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조앤 롤링의 빗자루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조앤 롤링의 빗자루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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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국내 유수의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는 스타트업의 투자가치평가를 위한 열아홉번째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은 아홉 개 팀이 유투브 온라인을 통해 5분 간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들 중 몇 개팀이 가능성을 인정받아 그들의 꿈을 순조롭게 키워나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 비지니스의 큰 흐름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디지털 테크를 활용한 플랫폼 비지니스다. 면면을 살펴보자. 시장규모가 11조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키덜트 시장에서 키덜트 토이를 관리하거나 재판매하는 키덜트 수집품 리세일 플랫폼 '컬렉터즈', 고가의 출판사 저작권료를 불법 사용하는 교육 시장의 무질서를 시장기회로 만든 저작권료 구독 거래 플랫폼 '솔북', 코로나 시대에 급증한 태블릿 PC 보급률과 웹툰, 웹소설에 편중된 국내의 e-Book 시장을 배경으로 선진국의 활성화된  전공서적과 교재시장을 접목시켜 150조 규모의 글로벌 e-Book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노팅' 등이 바로 그들이다. 얼마 전부터 합류해서 마케팅을 돕고있는 호텔구인구직플랫폼 '호구153'도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호구153'도 적기에 인력을 공급받으려는 호텔과 자신이 원하는 조건의 일자리를 구하려는 룸 어텐던트의 매칭을 위해 만들어진 디지털 플랫폼이다. 이들은 성공의 이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16인의 평가를 받아 투자 유치가 결정된다. 평가의 기준은 꾸준한 업력과 뛰어난 상상력이다. 다시 한번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다보았다. 뭔가 떠오르는 것이 없는가? 어른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재판매한다고? 인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 가능성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출판사의 저작권에서 시장 기회를 보았다고?  가수 윤종신과 선미가 나오는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의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아니였을까? 모든 것은 반사된 빛이다. 최초의 것은 없다. 혁신적인 플랫폼 기업도 맥락전환의 기술로 탄생한다. 시장의 빈 곳을 메꾸는 플랫폼 비즈니스도 결합과 파생의 연상력으로 태어난다.

인터넷을 열고 ‘빨래집개의 일상생활’이라고 검색해보라. 빨래 집게가 성가대의 표식이 되고 전구스탠드가 되고 토스트에 버터를 바르는 도구가 된다. 시대에 걸맞게 스마트폰 거치대로도 사용된다. 이런 용도 변경의 지혜도 맥락 전환의 힘이 작용한 결과다. 맥락 전환의 힘은 어디서 오는걸까? 여기 손이 있다. 플레이보이 잡지를 넘기는 청소년의 손은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치기어린 손이다. 자판을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다면 디지털 시대의 바쁜 손이다. 공부를 하고 있는 손, 리포트를 쓰고 있는 손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그 손을 가족이 본다면 어떤 손이 될까? 수고하는 손이다. 돈벌이를 해서 월급을 받아 가족의 밥과 고기를 사고 생활비를 아내에게 건네는 감사한 손, 안쓰러운 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도 제각각이다. 헤어지는 손과 재회하는 손은 다르다. 버스 승강장에서 서로 헤어지기 싫어 부여잡고 있는 연인의 이별을 겪은 적이 있는가? 그리워하는 손일까? 만지고 싶은 손일까? 이산가족상봉을 마치고 그들이 헤어질 때 버스창가로 안타깝게 흔드는 손은 그들과 다를 것이다. 손에도 수십만 가지의 손이 있다. 지구촌의 사람만큼 다양한 손이 있고 다양한 관점이 있다. 시선을 바꾸면 새로운 관점이 태어난다. 맥락을 전환하는 힘은 다양한 시선이다. 다양한 시선은 인생의 갯수만큼 존재할 것이다. 어떻게 다양한 시선을 확보할 수 있을까?

출처 픽사베이

 

여기 빗자루가 있다. 무엇으로 보이는가? 마당을 쓸거나 아이를 혼낸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앤 롤링은 달랐다. 아이들을 태워 하늘로 날았다. 어린아이같은 그녀의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얼음이 녹으면 혼난다고 이야기한다. 옷이 젖기 때문이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시인의 상상력도 그렇게 태어난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다. 가속도의 세상, 경험은 과오로 변하기 쉽다. 먼저 어린아이같이 머릿속을 깨끗히 비워라. 그리고 중요한 일이 남았다. 수병과 낚시꾼과 여행가의 바다는 모두 다른 바다다. 지겹고 고된 훈련장이고 짜릿한 손맛이고 두근거리는 항로다. 언급했듯이 다양한 인생이 다양한 관점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다. 이것이 인문이 필요한 이유다. 고호와 쇼팽이 남긴 작품은 결국 그들의 생각이다. 인문을 통해 우리는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경우를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광부의 손과 어부의 손이 어떻게 다른지 추론해서 손의 맥락을 바꿀 수 있다. 인문은 세상사를 이해하고 통찰하는 문이고 인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들이 트렌드에 다양한 인문을 더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문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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