고 하며, 산업혁명은 근 100년마다 소리 소문 없이 일어났는데 4차 산업혁명만 유일하게 미리 기다리고 있다고 하며, 또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5천 일마다 세상이 변한다고 한다. 변곡점에 있다는 건 분명 흥미로운 일이지만, 어려운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결단이 부담스럽기는 누구나 매한가지다.

아직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서로 응원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늦은 것 같다”는 푸념이 곧 여기저기서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위해 지금은 차분히 준비하되, 충분히 조급해야 한다.

 


박경하 엠포스 빅데이터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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