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의 아사쿠사(浅草)라는 곳은 센소지(浅草寺)라는 절과 가미나리몬(雷門)이라고 하는 관광명소가 있어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모여든다. 이곳에 홉피 거리(Hoppy Street)가 있다. 홉피 거리는 센소지 경내의 서쪽에 있는 일본 쇼와(昭和)시대(1926~1989)의 분위기를 풍기는 이자카야(居酒屋, 일본식 선술집)가 줄지어 있는 거리이다. 쇼와 시대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관광객과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소이다. 원래 명칭은 "공원 본거리(公園本通り)"이고 별칭으로 "니코미 거리(煮込み通り)"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구글 맵에서 까지도 “홉피 거리(Hoppy Street)”로 표기될 정도로 홉피 거리가 정식 명칭이 되어버렸다. 서민적인 옛 분위기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한때 맥주가 비싸서 마시기 어려웠던 시절에 비교적 저렴했던 홉피가 중년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홉피 거리는 그 이름 그대로 홉피라고 쓰인 빨간 초롱등이 모든 가게에 걸려 있다.
홉피는 맥주의 대체 음료로 개발되었으며, 소주와 섞어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음료 방식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민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으며 아사쿠사 홉피 거리에서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홉피를 제공하며, 전통적인 일본 요리와 함께 즐길 수 있다. 그 당시 홉피 공장이 근처에 있었고, 많은 상인이 홉피를 사들여서 판매하였다. 아사쿠사 홉피 거리는 도쿄에서의 홉피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하였고 이를 계기로 홉피의 인기는 전국으로 확산했다.


일본 ‘소맥’의 원조
이러한 "홉피 거리"의 이름의 유래가 된 홉피는 "홉피 비버리지 (Hoppy Beverage)"라는 회사가 1948년에 출시한 맥주 맛 음료이다. 일본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 함량이 1% 이상인 것을 주류로 정의하지만, 홉피는 알코올 함량이 0.8%이기 때문에 논 알코올로 분류되는 것도 특징이다. 저칼로리, 저탄수화물, 퓨린체 제로의 건강 음료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건강 지향의 증가로 인해 홉피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소주를 섞어서 마시며, 알코올 양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이자카야에서는 "소토(外, 홉피)"와 "나카(中, 소주)" 세트로 제공한다. 소주 외에도 진, 보드카, 리치, 매실주 등의 리큐어와 섞어 마실 수도 있고, 아무것도 섞지 않고 소토만 마시는 사람도 있다. 일본식 ‘소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맥아와 홉으로 만들어졌지만, 맥주와는 다른 서민을 대표하는 음료로 75년 이상 사랑을 받고 있는 롱런 제품이다. 현재 사장인 이시와타리 미나(石渡 美奈)씨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홉피는 사람마다 각자의 섞는 방법이 있고, 그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이자카야에서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일본인의 마음에 홉피가 다가갔다"고 설명한다.
70년 이상 일본인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그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있다. 특히 경쟁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대규모 예산을 가지고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대그룹 맥주회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홉피만의 독특한 전략이 필수이다.
차별화 전략 1: 저예산 브랜딩
일반적으로 주류, 음료는 유명 모델을 활용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통해서 이미지를 형성하는 브랜딩 과정을 거침과 동시에 강력한 유통 파워를 등에 없고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제품으로 성장해 간다. 하지만 홉피는 그럴만한 역량과 자원이 부족하다. 삿포로, 기린, 아사히, 산토리를 비롯한 대기업들과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다. 홉피는 대형 경쟁사들만큼 광고 선전비를 쓸 여력도 없다. 그래서 주류 업체에서는 그 흔한 TV 광고는 거의 볼 수가 없다. 가게에서 보는 포스터나 POP, 가끔 보게 되는 옥외광고 그리고 라디오 광고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다행히도 홉피는 브랜드 연상 요소가 많다. "디자인이 귀엽다"는 말을 자주 듣는 홉피의 로고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피리를 부는 소년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만들어졌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이 로고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홉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술집에서의 즐거운 분위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70년 이상 장기적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지라 ‘평범한 술자리와 같은 일상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확립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지 변신 전략이 있다. 홉피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디자인이 귀엽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절멸 위기종", "촌스럽다" 등 형편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홉피만의 매력이었기에 “촌스러우면서도 귀여운” 특히 세련되지 못한 "촌스러운" 부분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강조하였다. 예전에 ‘아재 술’로서 인식되어 있었던 것을 ‘조금은 촌스러우면서도 귀엽다 (“ダサかわ”は「ダサい+かわいい"」)는 이미지로 바꿨다.
또한, 인터넷을 매주 잘 활용한 브랜드이다. 자사 웹사이트를 만들고 블로그로 정보를 계속 발신했다. 거의 여성과 연관이 없는 상품이었지만, 현재의 3대째 사장이 여성이라는 의외성이 재미있게 받아들여지고, 다수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에는 자사 웹사이트의 서버가 다운될 뻔했던 정도였다. 경영자가 직접 광고 모델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렇게 브랜드 효과가 확립되면서 경쟁사와의 차별화되고 재구매 고객이 증가하면서 광고비를 많이 들이지 않아도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차별화 전략 2: 스토리텔링
대형 경쟁사들이 즐비한 가운데, 중소기업인 홉피가 가진 강점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그 하나의 답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여 다양한 미디어에서 발신하는 전략이었다. 스토리텔링이란 전달하고자 하는 콘셉트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마케팅 기법이다.
여기에서 언드 미디어(Earned Media)의 파워가 발동을 한다. 공감되는 스토리가 있으면 소비자는 반응한다. 팬들이 팬을 만들어 낸다. 스토리텔링의 파워이다. 아사쿠사의 홉피 거리는 홉피가 기획해서 만들어낸 인공적인 마케팅 캠페인이 아니다. 스토리가 만들어낸 자연적이면서 지역 밀착형인 일종의 UGC 타입의 마케팅이다. 만족한 고객이나 팬들이 제품이나 브랜드와 관련된 경험, 리뷰, 창의적인 콘텐츠를 공유할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며, 회사의 직접 인센티브나 지시 없이 제품을 홍보하게 된다. 과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홉피 거리는 독특한 매력으로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끌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술집 거리였던 홉피 거리는 지역 음식점들의 협력과 노력으로 아사쿠사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홉피는 홉피 거리의 형성 과정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아사쿠사 지역 주민들이 홉피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특별한 공간이다. 홉피 거리는 홉피 문화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면서 ‘홉피’의 보급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홉피는 홉피 거리에서 토크쇼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지역 주민에 대한 호응에 보답함과 동시에 홉피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 발신을 하고 있다. 유니크로 아사쿠사 점과도 컬래버레이션으로 오리지널 티셔츠를 만들 수 있다. 홉피 로고와 병, 케이스 박스, 그리고 홉피 거리 지도 등의 일러스트 등을 조합하여 티셔츠를 디자인할 수 있다고 한다. 홉피 거리가 홉피가 소유하고 있는 온드 미디어(Owned Media)을 역할을 하면서 스토리텔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출시 이후 75주년을 맞이하는 홉피는 도쿄의 서민 지역에서 미국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뉴욕에서 일본의 식문화와 함께 홉피를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계 최첨단 도시에서 현지 사람들이 홉피에 어떤 가치를 찾게 될지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문화를 일본에 역수입하여, 일본에서 다시 태어난 홉피의 이야기를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