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페라와 마케팅의 만남 기대해주세요", 홍성욱 하바스코리아 前회장

[인터뷰] "오페라와 마케팅의 만남 기대해주세요", 홍성욱 하바스코리아 前회장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1.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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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1973년 제일기획을 통해 광고계에 입문하고 광고회사에서만 40여 년 이상 근무하고 지난 2004년에는 국내 광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광고인이 창작 오페라 총괄 기획자로 나서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홍성욱 하바스코리아 전 회장, 유로넥스트 명예회장이다.

오페라는 독창, 듀엣, 합창, 관현악과 무용 등이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오페라, 특히 창작 오페라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창작 오페라는 나라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재 직면한 오페라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홍회장은 광고인으로서의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오페라 총괄 기획에 나선 것이다. 

원로 광고인이 이야기하는 오페라, 그리고 오페라와 마케팅의 만남에 대해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우리나라 광고계의 대표적인 광고인이신데 갑자기 오페라, 그것도 창작 오페라 <시간 거미줄> 총괄기획을 맡으셨습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갑자기는 아닙니다. 저는 평생을 광고인으로 살아왔으나 10여 년 전부터 젊은 예술 단체들을 후원하고 그들의 예술작품에 기획, 자문, 마케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가들과 예술 단체들의 작품에 참여해 왔습니다.

때마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2021년 올해의 창작 오페라로 1년간의 3단계 과정을 걸친 치열한 경쟁 끝에 총 28편 중 ‘시간 거미줄’이 선정되었고 전막 공연 국가 후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최고 권위의 국가 선정작 오페라입니다.

그런데 창작 오페라는 초연부터 초기 몇 년간 소신 있고 과감한 투자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음악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떻게 브랜딩 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 오페라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K-Opera로서 또 다른 국력이 될 수도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2022년 2월에 초연을 올려야 하고, 이후 우리 오페라의 차별화 전략과 나아가 세계시장을 겨냥한 방향과 목표 등 제반 현안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현재의 상황입니다.

이러한 과제가 저의 그동안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오페라와 광고마케팅”을 접목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간 거미줄>은 어떤 오페라입니까?

<시간 거미줄>은 작곡가 이지은 교수의 음악이 김재청 작가의 오페라 대본과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동서양 음악의 조합과 시대를 넘나드는 극적이고 유려한 장면 전환을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2020년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을 수상한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김선국제오페라단’이 제작을 맡았습니다 지휘는 이태리의 오페라 전문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Carlo Palleshchi)를 선정했습니다.

아울러 <시간 거미줄>은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아리아, 듀엣, 대규모 합창으로 꾸며지는 그랜드 오페라로 규모와 함께 웅장함으로 관객들을 공연에 흠뻑 빠지게 하는 뛰어난 작품입니다.

조선 시대에 그것도 양반 집안의 규수인 아름다운 미선이 프랑스의 귀족 가문 쥬베르 중위를 운명적으로 만나, 낯선 이국의 남녀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오페라 스토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쇄국 정치의 조선 말기에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착상으로 스토리텔링을 엮어나가는 크리에이티브한 어프로치가 참 좋습니다. 뛰어난 창작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구체적으로 19세기 중순 이후 유럽의 패권을 노리는 프랑스와 어수선한 조선 말기의 사회상이 겹친 시대를 무대로 합니다. 조선 강화도를 지키는 양헌수 장군의 딸 미선과 푸른 눈을 가진 프랑스 귀족 가문의 쥬베르 중위에게 기적적으로 찾아온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프랑스와 조선 사이 전쟁 속에서 싹튼 슬픈 사랑 이야기죠. 이들의 사랑과 아픔, 이들의 용기와 극적인 도전, 이들이 겪는 무서움과 두려움, 어두운 시간과 상처 속에서 가장 순수하고 고귀한 미선의 사랑과 용서, 그리고 희생을 통한 뜨거운 마음의 삶을 보게 됩니다.

김선 단장, 카를로 팔레스키 지휘자, 홍성욱 회장 (왼쪽부터)
김선 단장, 카를로 팔레스키 지휘자, 홍성욱 회장 (왼쪽부터)
홍성욱 회장, 이지은 작곡가, 김재청 작가 (왼쪽부터)
홍성욱 회장, 이지은 작곡가, 김재청 작가 (왼쪽부터)

그런데 <시간 거미줄>이라는 제목처럼 시간 설정을 의미 있게 했다면서요?

예. 오페라는 이중 시간과 공간을 관객에게 설정했습니다. 동시 시점에서 뒤틀린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창작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죠. 

1903년 자유와 평등, 박애의 프랑스 파리 법정을 현재 시점으로, 1866년 조선 말기의 인천 강화도를 과거의 시점으로 설정했습니다. 침략과 전쟁의 역사, 그 속의 용서와 사랑만이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음을 오페라에서 표현하는데,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 음악과의 적절한 조화가 매우 돋보입니다. 프랑스의 국민파 음악인 생상스는 동양적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생상스 음악 중 후기의 여러 음악이 동양적 색깔을 띠고 있었는데, 음악적으로 동양의 음악과 만나는 지점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존경의 마음을 갖고 오페라에 담았습니다.

생상스의 음악을 담으셨다고 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시간의 거미줄> 음악은 어떤가요?

<시간 거미줄>이라는 제목 아래 다른 연대를 같은 시간에 전달하는 음악의 조직적 연결 구성이 돋보입니다. 주인공의 사랑 속에 담긴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 이 오페라 안에 담겨져 있습니다.

“시간 거미줄‘은 2막, 150분, 총 40개의 보컬 넘버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듀엣, 매혹적인 아리아, 트리오 등이 합창곡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2중 시간대를 연결합니다. 2관 편성의 50인조 오케스트라, 대규모 합창단의 등장은 그랜드 오페라로서 매력이 충분히 표현되도록 기획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막에 등장하는 강화도 전등사 탑돌이 노래가 국악과 서양 음악의 만남으로 관객의 반응이 매우 기대됩니다.

오페라는 어려움이 많은 문화 영역이자 음악 영역이다 보니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이 별로 많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시간 거미줄>은 어떨까요?

네, 특히 우리나라에서 오페라라는 영역이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적자 공연만 아니면 성공한 공연이라고 할 정도로 취약한 음악 장르가 한국 오페라 공연입니다.

그래서 이 상황을 깨려고 합니다. 다행히 창작 오페라 ‘시간 거미줄’은 전막 공연 국가 후원을 상당 부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적확한 콘셉트 설정과 마케팅 요소들로 이끌어 나가면, 무섭게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앞서 나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달라진 오페라, 새로운 오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 거미줄 포스터
시간 거미줄 포스터

그런데 <시간 거미줄>은 다른 오페라하고는 차별화된 가치가 있다면서요?

저는 '오페라와 환경 가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오페라 공연과 친환경 서비스를 새롭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한국판 뉴딜정책 중에서 ‘그린 뉴딜’은 사람과 환경과 성장이 조화로운 ‘그린 라이프’를 지향합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일회용 용기 등 플라스틱류의 양이 더욱 늘어납니다. 지금이야말로 재료를 쓰레기로 만들기에 앞서 철저한 분리수거가 더욱 중요한 때입니다. 지금 국가는 국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쓰레기 문제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생태학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있어 산업 군에서도 관심을 두고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시간 거미줄>은 친환경의 일환으로 출연진의 무대의상을 폐페트병 재생섬유로 만든 의상을 입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PERTREE 서비스를 이용하여 자원을 모으고 있으며, 자원순환 가게를 통해서 모인 페트병을 재생섬유로 만들어 <시간 거미줄>의 무대의상 제작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오페라 <시간 거미줄>은 환경 역사 투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강화도의 곳곳을 탐방합니다. 강화도 갯벌, 돈대, 고려궁지, 전등사 마니산, 외규장각 등을 탐방하며 역사적 환경 가치, 사회적 환경 가치, 생태적 환경 가치를 살피는 그런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또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와 더불어 갯벌에 대한 환경 스토리도 만들려고 합니다. 이때 국립생물자원관, 세계문자박물관, 유네스코, 환경단체 등과 연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시간 거미줄>에는 또 다른 친환경적 소재가 있습니다. 오페라 줄거리에는 한국 고유종인 미선나무가 다뤄지고 있는데요, 주인공의 이름도 미선나무에서 딴 ‘미선’입니다. 미선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1속 1종의 한국 고유종입니다. 2016년에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 멸종위기종(ES등급)으로 지정되어 멸종되지 않도록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미선나무의 연구를 지속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자문과 함께 자료를 우리 오페라에 제공하고 있어 감사드립니다

환경이 가치 산업으로서 확장되는 단계에서, 우리 오페라가 친환경적으로 생태적 소재를 다루는 것은 환경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후원할 수 있는 단체, 예술과 ESG가 결합된 기업을 찾는데도 환경 가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페라와 환경 가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친환경 서비스에 함께 나섭니다.

당면한 과제와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시간 거미줄> 초연은 2022년 2월 예정이고요,  이후 10년의 오페라 공연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초연 이후 그리고 코로나 상황이 완화된 후, 프랑스 아비뇽 축제 페스티벌 시점에 맞춰 ‘그랜드 아비뇽 오페라하우스’ 공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2024년 파리올림픽에 맞춰서 파리 공연도 준비하려 합니다.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 올릴 정도의 높은 퀄리티로서 성장하도록 계획하고 그 계획에 맞추어 단계별로 다방면으로 추진할 겁니다. 내년 초연을 잘 올려서 DVD와 음원 CD도 각 나라에 보낼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의 오페라 시상식 규모는 매우 작은 편입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에미상 오페라 부문도 있고, 마케팅 활동이 대단히 활발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채리티 워터 갈라’나 ‘뉴욕 미술관 갈라’ 같은 프로그램이 아직 없습니다.

먼저 말씀드린 것처럼 오페라 <시간 거미줄>을 친환경적 가치 산업 쪽으로 확장해서 자선과 후원을 매우 수준 높게 끌어올리려 합니다. <시간 거미줄> ’오페라 갈라’를 럭셔리하게 “채리티 갈라”로 올릴 기획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공연 준비에도 열심히 임하겠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관객을 기다립니다. 애정 어린 관심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시간 거미줄>은  2022.02.19(토) ~ 20(일) 양일에 걸쳐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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