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里仁〕 접속(接續)이 아닌 접촉(接觸)의 계절을 기다리며

〔카페★里仁〕 접속(接續)이 아닌 접촉(接觸)의 계절을 기다리며

  • 장성미 칼럼리스트
  • 승인 2021.02.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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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清 金農 "歲朝圖"
출처 清 金農 "歲朝圖"

[ 장성미 칼럼리스트 ] 해를 넘기며 이어지는 이번 겨울은 기온이 예년과 다르게 널뛰듯 변화무쌍하고 잦은 눈 때문에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게다가 사람간의 거리두기라는 준칙(準則)을 따르며 인내 속에 그렇게 서로가 예(禮)를 지키며 긴 시간 노력을 했는데도 그칠 줄 모르는 코로나19 때문에 아직도 모든 것이 순조롭지 않고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 갈 길이 여전히 멀어 갑갑한 나날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고 설을 맞이하게 되면 사람들은 오랜 풍습대로 큰 명절로 여겨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다른 어느 명절보다 더 애써 곳곳에 흩어져 지내던 가족이 모이곤 하였다. 뜸했던 일가친척을 찾아 뵙기도 하고 고마웠던 어른들께도 설날인사를 드리러 가는 명절풍경이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 인생에 한 부분으로 호흡처럼 자리하며 아무 탈없이 지속되라고 생각하였다.

시끌벅적하게 온 나라안이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대이동을 하며 명절에는 많은 이야기를 남기던 우리의 그 정겹던 시간들……

筮仕無中秩(서사무중질), 보잘것없는 관직 이 벼슬 그만두고

歸耕有外臣(귀경유외신). 돌아와 밭이나 갈며 은거하고 싶다

人歌小歲酒(인가소세주), 가족들 모여 즐겁게 섣달그믐 술로 설맞이 하고

花舞大唐春(화무대당춘). 벌써 핀 꽃들은 춤추며 나라의 봄을 경축한다

草色迷三徑(초색미삼경), 집 안뜰 길섶은 풀색으로 온통 빛나고

風光動四鄰(풍광동사린). 아름다운 풍경에 다들 설레어 한다

願得長如此(원득장여차), 삶이 이처럼 즐겁고 영원하기 만을 바라고

年年物候新(년년물후신). 해가 갈수록 계절 따라 만물이 새록새록 하길 축원한다

〈元日述懷〉설날의 술회/ 盧照鄰노조린

이런 즐거운 회우(會遇)는 인생을 성실히 가꾸면서 바쁘게 살다 가족이 하나하나 모여들며 짧지만 반갑게 만나 정(情)을 느끼고 시간을 함께하는 설날에는 익숙한 우리들의 정경이다.

새해가 오고 설날이 되면 다같이 모여서 한 해를 경축하고 서로를 향해 덕담(德談)을 듬뿍 담아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나누고 모두 튼실한 미래를 맞이하길 빌어주고 축복하는 것이 옛날부터 행해지는 설의 향연이며 축제였다.

하지만 일 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끊이지 않고 인간세상을 공포로 몰아붙이며 명절의 양상(樣相)은 물론 일상의 행태(行態)마저 바꾸어 놓고 인간관계도 무력화 시키고 인위적으로 무정(無情)하게 갈라놓는 시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계속되는 방역수칙(防疫守則)을 엄수해야 하는 일상으로 인해 피곤이 극(極)에 달하며 심히 지쳐있는데 이번 설에도 예외 없이 가족이든 누구든 여전히 ‘다섯 명 이상 집합금지’라는 비대면 영(令)을 유지하며 한 공간으로 모이는 만남을 금(禁)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서로 설령 물리적인 먼 거리에 있어도 마음에 거리감이 없다면 오랫동안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멀리 떨어져있는 것 같지않게 느껴질 수가 있다. 또 이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초연결의 세상이라 첨단기술로 인하여 시공(時空)의 제약을 받지않고 스마트한 기기(機器)의 터치 몇 번으로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만남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간 우리가 원하는 ‘만남’은 ‘함께’는 하이테크(high-tech)의 멋진 활용을 통한 온택트(ontact)도 언택트(untact)도 아니다.

만남의 공간이 넓지 않아도 좋고 세련되고 우아한 장식이 없어 밋밋하거나 유니크하지 않아도 좋으며 때론 좀 불편하더라도 좋다.

다만 곁에 사람의 온기가 있고 아무 생각하지 않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여 저 사람 옆에 앉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이 사람 앞에 서기도 하며 반갑게 손잡고 인사도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의 숨결이 생생히 살아있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면 때로는 거기에 배려심을 잊은 채 시끄러울 정도로 목청을 높여서 말하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다.

그저 생명의 존재를 접촉(接觸)하며 정감(情感)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곳에서 마스크도 완전히 벗어버리고 어떤 사람이든 자유자재(自由自在)로 만나고 싶은 것이다!

 


장성미 C플랫폼 준비위 사무국장,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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