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광고인의 관점력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광고인의 관점력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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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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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란이 있다. 어떤 용도로 쓸까? 삶아먹거나 부쳐 먹는다. 냉면의 고명으로 쓴다. 음식의 관점이다. 기상천외한 개그맨 전유성씨는 달랐다. 미국 이모님에게 선물로 드릴 수도, 가난한 할머니에게 구호품으로 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수제자 최양락씨는 그가 계란을 사용하는 방법은 5만 8천 가지가 넘을것이라고 했다. 발산적 사고를 더해보자. 콜롬부스의 달걀이나 바위를 깨는 계란이 된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진화론적 명제가 될수도 있다. 

1784년 벤자민 프랭클린은 평범한 생각의 반대편을 주목했다. 당시 파리 사람들은 양초가 너무 비싸서 골머리를 앓았다. 겨울이 오자 해가 빨리져서 비싼 양초가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떻게 해결했을까? 값싼 양초를 만들거나 양초의 수명을 늘렸을까? 아니면 유통을 개선해서 가격을 다운시켰을까? 그는 관점을 이동했다. 문제의 본질인 시간을 들여다 보았다. 썸머타임의 기원이다. 역발상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예술가의 주특기다. 피에로 만초니는 자신의 배설물을 90개의 캔에 담아 금과 같은 가격으로 팔았다. 예술의 가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낮설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의자 하나를 바닥에 뒤집어 놓고 붙인 이름은 '세계인의 대좌'다. 엉덩이로 지구를 떠받친다는 역설이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미인은 늘 뚱뚱했다. 여인의 피부 면적이 넓어야 풍부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관점의 달인은 광고인이다. 광고인은 사시사철 새로운 관점이 담긴 광고를 세상에 내보낸다. 특별하되 보편적 관점이 녹아든 광고라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리(lee)청바지의 광고를 보자.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이 날씬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러면서도 옷을 살 때는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사이즈를 구입한다. 청바지는 다른 옷들과 달리 세탁기에서 나오더라도 다림질없이 입는다. 원단의 특성상 뻑뻑해서 다리를 밀어넣기 쉽지않다. 버둥대며 발끝을 올리거나 점프를 하며 허리춤을 끌어올린다. 카피라이터는 그런 여성들의 속마음을 끌어냈다. 미끄러지듯 청바지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밤 모든 미국 여성들은 리 청바지를 미끄러지듯 입을 수 있다(Tonight all american women was slipping into the lee jean)”란 헤드라인은 금전등록기를 울렸다. 광고인의 관점은 돈으로 환산되는데 늘 두 개의 관문이 버티고 있다. 의심스런 눈초리로 성과를 재촉하는 광고주와 과소비를 부추긴다고 여기는 소비자다. 광고주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소비자 앞에 나서지 못한다. 광고품평회에서 탈락이 거듭되면 승진의 대열에서 낙오한다. 눈썰미와 눈치밥으로 광고주의 입맛을 맞춰야 파트너의 자격을 얻는다. 광고주의 영광된 과제를 받아들면 소비자의 욕망이 기다린다. 시대의 흐름을 더해야 한다. 카피는 짧아야한다. 이미지는 놀라워야한다. 소비자의 머리 속에 착 달라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Just do it' 이나 아디다스의 'Impossible is nothing'도 그렇게 태어났다. 사람을 모으고 가치를 높이는 광고인의 관점력은 자본주의 혈류를 뚫는 마중물이다. 그들이 생계를 걸고 수행하는 관점력의 문장을 간과하지말라. 

 


김시래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롯데 자이언츠 마케팅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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