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로고 비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니스프리 로고 비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박경하
  • 승인 2023.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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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재미있는 분석을 했던 사례가 있어서 가볍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니스프리(innisfree)’라는 뷰티 로드샵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분석한 내용이다.

2000년 아모레퍼시픽이 저가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론칭한 ‘이니스프리’는, 당시만 해도 낯선 개념이었던 “자연주의” 콘셉트를 최초로 내세웠다. 로드샵 매출 순위 5~6위로 시장에 등장한 이후, 2009년 제주도를 연계한 마케팅이 성공하며 터닝포인트를 맞았고, 급기야 2015년 더페이스샵을 제치고 로드샵 분야 1위를 달성했다. 게다가 2016년에는 중국 진출에 힘입어 역대 최고 매출액인 1조원을 돌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니스프리의 성공 사례를 발판삼아 ‘자연주의’를 내세운 브랜드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올리브영, 왓슨스 같은 H&B(헬스 앤 뷰티) 드러그 스토어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이니스프리를 포함한 로드샵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에 이니스프리는 2018년 10월 기존에 도안이 들어가 있던 로고를 심플한 ‘서체’ 타입으로 변경함으로써 변화를 도모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20년 코로나가 닥치며 다른 브랜드들처럼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런데, 코로나가 불러온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외출에 제한을 받은 사람들은 한층 더 온라인 쇼핑에 집중했고, 이를 계기로 많은 브랜드들이 모니터 화면에서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로고를 ‘고딕체(산세리프)’로 바꾸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니스프리 역시, 2023년 2월 약 5년 만에 또 다시 로고를 변경했다.

그런데 SNS 상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의외로 “지나치게” 냉담했다. “로고 왜 바꿈?” “너무 못생겨서 충격” “모더나 스티커 같음” “자연친화적인 이미지가 사라진 듯” “풀잎 같은 느낌이 깔끔하고 좋았는데” “기존 로고가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었는데” 등등 이니스프리가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는 브랜드였나 싶을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누가보면 애플이 로고를 사과에서 바나나로 바꾸기라도 한 줄 알겠다.

이례적인 거친 반응에 로고 변경을 제안하고 추진한 담당자는 당혹스러울 수 있겠지만, 반대로 보면 이제야 비로소 이니스프리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아닌가도 싶다.

첫 째로, 이니스프리가 가치로 추구했던 ‘자연주의’가 소비자 인식 상 제대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둘 째로, ‘자연주의’라는 추구 가치가 그동안 로고에 잘 베어 있었다는 증거도 된다. 셋 째로, ‘자연주의’라는 본질적 가치와 이를 반영한 ‘로고’가, 유사한 느낌과 가치를 담은 브랜드들과도, 확실한 차별점으로 소구되고 있었다는 증가까지 된다. 예상컨대, 그동안 이니스프리 내부에서 진행했던 어떤 마케팅 조사에서도 이런 확실하고 실제적인 대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니스프리의 로고 변경에 소비자들이 발끈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폰트 타입에 기인한다. 이니스프리(Innisfree) 로고 중 글자 “F”에 대한 디자인 변천사를 보면, 처음에는 소비자 말대로 ‘풀잎’ 모양이었다가, 2018년 변경 시점에는 소문자 “f”로 바뀌었고, 최근 2023년 변경 시점에는 대문자 “F”로 바뀌었다. 추론해보면, 소비자에게 각인된 ‘자연주의’라는 가치의 원천은 론칭 초기의 풀잎 디자인이었고, 2018년 변경된 후에도 소문자가 여전히 그 느낌을 어느 정도는 살려주고 있었지만, 최근 로고 전체가 대문자로 바뀌면서 각인된 자연주의를 희석시킨 것이다. 소비자는 ‘free’에서는 자연을 읽었지만, ‘FREE’에서는 공짜를 연상하기까지 했다.

지금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이런 이유들을, 과연 로고를 바꾸려던 시점에 짐작조차 할 수 있었을까?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로고 색상을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자고 하면 첨예하게 대립했을 테지만, 소문자 ‘innisfree’를 대문자 ‘INNISFREE’로 바꾼다고 해서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까 싶었을 것이다.

브랜드 로고와 콘셉트를 전반적으로 바꾸는 리브랜딩, 리포지셔닝의 목적은 대외적으로 변화를 예고하고 선포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 몇몇 기사를 살펴보니 이니스프리의 경우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라고 하며 실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 반응이 다소 차갑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내부 대응을 고민할 만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

나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에는 동의한다. SNS 상에서 언급된 내용의 톤앤메너를 보더라도 불매로 이어질만한 움직임은 아니다. 다만, 비판 이면의 애정은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왜 다른지, 어떻게 달랐는지를 얘기해주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잘 듣고 있다는 말을 한 마디 해준다면 어떨까.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관계(Relevance)를 설명할 때 최고 지향점을 bonding, 즉 유대감이라고 부른다.

유대감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고, 온라인 소비 관점에서 얘기하면 내가 산 브랜드를 ‘옹호(Advocate)’하는 집단을 말한다. 브랜드 로고가 바뀌어서 싫다, 예전 로고가 더 좋다는 말의 면에는 내가 너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말의 반증이다. 작은 움직임으로라도 기회를 만드시길.

끝으로, 해당 분석이 담긴 보고서는 엠포스 데이터랩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전문을 볼 수 있다.

 


박경하 엠포스 빅데이터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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