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팔아치우거나 끌어당기거나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팔아치우거나 끌어당기거나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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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마케팅은 마켓을 움직이는 일이다. 마켓은 어디에 있는가? 남대문시장이나 롯데백화점이 아니다. 사람의 머리 속이다. 브랜딩은 공장에서 나온 제품을 소비자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일이다. 그래서 광고카피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광고인들은 소비자의 마음 속에 뭔가 또 다른 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끌어내야 공감가는 광고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인사이트(insight)라는 말이 흘러넘쳤다. 그게 있어야 좋은 광고라고 했다. TV와 신문이 미디어의 주인공이던 시대였다. 광고만 잘 만들면 물건이 팔려 나갔다.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광고를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사람들의 손에 하루종일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속에 사는 신인류가 나타났다. 퍼포먼스와 바이럴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정보를 주고 결재까지 유도해서 물건을 직접 팔겠다는 쪽과 화제를 일으켜 댓글과 인증샷을 끌어내겠다는 쪽으로 편이 갈렸다.

첫번째부터 살펴보자. 스마트폰은 진위여부가 순식간에 구별된다. 검색과 댓글을 통해서다. 클릭 몇 번이면 비만을 막아주는지, 비타민은 얼마나 들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사은품이 뭔지, 할인되는 카드는 없는지, 언제 도착하는지, 반품은 되는지 곧바로 알 수 있다. 미사여구가 통할 리 없다. 제품의 혜택이 승패를 가른다. 소비자의 욕구를 쉽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카피가 필요하다. 비대면 세탁서비스 ‘런드리고’는 40% 수준을 넘는 1인가구 시장을 내다봤다. 2시간씩이나 시간을 잡아먹으며 빨래를 하기보다 한 달에 5만원 정도를 주고 단순노동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짧은 메시지를 던졌다. '빨래 말고 영화, 빨래 말고 쇼핑'이다. 청소도 마찬가지다. 양동이에 물을 받아 차에 뿌리던 개인세차를 세차전문업체의 대형기계가 물려 받았듯이 청소연구소라는 플랫폼 기업은 청소를 맡길 만한 사람들을 겨눈다. 그들의 카피 역시 단도직입적이다. '내집처럼 꼼꼼하게'라고 했다. 이런 류로는 패션브랜드 29CM가 독보적이다. 들어가 보시라. 아예 문장이 없다. 제품 자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제품에 정성스럽고 간략한 소개 글만 슬쩍 따라붙는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영상이 요란을 떨지 않는다. 짜내고 짜내 엑기스만 남긴 것이다.

다른 한쪽은 정반대다. 이야기의 힘이다. 스마트폰은 소비자의 반응을 끌어들이고 전파시킨다. 댓글과 인증샷을 통해서다. 그러자면 뭔가 사건을 만들어야 한다. 뉴스를 만들어 소비자를 홍보의 전도사로 쓰기 위해서다. 언더아머의 광고 캠페인을 보자. 그들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반열에 들기 위해 와일드한 이미지를 과도하게 내세웠다. 쌓이다보니 남자들만 사용할 것 같았다. 여성들의 호감을 끌어내는 캠페인이 필요했다. 어떻게 했을까? '여자분도 우리 브랜드를 많이 사용합니다.'라고 했을까? 그런 일방적 주장이 아니였다. 입체적인 사건을 만들어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스타트는 발레리나였다. 미스티 코플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13살의 그녀는 발레 아카데미에 불합격했다. 신체 구조도 발레에 적합하지 않고, 발레를 시작하기엔 나이가 많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녀는 화려한 테크닉과 연기를 위해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발레리나로선 드문 흑인이었다.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불을 붙인 두 번째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여성 복서로 나선 인물은 놀랍게도 지젤 번천이었다. 지젤은 은퇴했지만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패션 모델이었다. 그녀가 권투를 하며 거칠게 샌드백을 치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죠. 그것은 바로 쟁취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라는 카피가 붙었다.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았고 퍼날랐다. 이 캠페인은 단지 운동선수를 소재로 하는 영상이 아니었다. 여성의 역할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건드렸다. 마침내 언더아머는 스포츠웨어브랜드 2위로 올라섰다.

하나 더 보자. 볼보다. 그들의 사건은 광고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슈퍼볼 경기 중에 일어났다. 비용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생각끝에 그들은 다른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자신들의 브랜드로 가져오기로 했다. 다른 자동차 회사의 광고가 나올 때마다 시청자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트윗멘션으로 작성해서 볼보해시태그를 달아 보내면 경품 행사에 참여시켰다. 맙소사! 상대방의 관심을 내 것으로 훔친 것이다. 렉서스와 벤츠의 광고가 나올 때마다 트위터엔 볼보의 해시태그로 가득 찼다.

정리해보자. 디지털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광고가 있다. 고객의 혜택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사건을 만들거나. 어느 쪽이든 사람이 개를 물어야 한다. 뉴스가 되야 발이 달려 세상 곳곳으로 순식간에 퍼져가기 때문이다.

 


김시래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롯데 자이언츠 마케팅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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