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컬 마케팅 이모저모 1] ‘그’ 지역 사람만 이해하는 광고

[일본 로컬 마케팅 이모저모 1] ‘그’ 지역 사람만 이해하는 광고

  • 윤지원 대학생 기자
  • 승인 2024.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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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서 대표 간장 브랜드, 전통과 지역 유대감을 활용한 로컬 마케팅
과거 CM송을 재활용한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옥외 광고 캠페인

[ 매드타임스 윤지원 대학생 기자] 연말연시가 되면 유독 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성큼 다가오면 몸과 마음이 한층 더 지친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부모님이 해준 푸근하고 맛있는 고향 음식이 생각난다.

일본의 한 간장 브랜드가 추운 겨울, 보기만 해도 집 떠난 이들의 눈물을 훔치게 하는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바로 일본 효고현 다츠노시에 본사를 둔 관서 지역 대표 간장 브랜드 “히가시마루(ヒガシマル)”다.

히가시마루는 2023년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일본 도쿄도 도에이 오에도선 롯폰기역 승강장에서 개찰구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 창의적인 옥외광고를 설치했다.

히가시마루 옥외광고 모습, 출처 : PR EDGE
히가시마루 옥외광고 모습, 출처 : PR EDGE

이 광고는 “관서 지역 사람이라면 따라 부를 수 있는 광고. 관동 지역 사람도 같이 부를 수 있어요?”라는 문구로 시작해 “기츠네(유부), 츠키미(계란), 덴푸라(튀김), 오니쿠(고기), 나베야키(전골)” 등 따뜻한 전골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단순하게 나열한 것이 특징적이다. 이 옥외 광고에 들어간 문구는 히가시마루가 4년 전에 제작한 ‘히가시마루 우동 스프’ 영상에 나온 것을 재활용했다.

히가시마루 우동 수프, 출처: 히가시마루 공식 HP
히가시마루 우동 수프, 출처: 히가시마루 공식 HP

히가시마루 베스트셀러 제품인 ‘히가시마루 우동 수프(ヒガシマルうどんスープ)‘는 관서 지역 사람 집에는 꼭 하나씩 장만할 정도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다. 즉, 지역민에게는 겨울철 따뜻한 추억과 지역의 요리 정체성을 상징하는 ‘소울푸드’와도 같은 것이다.

이 광고는 브랜드가 가지는 강력한 소울푸드 파워를 활용하여 고향 정서를 녹여냈다. 별도로 옥외 영상 광고 제작 없이도, 과거 CM송과 연결된, 단순하지만 의미있는 메세지를 통해 효율적으로 브랜드를 재각인 시켰다.

히가시마루 옥외광고 모습, 출처 : PR EDGE
히가시마루 옥외광고 모습, 출처 : PR EDGE

또한, 관서 지역과 관동 지역의 우동 식문화 차이에 대해 만화 형식의 옥외 광고도 포함했다. 광고에는 “우리 지역은 대부분 집에 히가시마루 우동 수프가 있다.”, “토요일 점심은 무조건 우동이다.” 등 지역 고유의 생활 방식과 정서를 재치있게 반영했다. 두 지역의 식문화를 비교하며 관동 지역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관서 지역 사람들에게 친근한 메세지를 전달했다.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CM송을 재활용한 것은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강력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히가시마루는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 지역과의 유대감을 존중함과 동시에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펼쳤다. 즉, 감성적 연결, 지역 문화 반영, 그리고 비용 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주요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된 것이다.

향토 음식은 그 지역의 모든 것이 투영돼 있다.

히가시마루는 관서 지역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브랜드이기에, 추운 날 집 떠나 타지(도쿄)에서 고생하고 있을 고향 사람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격려하고, 언제든 고향으로 돌아와 “우동 한 그릇 하라”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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