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컨디션과 스타일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컨디션과 스타일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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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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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은 대행업의 특성상 많은 파트너를 만난다. 그들과 함께 수많은 협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친다. 그들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의사결정의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설득의 성패는 제안의 충실도가 좌우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들의 성향과 기질이 일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련한 의사도 환자의 체질에 따라 처방전을 내린다. 경험과 기억을 더듬어 그들의 유형을 밝히니 참고해 보셨으면 한다. 

먼저 조율형이다. 참석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수결을 선호한다. 자신의 경험이나 신뢰할만한 근거에 의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노력한다. 파격보다 단계적 접근을 선호한다. 가끔 책임회피적이고 보여주기식 경향을 보일 때도 있다. 조사나 전문가의 증언 등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전례에 따르면, 단계적인 접근법이, 실적을 고려하면” 등의 단어가 효과적이다.

카리스마형은 정열적이며 자신감에 충만한 자칭 천재형이다. 차별화된 정보, 새로운 아이디어를 중시하고 중요한 결정도 순식간에 결론을 내는 직관적 스타일이다. 요구 수준이 높고 상대의 불쾌감을 고려하지 않는 비평가 타입이 많다. 당당하게 소신을 피력하되 오류가 발견되면 솔직하게 인정하는 담백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핵심사안 위주의 두괄식 문장이 좋다. 빙빙 돌려 말하면 필패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라고 시작해라.

사색가형은 이론에 능하고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다. 인문에 능통하며 열광적인 독서광이다. 토론을 통해 다양한 대안을 탐색하며 많은 시간을 숙고한다. 시장 동향, 위기 관리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시해야한다. “수많은 조사와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같은 문장이 좋다.

전문가형은 꼼꼼하고 치밀하며 자존심이 강하다. 분석적이나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자신의 판단에 몰입하는 단선적인 태도를 보인다. 성실하고 빈틈없는 논리와 함께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자료와 의견을 제시한 뒤 본인의 납득과 승인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혹시 이견 있으시면 다시 보완해서 제시하겠습니다” 라며 상대를 인정해주면 의외의 결실이 돌아올 수도 있다.

회의주의형은 까다롭고 독선적이다. 논쟁적이지만 속내를 모를 정도로 과묵한 경우도 있다. 솔루션의 퀄리티보다 설득에 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확신에 찬 주장이나 단정적인 어투는 삼가해야 한다. 구체적인 체크리스트와 다각적인 시뮬레이션을 준비해라. 끈기와 맷집으로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가 필요하다. “현장 조사를 통해 다시 한번 고객의 반응을 살펴 보겠습니다” 라며 낮은 자세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상대의 스타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상대의 근황이다. 같은 수준의 리포트나 제안서를 써내고도 실망스런 결과가 나왔다면 그걸 놓쳤기 때문이다. 요즘 그의 컨디션은 어떤지 심기부터 살펴야 한다. 밤새도록 술을 마신 부장님에게 아무리 좋은 소리를 해봐야 혼탁한 머리에 들어갈 리 만무다. 전날밤 부부싸움이라도 했다면 재빨리 돌아 나와 다음 기회를 노려야한다. 스타일 이전에 컨디션부터 살펴라.

 


김시래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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