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능력이 일하는 나라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능력이 일하는 나라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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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김한결(23)은 기타연주가 주특기인 싱어송라이터다. 브리티쉬밴드풍의 몽환적인 멜로디와 단순한 리듬으로 만든 노래로 홍대주변의 클럽에서 연주하며 미래를 다진다. 친구의 아들이고 나 또한 음악을 좋아해서 가끔 스스럼없이 술잔을 나누곤 했다. 몇주전 함께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안성의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오며 일단의 걱정거리를 슬며시 내비쳤다. 다소 엄격한 잣대로 대학생들을 바라보는 내 관점과 말투때문에 꼰대로 찍히는건 아닐까하는 것이였다. 묵묵히 듣고있던 그가 돌려준 대답은 의외였다. 꼰대는 오히려 나이든 사람들이 스스로 만든 말 같다는 것이다. 아니면 이기적인 젊은이들이 나이 든 사람들을 밀어낼려고 지어낸 말 같다고 했다. "꼰대나 라떼라는 말에 위축되지 마세요. 친구중에 꽉 막혀서 자기생각만 고집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자기사정만 늘어놓는 애들도 많구요. 젊다고해서 젊은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저씨는 그래도 자기를 살펴보잖아요." 위로인지 채찍인지 모를 그의 목소리는 관록붙은 어른마냥 나즈막했다.

30대 중반의 젊은이가 리더쉽의 전면에 등장한 한 정당의 움직임은 격세지감이다. 젊은이가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매스컴의 성화가 연일이다. 기업 마케팅의 핵심 고객도 그들이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정보의 핵심 전파자에서 한발 더 나가 그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태풍이 되어 풍향계를 돌릴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제 나이든 사람들은 변두리의 쪽배가 되어 경험과 연륜이 쌓아 준 이력으로 그들의 곁에서 마른 볕이나 쬐며 훈수나 두어야할까? 그들이 외치는 ‘공정’의 본색을 들여다보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알다시피 개인주의와 디지털테크의 우산속이 그들의 토양이다. 치열해진 경쟁과 코로나 블루속에서 취향에 맞는 일자리와 번듯한 미래를 찾아헤메는 그들이 공정과 정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말 그대로라면 세상을 바로잡아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19세기 말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와 덴마크의 병리학자 랑게는 인간의 진실은 오직 행동을 통해서만이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공정과 정의에 대한 그들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IT·게임 노동자 47%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고 목격했다고 고백했다. 공정을 주장하는 첨단기업의 젊은이들이 여전히 굴뚝 산업 시절의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쉽게도 그들이 부르짖는 공정이나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학연 중심의 경직된 소통구조가 그들이 첫번째로 꼽은 이유였다. 같은 학교를 나오거나 이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가 좁고 이직이 잦아 '평판'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것만큼이나 내부 소통 체계가 따라가지 못한 문제도 있지만 '끼리끼리 문화'가 여전한 것이다. 지금 그들이 주장하는 '공정'은 단지 요구하는 공정일 뿐 내면화되어 스스로의 생활양식이 되진 못하고 있다. 여기엔 그들이 살아온 환경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남의 일엔 신경 안쓰고 자기만의 세상속에서 조용히 살다가도 손해보는 일이 생기면 순식간에 행동으로 나서는 양면성이 그것이다. 이것도 또 다른 의미의 ‘내로남불’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가지위의 벚꽃은 화양연화지만 떨어진 벚꽃은 인생무상이다. 인간 세상의 모든 곳에 양면성이 있다. 우리는 진실과 위선, 선함과 이기를 품고 번갈아 꺼내며 살아간다. 젊은이들이 내세우는 공정과 정의는 이제 총성과 함께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했다. 행동경제학자들의 말대로라면 공정을 외치다보면 공정과 닮아갈 것이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 인간의 인간미는 그의 결점이나 약점에서 더 드러난다"고 했다. 지금의 모순을 인정하고 수정하고 보완하기 바란다. 그들의 구호가 실천으로 옮겨져 세상의 원칙으로 자리잡을지 지켜보겠다. 공정은 능력만큼 일하고 성과만큼 받겠다는 담백하고 결연한 태도다. 능력이 일하는 나라를 기대한다.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지되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이 따르는 세상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꼬투리만큼의 인연을 빌미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스크럼을 짜서 스스로를 가두며 패를 가르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 두어야한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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