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Insight(인사이트)의 실체

지긋지긋한 Insight(인사이트)의 실체

  • 박경하
  • 승인 202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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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ohan Makhecha / Unsplash
사진: Rohan Makhecha / Unsplash

어떤 강의에서 한 학생이 질문을 쏟아냈다.

“인사이트라는 게 무엇인가요? 어느 정도 해야 인사이트가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요즘 학생들은 참 똑똑하다. 강연장에서 질문을 듣다 보면 현업에서 하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미안하지만 나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이제껏 알아본 내용을 조금이라도 풀어보면 아마도 누군가의 고민에 작은 단서 하나쯤은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몇 가지를 정리해 보려 한다.

처음 해야 할 일은 언제나 단어의 어원을 찾는 일이다. 어원은 먼저 고민한 사람들의 결론을 엿보는 일이니까. Insight라는 말의 어원은 "안쪽을 들여다본다"는 의미다. 한자로 하면 "통찰력"인데, 통찰의 ‘통’이 골짜기, 동굴을 뜻하고 ‘찰’이 살피다는 뜻을 지녔다. 참고로 ‘통’은 마을이라는 뜻도 있는데, 마을을 뜻할 때는 통이 아닌 ‘동’으로 부르고, 동사무소의 ‘동’과 같은 한자다.

그러니까 통찰은 "골짜기를 살피다"라는 뜻이고, 보이지 않는 깊은 곳까지 자세히 살핀다는 의미가 되니, ’현상을 꿰뚫어 본다’로 해석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영어나 한자 모두 미래가 아닌 ‘현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상황이 갖는 의미를 진단해야 인사이트가 된다. 어떻게? 남들이 얘기하지 않은 내용을. 그 분야에 박학다식한 사람도 무릎을 칠만큼. 꽤 논리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질문이 너무 모호하니 조금 좁혀보자. 인사이트는 발견하는 것일까? 발견되는 것일까? 물론 답은 둘 다이다. 다시 질문을 바꿔보자. 인사이트는 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을까?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발견하는 것과 발견되는 것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발견하는 것이 내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거나 궁금함을 가지고, 즉 질문이 있는 상태에서 도출해낸 결과라면, 발견되는 것은 “유레카!”, 의도하지 않았으나 어떤 과정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 전제를 가지고 다시 질문해 보자. 인사이트는 발견할 확률이 높을까? 발견될 확률이 높을까? 발견할 확률이 높다. 그럼, 발견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남다른 가설과 관점이다. 예전에 여론조사를 한창 할 때, 선배들이 해주던 얘기가 있다. “데이터 분석은 질문지를 짜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남들과 똑같은 질문을 하면서 유레카를 외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다른 가설과 관점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우선은 내가 가진 데이터의 특성과 한계를 정의해야 한다. 데이터로 볼 수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생성 원인과 배경, 구조를 알아야 한다. 다음은 당연히 분석하고자 하는 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이해’는 산업의 특성을 넘어 최근의 동향, 트렌드까지 폭넓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분석하려고 하는 산업을 전혀 다른 산업이나 이론과 비교해보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 동네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옆 동네도 보고 앞 동네도 보자는 것이다. 생각을 다르게 하려면 가장 먼저 생각의 기준을 자꾸 옮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야 한다. 인사이트라는 것은 결국 듣는 사람 입장에서의 새로움이다. 내가 분석한 결과에서 상대가 뻔하다고 생각할만한 내용을 하나씩 제외하는 게 인사이트를 찾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가설과 관점에 따라 인사이트를 찾은 이후에도 중요한 것이 있다.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다. 듣는 사람이 새롭게 느끼려면 내가 하는 얘기를 워밍업부터 잘 따라와야 한다. 데이터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내 얘기를 듣게 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내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데이터가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쉽게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참 어렵다. 이미 내가 아는 가장 쉬운 단어도 전문 용어로 도배되어 있어서 내 기준에서는 도무지 뭐가 쉽고 뭐가 어려운지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좋은데 예를 들어도 꼭 상대방이 싫어할만한 숫자나 도형을 활용하니 Insight가 아니라 Out of Sight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나에게는 양자역학이나 환율 같은 게 그렇다. 정말 쉽게 설명했다는 영상이나 블로그 글들을 봐도 머리에 각인되는 게 별로 없어서 때 되면 꼭 한 번씩 찾아보게 된다.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 이해가 안 되면 이번 생은 틀렸다고 생각하라는 진행자의 말에 가슴 한 켠을 부여잡다가, 내가 하는 말도 혹시 저렇게 잘 안 들려서 인사이트가 없다고 느껴지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었다.

데이터 분석은 분석 못지않게 전달이 매우 중요하다. 분석 결과가 좀 더 논리적이어야, 혹은 좀 더 고급 분석이어야 인사이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대신, 작은 결과라도 잘 전달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개발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인사이트가 없어도 인사이트가 없다는 얘기를 듣지만,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인사이트가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박경하 엠포스 빅데이터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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