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자연미인의 시대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자연미인의 시대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1.06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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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에 인사이트(insight)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1971년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가 포지셔닝 이론을 발표해서 그 근거를 세웠다. 마케팅의 실체는 제품이 아니라 인식이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지각하고 있는 품질(Perceived Quality)이 그 제품의 질(Quality)라고 했다. 제품의 실체보다 소비자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신의 가슴에 붙어있는 나이키 상표를 떼어버리면 남대문 시장에서 파는 만오천원짜리 물건이 된다고 사례를 들었다. 양전단 신문광고가 한바퀴 돌면 장안의 화제가 되고 9시뉴스에 세일광고가 나가면 다음날 아침 매장에 줄이 늘어섰다. 광고를 잘 만들면 제품이 팔렸다.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뿌듯했고 나도 그랬다. 인생이 길어졌으니 보험료가 좀 비싸더라도 1등기업에 가입하라는 삼성생명 '인생은 길다' 캠페인, 좋은 기름을 넣으면 차가 뽀빠이 시금치를 먹은 격이니 당신의 인생도 잘 나갈 것이라는 S-oil '좋은기름' 캠페인은 많은 광고상을 수상했고 광고주의 매출도 끌어올렸다. 

인사이트(Insight)광고는 뿌리가 깊다.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롤스로이스에서 들리는 가장 큰 소리는 전자시계 소리뿐”이라는 카피의 주인은 광고의 아버지,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다. 그는 셔츠 광고에 셔츠의 장점을 나열하지 않았다. 멋진 중년남성이 안대를 한 사진에 해셔웨이셔츠를 입은 남자(The man in the Hathaway shirt)라는 드라머틱한 문장을 달았다. 그리고 궁금증과 신비감을 풀어낸 바디카피를 더했다. 이 방면의 또 다른 대가는 오길비보다 십년쯤 선배면서 58년동안 카피라이터로 활약한 존 케이플즈(John Caples)다. 그의 피아노교재 통신판매카피는 스토리텔링 광고의 전형이다. "그들은 나를 보고 웃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자...(They Laughted When I Sat Down at the Piano. But when I Started to Play! " )라는 헤드라인이다. 사랑에는 돈이 든다(Love costs money)라는 자선기금모임의 카피로 유명한 전설적인 광고인 헬 스테빈스(Hal Stebbins)도 브랜드 이미지 광고의 효과에 대해 결정적인 한 마디를 보탰다." 다른 모든 것은 잊어버려도 좋다. 이것만은 기억해라. 제품을 움직이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광고인들은 제품의 존재감을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잡는 강력한 이야기(Inherent Drama)를 찾았다. 상상력이 가미된 제품의 스토리는 할머니가 들려준 옛날 이야기처럼 각인되어 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된다. 마치 그들의 존재처럼 말이다. 그들을 따르던 후배광고인들은 기승전결의 서사적 형식이 매장의 금전등록기를 울려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제품의 존재감과 소비자의 기대감을 극적으로 드러낼 광고카피를 찾아 밤을 지샜다. 그녀의 자전거가 가슴속으로 들어왔고, 가슴에 둥근 정이 떴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어했다. 빈폴과 쵸코파이와 맥심의 카피가 그랬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그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은 세상의 모든 사태를 순식간에 드러내고 전파한다. 켈리무니(Kelly Mooney)의 물고기형 정보탐색모델을 보자. 구매를 위한 대부분의 행위가 스마트폰안에서 이뤄진다. 제품의 정보를 찾고 구매하고 사진을 올리고 댓글로 추천한다. 코로나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부탁해 상거래 앱을 깔아 생선을 주문하고 결재를 했다. 1인분의 된장찌개는 호박과 두부의 양도 적당해서 쓰레기도 남지 않았다. 스마트폰안에 시장이 들어섰다. 라이브 상거래방송은 그 절정판이다. 속초 앞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실시간으로 판매하는 어부는 스튜디오가 아닌 포구에서 생선이 펄펄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그는 방송 세시간전에 그의 어장으로 배를 몰고 나가는 모습을 파도가 들이치는 뱃머리에서 중계하며 자연산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알리고(On-demand) 소비자의 경험(Customer Experince)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뭘 덧칠하거나 보태지않고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리얼타임 리얼리티(Realtime - Reality)의 시대다. 당신이 SNS에 올리는 문장도, 광고카피도 그래야한다. 가공된 이야기는 외면받거나 의심받는다. 빙빙 돌아가는 화법이나 미사여구는 윙크도 못해보고 문전박대를 당하는 노총각 신세가 된다. P&G 에이지 래플리(A.G. Lafley) CEO는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은 물론 뭔가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그들앞에 슬쩍 밀어넣어여한다"고 제안했다. 꾸미는 기술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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