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제품을 움직이는 말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제품을 움직이는 말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6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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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위로를 주제로 한 두곡의 노래가 있다. 차이를 비교해보라.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이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이하이/한숨)"

"지저귀는 저기 하늘 아래 새들과 바다에 부서지던 태양의 빛 저기 저 높은 언덕너머 날 기다리던 엄마의 품으로 후회와 눈물로 더렵혀진 나약한 아들의 귓가에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가 우리도 나무처럼 죽음같은 일년 긴 잠을 자다가 깨어났을때 즈음 푸르른 새 잎사귀와 분홍빛 꽃을 다시 새로운 시작(정준일/새겨울)" 

앞 곡의 가사는 쉽고 분명해서 편안한데 뒤의 것은 내용이 비비꼬여 무슨 메시지인지 선명하지 않다. 비유가 심하면 메시지가 안개속으로 숨고만다. 의미가 흐려지고 줄거리는 몽롱해진다. 심해지면 읽던 책이 수면제로 변한다. 의사의 처방전처럼 전문 용어가 주인공처럼 자주 등장하는 글도 마찬가지다. 고립을 자초해서 책장속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펴 낸 부처와 예수의 화법을 들여다보라. 대중의 소질과 근기에 따라 설법의 내용을 달리한 부처나 예수가 유머와 반전을 가미한 스토리텔링식 설교를 펼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실력있는 프레젠터일수록 저자 거리의 언어로 설교한다.

글과 말의 기본은 전달력이기 때문이다. 속내를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설수 없듯 글도 쉬워야 이해되고 이해되야 선호가 생긴다. "모든 민원은 인터넷에서 처리가 가능해집니다"라고 말하지말라. "이제부터 동사무소에 오지 않고 집에서 주민등록증을 뗄 수 있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1년 후에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이20%"라고 적지말라. "이번에 취업한 사람 5명 중 한 명이 1년 안에 그만둡니다."라고 전달해라.

쉽게 써라. 생각을 돌리지말라. 마음에서 흘러나오는대로 손은 따라 가라. 친구에게 건네는 편지처럼 툭툭써내려가라. 

글을 말로 바꿀 때는 생각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정서적 유대감의 시대다. 감정을 끌어내는 단어나 어휘를 적절히 활용해라.

어떤 브랜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한다고 가정하자. 대부분은 "이 브랜드는 이런 장점도 있고 저런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이런 좋은 평가도 있고 저런 나쁜 평가도 있습니다." 라며 분석의 예리함을 강조 할 것이다. 감정의 언어로 바꿔주면 좀 더 설득적으로 변한다. "이 브랜드는 이런 점도 좋고, 저런 점도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결정적 단점이 하나 발견됐습니다." 

어떤가?  전하는 바는 똑같다. 하지만 하나는 뉴스고 하나는 드라마다. 전쟁에 다리가 무너지든 태풍에 집채가 쓸려가든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그 일이 벌어진 시간이나 장소, 피해의 규모가 아니다. 그 속에 숨겨진 사람들의 스토리다. 사실을 나열하지 말라. 사실을 사건으로 만들어라. 희노애락을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라. 전설적 카피라이터 헬 스테빈스도 이렇게 말했다. "다른 모든 것은 잊어도 좋다. 이것만은 잊지말자. 제품을 움직이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Photo by Ana Tavar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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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롯데 자이언츠 마케팅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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