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젬, 보기 드문 “쾌속 성장”의 비밀 파헤치기

세라젬, 보기 드문 “쾌속 성장”의 비밀 파헤치기

  • 박경하
  • 승인 2023.08.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년 세라젬(CERAGEM)이라는 회사가 ‘바디프랜드’를 제치고 매출 1위에 등극했다.

이 단 한 줄이 놀라운 이유는, 세라젬의 매출 상승세가 극적이기 때문이다. 2019년 1,500억, 2020년 2,200억, 2021년 5,300억, 그리고 2022년 6,400억대 달성.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졌던 2021년을 기준으로 보면 전년 대비 무려 140% 이상 증가했다. 참고로 동시기 바디프랜드의 매출 증가폭은 8% 수준이었다.

세라젬이든 바디프랜드든, 누워서 받는 제품이든, 앉아서 받는 제품이든 ‘전신마사지기’ 제품들은 거의 수 백 만원대로 비싸고 크기도 커서 쉽게 구입을 결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냉장고처럼 필수 품목도 아니니 소비층이 한정되어 있고, 고장 났다고 새 제품을 사는 것도 아니니 교체 수요가 보장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매출이 늘어나려면 그만큼 새로 살 사람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점진적 성장이면 몰라도 2~3년 내 발생한 일이라니 이례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지금부터 빅데이터를 통해 파헤쳐 본 내용들을 풀어 보려 한다.

세라젬의 최근 쾌속 성장을 들여다보려면 3가지 시장을 함께 봐야 한다. 첫째, 건강관리 시장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나 태도가 코로나19를 거치며 달라졌을 수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아무리 비싼 가격이라도 응당 치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둘째, 렌탈 시장이다.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었을 수 있다. 셋째, 안마의자(전신안마기) 시장이다. 갑자기 필요성이 높아졌을 수 있다.

하나씩 짚어보면, 우선 건강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높아졌다. 그리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연령층 중심에서 2030대 등 저연령층으로 확대되었다. 이전의 건강이 다이어트, 스트레스 완화, 미세먼지 등과 밀접했다면, 코로나 이후의 건강관리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 증진과 유지가 목적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평소의 건강관리가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다는 걸 경험한 뒤로 우리는 건강관리를 위해 지불하는 돈이 아깝지 않게 되었다. 렌탈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기존의 렌탈 수요가 일시불 구매에 대한 부담, 렌탈 시 영업사원의 구매 혜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구독 행위의 확산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 거리감이 조금 좁혀진 것 같다. 단, 렌탈 시장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제 상황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엔데믹 이후에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추세를 논하기는 다소 어렵다. 마지막으로 안마의자(전신안마기)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늘어났다. 명절 때 드리는 효도 선물 시장도 있고, 남편의 출산 선물 시장도 있고, 심지어 신혼가전 리스트에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마의자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첫째, 구입 대상이 넓어졌다. 선물 용도에서 나를 위한 구입으로, 고연령층에서 30대 이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두번째는, 일상적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늘고 있다. 허리가 안 좋거나, 목이 결리지 않더라도 “갖고싶다”는 의견이 훨씬 더 많다. 대중화의 길로 가려면 필요에 따른 구매가 아닌, 그냥 갖고 싶은 수요가 많아져야 한다.

정리하면, 건강관리에 한층 더 관심이 많아진 소비자들이 장기간의 렌탈도 상관없다며 고가의 안마기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알겠는데, 그게 왜 세라젬으로 몰렸을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웰카페’라는 오프라인 체험 매장의 성공일 것이다. 웰카페는 커피를 마시면서 세라젬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아마도 전국에 130개 이상의 매장이 있는 듯하다. 체험 매장이라고 하면 직원이 달려 들어서 구구절절 제품 설명을 하고 계약을 종용할 것 같은 부담이 있지만 웰카페를 다녀온 후기들을 보면 다행히 카페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입소문을 타고 동네 힐링카페로 자연스럽게 포지셔닝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세라젬 제품 구입을 고민하는 내용을 보다 보면, 한가지 더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세라젬과 안마의자 중 어떤 게 좋을까요?”같은 내용이다. 세라젬은 안마의자가 아니라는 것인가? 보통 비교는, 브랜드 간에 한다. 갤럭시와 아이폰, 티빙과 웨이브, 삼성과 엘지. 그런데 소비자는 지금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비교하고 있다. 소비자 생각에 세라젬이 안마의자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세라젬의 주요 제품인 V시리즈를 보면 누워서 하는 온열 마사지기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차라리 ‘온열 마시지기’와 ‘안마의자’를 비교했어야 하지 않을까?

세라젬이냐 안마의자냐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브랜드의 독창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안마의자에 견줄만한 ‘이름’(카테고리명)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쪽이 휴대폰이면 저쪽은 태블릿이고, 이쪽이 콜라면 저쪽은 다이어트 콜라라도 되어야 한다. 심지어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지만 한 쪽은 우산이고 다른 한 쪽은 양산이 아니던가.

우리가 둘 중 하나를 놓고 고민한다면 둘 다 이름이 있어야 편하다. 이름 만으로 제품의 특성, 장단점을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며 그를 통해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 없다면 그게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번거로움은 무의식적인 거부로 이어지기 가장 쉬운 감정 상태다. 실제로 세라젬에 대한 언급 내용을 보다 보면 “안마의자? 안마기? 온열기? 그거 세라젬”이라는 버벅임이 허다하다.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습관적으로 사용한 언어 표현이 우리의 이데올로기를 지배한다. (중략) 새로운 틀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싶을 때 새로운 언어 표현부터 고민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라젬도 어서 소비자 친화적인 이름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분석 결과가 담긴 보고서 전문은 엠포스 데이터랩 사이트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박경하 엠포스 빅데이터실 실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