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왜 온라인 커뮤니티 사연을 기사로 옮길까

언론은 왜 온라인 커뮤니티 사연을 기사로 옮길까

  • 박경하
  • 승인 2023.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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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더쿠, 네이트판, 클리앙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늘 갖가지 사연이 올라온다.

누가 아파트 주차 자리를 두 칸이나 차지했다거나, 배달한 음식을 문 앞에 두고 가서 다 식었다든가, 배우자와 싸웠다든가, 축의금을 얼마나 해야 할지 모르겠다든가 등의 다양한 하소연은 물론, 없는 살림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선행을 베풀었다는 이야기, 이웃 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로 온정을 나눴다는 이야기 등 훈훈한 감동 스토리도 가득하다.

어떤 이야기들은 읽고 그대로 소멸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얻어서 단순히 화제가 되기도 하고, 일부는 공론화되어 정책 마련에 도움을 주거나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온라인 커뮤니티는 명실공히 현대판 소문의 발원지다. 댓글과 공유, 캡처 기능의 진화 덕분이다. 과거의 우물가나 빨래터에서 양산되던 것과 다른 점은, 첫째, 남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주로 한다는 점이고, 둘째, 나와 전혀 무관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듣는다는 것이고, 셋째,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며, 넷째, 언제든 삽시간에 사회적 이슈로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커뮤니티 내에서만 소비되던 사연들이 ‘언론 기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커뮤니티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기자의 화려한 글솜씨를 입힌 제목은 클릭을 유발하고, 사연과 댓글을 버무려 작성된 기사는 또 다른 댓글을 유발한다. 본격적으로 사회적인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게시물 중에서 언론이 선택한 사연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해 봤다. 먼저, 데이터 수집 기간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의 3년 반 동안이었고, 해당 기간 온라인에 게시된 언론 기사 중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 원문을 수집했다. 거기에 더해 순수하게 ‘사연’을 담은 기사들을 추리기 위해 정치 이슈나 연예계 이슈,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이슈 등은 모두 소거했다.

최종 분석에 활용한 기사량은 16,347건이었는데, 이 중 2020년의 기사량은 1,559건, 2021년에는 5,071건, 2022년에는 5,605건, 2023년 6월까지의 기사량은 무려 4,112건이었다. 2020년 대비 2021년 커뮤니티 기사량이 2.25배 증가한 것이다.

대부분의 기사 작성 방식을 보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최초 게시 내용을 요약하고 그에 대한 찬반의 댓글을 한두 개씩 덧붙이는 방식이었으며 기자의 의견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가십(Gossip)이었다.

다양한 내용이 다뤄졌지만, 메인 주제들은 몇 가지로 압축되었다. <배달 음식을 두고 대립하는 배달원, 점주와 주문자>,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차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이웃들>, <연인, 부부 관계에서의 대립>, <시댁과 처가댁 문제> 등.

메인 주제들을 통해 예상 가능하듯이 기사에서 가장 많이 작성된 단어는, “논란”이었다. 한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는 사연보다는 양쪽의 의견이 팽팽한 사연을 주로 택한 것이었다.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도 많게는 1만 개 내외가 달렸고, 커뮤니티 때보다 한층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그런지 첨예했다.

또 커뮤니티 게시물을 기사로 활용한 언론사 수는 80여 개에 달했는데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사를 가장 많이 낸 언론사는 1년 동안 약 300개 이상의 커뮤니티 기사를 썼는데 대략 계산해 보면 0.8일 만에 한 번씩 기사를 쓴 꼴이다.

언론은 왜 이런 갖가지 사연들을 기사로 옮기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 조회수가 높고 댓글이 많이 달렸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검증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상술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냥 두면 잊힐 뻔한 사회적 약자의 호소를 과감하게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공론화시키는 것 또한 언론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러한 순기능은 누군가에게는 실낱 같은 희망일 것이다.

또한 어쩌면 이런 소소한 일상의 사연들이 사건사고 가득한 세상에서 단비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포털사이트에 걸린 여러 기사를 훑다 보면, 묘하게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듯 밸런스가 유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왕 이렇게 매번 기사로 실릴 거라면, “논란”이 아니라 “훈훈한” 소식을 많이 전하는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시국을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전례 없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정쟁은 계속되고 있고, 대형참사까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분석 결과가 담긴 보고서 전문은 엠포스 데이터랩 사이트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박경하 엠포스 빅데이터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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