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유명 걸그룹 멤버들이 피우는 담배 브랜드는?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유명 걸그룹 멤버들이 피우는 담배 브랜드는?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07.01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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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에 아주 유명한 걸그룹 멤버 하나가 대마초 관련 수사를 받았다. 그 몇 년 전에도 마약 사건에 연루되었는데, ‘입건유예’라고 검찰의 수사 중단이라는 처분이 나왔다. 당연히 검찰 처분에 대한 공격 댓글과 패로디가 줄을 이었다. 그런 와중에 한 친구가 당시 가장 인기를 끌던 9개 걸그룹 멤버들의 흡연/비흡연 여부와 흡연의 경우 어떤 담배 브랜드를 애용하는지 정리한 표를 보내주었다. (※ 걸그룹과 멤버들 이름을 가린 점 양해부탁 드린다.)

가장 오른쪽 아래에 우리가 보통 아는 담배 브랜드가 아닌 ‘대마초’가 나온다. 바로 이 마지막 한 줄을 위하여 좌측 상단에서부터의 수십 줄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걸그룹을 좋아하고, 특정 멤버에 열광하는 이들이야 리스트 자체가 의미가 있는 정보이겠지만, 아무리 해도 반전성 백미는 바로 마지막의 ‘대마초’이다. 아마도 마지막 줄까지 읽지 않은 이들도 꽤 될 것이다. 쓸데없는 쓰레기 같은 가십, 유머 퍼나르기로 한두 줄 보고 치운 사람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나도 거의 그럴 뻔했다.

"결론이 뭐요?“

"결론부터 말하시죠.“

"논리가 어쩌고저쩌고 떠나서 그림이나 보여주세요.“

위와 같은 말들을 광고회사에서 클라이언트에게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런데 결론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모르고, 결론에 대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단 말인가?

'lowlight'가 있기 때문에 'highlight'가 빛을 발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을 극적으로 재미있게 관심을 끌며 부각시키고 각인시키기 위하여 광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나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소비자들이 제조사들도 모르는 정보를 자신들끼리 파헤쳐 내놓는 경우까지 비일비재로 벌어지는 지금 시대에는 더하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진정으로 소비자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어떻게 메시지를 건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파악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사전조사를 하고 궁리를 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들 다 건너뛰고 어떤 사실을 얘기할거냐, 결론부터 말하라는 식으로 다그쳐서는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

위의 리스트에서 마지막 사항 빼고는 몰랐던 사실들이다. 몇몇 걸그룹들은 이름조차도 처음 들어봤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이미 알고 있던 대마초와 관련된 사건을, 저 리스트를 만든 이는 저렇게 긴 과정을 통하여 극적으로 재미있게 부각시켰다. 자연스럽게 그가 주장하는 바를 알 수 있게 하였다.

재미나 관심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데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뻔히 아는 것도 알려주는 방법에 따라 극적인 효과를 자아낼 수 있다. 아니 이미 아는 것이기에 훨씬 더 극적일 수 있다. 새로운 것에만 집착하는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위의 저 리스트를 보고 곰곰이 반성해볼 일이다. 가십이라도, 정보쓰레기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 반전과 그에 따른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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