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뼈대와 살점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뼈대와 살점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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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외식업계에 새로운 신조어가 생겼다. 인스타그래머블(Insragramable)라는 말이다. 이제 사진빨이 좋아야 맛집으로 등극한다. 그렇다고 식당주인이 사진찍는 공간에 치중한다면 근시안이다. 사진을 찍으러 다시 오는 일은 드물다. 단골이 사라지고 뜨내기만 남을 것이다. 본질에 세태를 더해야한다. 운동선수도 메달따는 실력을 갖춰야 시상대에서 춤을 춰도 이뻐보인다. 당신이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음악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가보자. 심사위원의 한마디는 시청율을 높이는데 큰 몫을 한다. 심사평은 그들의 전문성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하다. 미묘한 경쟁심리가 작용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한 여성 작사가가 내뱉는 말은 과유불급이다. "스프를 뺀 라면 느낌이였어요, 만신이 들어온 것 같았어요, 킹콩이 뜨는 뜨개질같았어요". 생활 소재를 활용해서 참가자의 노래실력을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비유적 표현은 무대 위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감상의 격조를 높인다. 하지만 비유가 심하면 의도 전달이 어렵다. 상황과 맥락을 충분히 헤아려야하는 수고가 따른다. 디지털 유목민은 인내심도, 시간도 없다. 지나치게 은유적인 표현은 전달이 불충분하거나 의도가 왜곡될수있다. 

정체불명의 유려한 문장보다 자연스러운 보통의 문장을 선택해라. 상선약수라는 말이 있다. 물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순리를 따른다. 흘러가며 모난 곳을 깍아낸다. 하구로 향하며 생명을 품고 비옥한 평야를 만들어 마침내 생명의 기원을 이룬다 . 술술 읽히는 글은 흐르는 물을 닮은 문장이다. 뭘 덧칠하고 윤색하지않아 독자의 마음속으로 막힘없이 걸어 들어간다. 자연스러운 글은 쉽고 편안하게 읽히기 떄문이다. 글쓰기를 머리의 생각을 받아 그저 손으로 옮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라. 중요한 것은 관점이지 문체가 아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으로 문장의 뼈대를 삼아라. 말하려는 골자로 골격을 세웠다면 일상의 사건이나 유사한 사례등을 활용해서 주장에 대한 근거를 밝혀라. 조각의 뼈대에 살을 붙이되 본체를 훼손하면 안된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독자의 반응은 이럴 때 나온다. 빙빙 돌려 우회하거나 미사여구로 덧칠하지 말라는 소리다. 소란스러운 세상엔 드러내지 않아 드러나는 품격이 빛을 발한다. 실타래풀듯 생각가는대로 써라. 형용사와 부사로 기름칠을 하거나 상징적 작법으로 때를 묻히지말고 무심하게 이어가라. 뭔가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어 접속사를 생각하거나 끊어가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이미 샛길로 빠졌다는 신호다. 수사와 작문에 신경쓰지 말고 평소에 말하듯이 써보라. 물론 떠오르는 대로 툭툭 내던지다보면 논리적인 빈틈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빈틈이 오히려 공감의 여백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글쓰기는 다듬기가 반이다. 다듬는 과정은 수정의 과정인데 수련의 과정이 될수도 있다. 이 시간은 문장을 연마하며 자신을 낮추는 과정도 된다는 뜻이다. 흐르는 물이 하는 일처럼 자신의 주장과 문장을 깍아내고 채워나가라.

중요한 것은 뼈대와 살점의 역할이다. 살덩이가 뼈대를 가리게 하지 말라. 형식이 내용을 앞서면 곤란하다. 거듭 말하지만 음식의 본질은 사진이 아니다. 맛이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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