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비퍼플과 양인지검(兩刃之劍)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비퍼플과 양인지검(兩刃之劍)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1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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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 북한산을 좌우로 끼고있는 녹번동 대로변가엔 "비퍼플"이란 작은 식당이 있었다. 브런치로 먹는 샌드위치는 커피를 포함해서 만원 안쪽이고 수제로 만든 와플과 스튜는 맛이 무겁지 않아 좋았다. 무엇보다 반려견과 함께 입장해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널직하게 배치된 탁자와 소파 사이로 네살짜리 포메라니언 "달구"는 분주하게 뛰어놀았다. 보라색 간판이 특이했던 이곳은 집에서 슬슬 걸어나가 스마트폰을 뒤적거리거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공간이였다. 아뿔싸,그 식당에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나붙은 것이다. 역시 코로나의 풍파가 버거웠던 것일까. 이 거리변에는 치킨이나 햄버거가게, 편의점 등의 대형체인점들이 줄줄이 들어서고있다. 거리는 반듯하고 깔끔해지고있다. 우리는 줄을서고 고개를 들어 메뉴판의 세트메뉴를 골라 가로세로 반듯하게 배치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간편식 소비 생활을 즐길 것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 몸의 작동을 돕는 에너지를 얻는 일이 아니다. 행복을 향유하는 저마다의 의식이고 개성이다. 코로나로 신음하는 골목상권을 대체해가며 표준화된 음식 문화를 주입하는 대형체인점들의 기세는 자못 위압적이다. 비퍼플 주인의 다음 선택지는 어디일까?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중략/도종환, 담쟁이) 시인은 담벼락에 무성하게 피어난 담쟁이넝쿨에서 한계와 절망을 뚫고 악착같고 끈질기게 전진하는 담쟁이의 생명력을 드러낸다. 마케터나 광고인들도 마찬가지다. 북극에서 냉장고를 팔아치우는 그들이다. 코로나도 그들의 사냥감이다. 마스크제조업체 N2CELL의 대표는 제일기획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다. 그는 BTS의 캐릭터를 새겨넣은 BREATH SILVER라는 브랜드로 미국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지않던 미국인의 생활습관이 바뀌었으니 BTS가 세일즈의 기폭제가 되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칼스버그 광고를 보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즐길수 있는 것들이 더 소중해지죠."이라며 멋진 외국남자배우가 소비자를 유혹한다.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면 칼스버그와 함께하라는 뜻이다. The new k3 자동차 광고는 캠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잘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지. 나만의 완생을 위해"라며 개성적 삶을 추구하는 MZ의 특성을 코로나 트렌드에 접목시켜 제품의 멀티플한 기능성을 녹여냈다. 마케팅은 트렌드 비지니스다. 가격 부담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구독경제가 자리잡아가고 소유보다 공유와 경험의 가치가 이슈로 떠오르고있다. 또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칭시키는 플랫폼 비지니스가 산업계의 핵심 이슈다. 쿠팡과 배달의 민족, 넷플렉스와 웨이브, 무신사와 마켓컬리, 당근마켓과 중고나라가 생사를 오가며 쟁탈전을 벌이고있다. 이제 광고인지도나 브랜드선호도를 높여 브랜딩을 통해 제품을 팔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면 상대에게 퇴물취급을 받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고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아 소비자의 구매행동을 유발시키는 데이터로 전환되고 곧바로 결제와 연동시킨다. 드디어 광고회사는 광고의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하라(Show me the money!)는 광고주의 요청에 물론이죠!라고 대답할수 있게 되었다. 성과연동형광고(Performance ad)가 그것이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피를 순환시키는 엔진이다. 광고가 만들어 낸 허구의 이미지가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말이 많았다. 제품의 기능이나 효용이 아닌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보들리야르의 "기호 소비"나 사회적 신분 상승 욕구때문에 브랜드나 명품을 찾는다는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나 배블런의 "유한계급론"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러나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될 것이다. 클릭 몇번으로 비교 검색과 소비자 평가로 제품의 진가를 확인되는 세상이다. 허구의 이미지가 통용되지 않는 리얼리티의 마켓이 실시간(Realtime Realcontent)으로 펼쳐지고 있다. 오히려 광고는 오남용을 막아주는 현명한 소비에 기여할 것이다. 그뿐이랴. 싱가폴의 고층건물위로 드론을 띄워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가족사진을 전달해서 향수를 달래준 코카콜라의 디바이드(Devide)캠페인이나 SNS 스토리플랫폼을 활용해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킨 도브의 리얼뷰티(Real beauty)캠페인을 떠올린다면 디지털테크로 가능해진 입체적인 캠페인이 공익적 기능을 담당할수도 있을 것이다. 양인지검이란 말처럼 모든 것은 쓰는 사람에 달려있다. 비퍼플과 디지털의 앞날에 무운을 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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