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찾아오는 광고 맛집을 만들겠습니다", 은명희 애드리치 대표

[인터뷰] "찾아오는 광고 맛집을 만들겠습니다", 은명희 애드리치 대표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1.06.2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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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 광고인의 비전은 무엇일까?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 그리고 자신의 광고철학을 펼칠 수 있는 경영자가 되는 것 아닐까? 국내외 광고제에서 수상하고, 성공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면, 누구나 전문가로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경영자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싶지 않다. 특히 인하우스 에이전시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

많은 광고제에서 수상하고, 성공 캠페인을 만들어냈던 애드리치 은명희 상무가 올 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하우스 에이전시 여성 대표다. 크리에이터 출신의 여성 대표를 맞은 애드리치의 광고 캠페인이 세련되어지고 가벼워졌다는 평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은명희 대표로부터 애드리치의 강점과 비전, 그리고 광고에 대한 생각 등을 들어본다.

지난 2월에 애드리치 신임 대표로 선임되셨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대표로 선임되셨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인하우스 에이전시 최초로 여성 대표로 최고 경영자로 선임되셨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먼저 감사합니다. 3개월 지났는데 3년은 지난 것 같네요. 세상 극한직업이 CEO라는 걸 경험한 시간이었어요. 흔치 않은 여성 대표에, 더 흔치 않은 크리에이터 출신으로서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제일 크더라구요. 결정할 일도 많아서 왜 중책이라 하는지, 자리의 무게, 도장의 무게를 하루에도 열두번씩 느끼며 걱정과 열정의 롤러코스터를 열심히 타고 있습니다. 심쿵과 심쫄 사이 감정들이 꾸덕꾸덕해지면서 이젠 한번 덤벼봐라. 그런 느낌? 슬슬 재미지고 있어요.

 

이번 은대표님 대표 선임은 상당히 고무적이고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의 반응도 좋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안정적인 성장을 해온 애드리치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꽤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회사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광고회사는. 우리한텐 공장, 기계, 설비 이런거 없잖아요? 자본도, 투자대상도 미래도 오직 사람이니까요. 

다같이 모여서 치열하게 회의하고 밤새서 PT 준비하고 또 다음날 으쌰으쌰 할 수 있는 힘. 사람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경영은 좋은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치열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성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조직에는 IQ, EQ처럼 MQ(Meaning Quotient)가 있다잖아요? 조직의 MQ를 높여서 의미 있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CEO의 역할인거구요.

그렇게 한 사람 한사람의 성장이 모여 회사도 같이 성장하고, 회사가 성장하면 개개인도 혜택을 받으며 따라서 성장하는 것.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그래왔던 것처럼요.

애드리치는 오뚜기 계열사로 상당히 탄탄한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잘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애드리치는 어떤 회사인가요? 애드리치 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애드리치하면, 많은 분들이 안전성과 함께 오뚜기를 꼽아주세요. 근데 실상 오뚜기 물량은 30% 정도고 다른 클라이언트가 70%에요. 매번 치열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수주하고 승률도 꽤 높은 편입니다. 올해만해도 쟁쟁한 대행사들과 경쟁하여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흑미차 등 광동제약의 음료 품목을 수주하였고 장수돌침대도 수주했어요. 창립 때부터 린나이, 제일약품, 대원제약 등의 광고를 맡고 있고, 신한은행이나 수협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한돈, 한우자조금 등 공공기관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클라이언트를 모시고 있습니다.

강점이라고 하면 창립이래 지난 16년 동안 소비재 광고를 주로 해왔으니, 감히 소비자를 가장 잘 아는 광고회사라고 자부해요. 저희 회사 클라이언트의 특징은 대부분 B to C 소비재라는 점이에요. 오뚜기만 해도 식품부터 라면 제과에 이르기까지 제품이 얼마나 많아요? 타깃이 어린이부터 주부, 청소년, 혼족, 홈족, 중장년층, 실버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하죠. 그들을 타깃으로 그간 찍은 광고물만 450여편이 되고 그와 함께 축적된 소비자 조사 데이터들도 200여회 되니 요즘처럼 데이터가 중요한 시대에 소중한 핵심역량이자 자산이 되었죠. 이는 팔리는 광고 노하우의 근간이 됩니다.

저희는 판매와 직결되는 광고를 만듭니다. 주로 광고탄력도가 높은 소비재 제품이다보니 그 효과가 매출로 바로 나오거든요. 오뚜기의 경우, 초창기에는 온에어 하고 제품이 안 나가면 2~3주 만에도 바로 내렸어요. 그 시대에 나름의 퍼포먼스 광고였던거죠. 혹독하게 훈련받아서 이제는 팔리는 광고의 문법을 자체적으로 터득하게 되었어요. 특히 먹거리 광고에 있어서는 독보적이라고 자부합니다. 저희의 수상실적만 봐도 Effie Awards나 Stevie Awards 같은 마케팅 성과로 인정받는 상은 매년 휩쓸고 있어요.

 

애드리치는 창립 기념일 마다 광고 마케팅 관련 서적을 발간하고 있는데요. 무슨 의미가 있나요?

창립 첫 해부터 내려오는 전통인데 우리 회사 1대 사장님께서 광고산업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신 분이세요. 실제 광고산업협회장도 역임하시면서 성과도 많았는데 우리 회사가 광고산업 발전에 일조하는 방법을 고민하셨고 그 일환으로 책을 발간하는게 시초가 되어 16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년 11월 1일 창립기념일에 책을 발간하면 우리 마케팅연구소에서는 다음해 책 주제에 대한 조사를 바로 들어가게 됩니다. 가장 적확하고 시의적절한 주제를 찾기 위해서 말이지요. 실로 1년의 준비기간이 걸리는 셈인데 클라이언트분들이나 광고 마케팅업계 선후배님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얻으셨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되요.

올해는 살짝 말씀드리면 포스트코로나에 관한 주제에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애드리치의 캠페인은 반짝이는 크리에이티브 보다는 소비자에 집중, 상당히 안정적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크리에이터인 은대표님의 취임에 따라 애드리치의 캠페인이 조금 변하지 않을까 예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취임할 때 임직원들한테 한 말이 있어요.

"우리 회사 최고의 영업사원은 '콘텐츠'다. 찾아오는 광고 맛집을 만들자."

크리에이터 출신 대표는 크리에이티브로 승부할 수 밖에 없잖아요? 줄서서 먹는 맛집들 보면 손님들이 제발로 찾아오듯 우리 광고도 그래야죠. 그게 TV 콘텐츠가 되든, 바이럴 콘텐츠가 되든요. 다만 광고물만 반짝하는 광고, 멋과 힘만 잔뜩 들어간 광고는 가장 경계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길비 철학이 있어요. “We sell, or else” 팔리지 않면 광고가 아니다.

광고는 태생적으로 광고주의 비용이잖아요? 귀하고 소중한 마케팅 비용. 

그 영광이 광고인에게 돌아가는게 아니라 광고주의 지갑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안정적이라는 말보다는 '제품을 팔게 하는 화법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실제로 저희랑 일해본 클라이언트들은 아시겠지만, 저희가 광고한 브랜드들은 시장이 응답을 해줍니다.

새로운 트렌드나 미래 및 디지털에 대해서 애드리치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요즘 시대의 변화는 선택의 화두라기보단 생존의 화두죠. 

제품을 팔기 위한 방법으로써 새로운 일들을 많이 도모하려고 해요. 데이터, 그로스해킹 등은 기본이고 이커머스나 미디어커머스에도 관심이 많구요. 다만 회사내 자체 역량을 키워야할지 M&A를 해야할지는 고민이이에요.

아무튼 클라이언트의 발전과 임직원들의 성장, 회사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기회가 닿는 한 새로운 뻘짓은 계속 해 볼 생각입니다.

 

애드리치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광고 뿐 아니라, 브랜드가 필요로 하는 A to Z 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에요. 

변하지 않는 우리만의 핵심역량인 아이디어를 무기로 말이에요. 세상의 변화에는 열려 있되, 우리 안에 변하지 않는 것은 붙잡고 있을 것. 디지털 광고는 나날이 발전하고 미디어의 확장도 지속될 것이고 그럴수록 핵심역량인 아이디어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광고계가 힘든 상황이라고 광고인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광고인의 자부심도 많이 떨어졌구요. 우리 광고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일을 하다보면 두 부류의 후배들이 있어요. “해볼까”파와 “아닌거 같은데”파. 

과정이나 결과, 어느쪽이 더 성과가 좋을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죠. 한치 앞도 예측못하는 이 때야말로 이 '해볼까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그걸 요즘말로 애자일(Agile)이라고 한다면, 발빠르게 시도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거죠. 

예전부터 광고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던 사람들이 이끌어왔어요. 아무리 환경이 바뀌어도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믿어요. 자부심을 잃지 말고 현재 하는 일에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봤으면 좋겠어요. 잘 되면 멋진 솔루션인거고, 잘 안되면 좋은 경험인거죠.

 

광고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광고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우리가 아는 건, 우리 광고인은 항상 맨 앞에서 답을 찾아왔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것.

변화의 파도는 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파도를 맞이하고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

후배님들께 감히 조언이라고 하기엔 주제 넘지만 변화의 파도에 같이 올라타봐요. 아이디어라는 보드를 타고 새로운 바다위를 신나게 질주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겠죠? 누구보다 치열하게 나아가고 있을거에요. 우리 광고인의 피는 언제나 뜨거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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