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유레카의 발상력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유레카의 발상력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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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스캠퍼(Scamper)는 알렉스 오즈본(Alex Osborn)이 고안한 창의적 발상 기법이다. 결합하고 제거하고 나누고 가정하는 7가지 방법이다.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를 보자. 이곳은 식사에 빨리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결합했다. 불필요한 요소는 제거한다. 피카소의 '황소'는 세세한 윤곽선을 제거해서 단순한 형태만 남겼다. 존 케이지의 '4분 30초' 는 아예 연주를 하지 않고 퇴장한다. 관객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소리를 없앴다. 편을 나누기도 한다. 삼성과 LG의 TV는 백라이트가 있느냐 스스로 발광하느냐를 가지고 서로 치고 받는다. 가정법은 있지도 않을 상황을 끌어들여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포스코는 만약에 철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가정했다. 토대가 사라지면 나머지는 무용지물이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카피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쌀을 소비하라는 광고에 반찬이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만약에 밥도둑이라는 명란과 간장게장을 먹는다면 어디에 초점이 맞춰질지 생각해보라. 얌전한 고양이가 나무 아래에 있고 맹견들이 나무 위에서 피신하고 있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 고양지 사료광고다. 고양이가 엄청난 고단백질의 사료를 먹고 힘이 세졌다는 뜻이다.  

평생을 발상을 통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했다. 기억을 되살려 네 가지로 정리했다. 투사와 상징과 역접과 통섭의 네 가지 유형이 있었다.

첫 번째는 개별 투사법이다. 각각의 나무를 살펴 숲을 그리는 방법이다. 화가처럼 조금 떨어져서 봐야 전모가 드러난다. 미백 효과가 탁월한 치약으로 닦은 이를 멀리서 보면 어두운 밤길 자동차 헤트라이트처럼 보일 것이다. 커피 광고에 왜 Z가 무수히 새겨져 있을까? Z는 잠을 뜻하는 알파벳 기호다. 카페인이 없으니 드르렁 드르렁 깊은 잠을 잘 수 있다는 표현이다. 형사 콜롬보의 예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상징 대체법이다. 알리고 싶은 속성과 유사한 상징물을 찾아 자리를 바꿔라. '물새가 긴 외 다리로 서 있네. 물새가 졸리운 옆 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라는 시를 보자. 작가는 늙어가는 자신의 처지를 물새에 투영한다. 강아지가 수영을 하고 있다. 편안해 보이지만, 물속에서 네 다리는 정신없이 젓고 있을 것이다. 4륜 구동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일본의 자동차 광고다. 레고 광고엔 시카고의 유명한 건물이 등장한다. 광고의 슬로건은 벽돌의 힘(the power of brick)이다. 창의성을 키우는 레고를 사주라는 뜻이다. 사물의 본래 용도나 기능을 이탈시켜 새로운 상징을 만드는 전치(Displacement)라는 기법도 이 유형에 속한다. 용도가 바뀌면 새로운 용도와 기능이 탄생한다. 훌라후프는 허리를 돌리는 운동기구다. 반으로 잘라서 세우면 비닐하우스의 지지대로 쓸 수 있다. 리바이스 청바지는 원래 군용 천막이었다. 여기에 단추를 달아 그 유명한 501 청바지를 만들었다. 고정 관념에서 깨어나고 인문적 소양이 갖춰져야 대체물이 풍부해질 것이다.

세 번째는 역발상이다. 보편적인 생각의 반대 쪽에서 해답을 구한다. 마크 퀸의 ‘셀프’라는 작품은 자신의 몸에 흐르는 혈액을 사용해서 두상을 조각했다. 아름다움의 반대편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하비 니콜라스 백화점의 세일 광고는 목과 다리에 긁힌 상처를 보여준다. 사람이 몰려들어 사재기를 했다는 뜻이다. 아이가 옷을 더럽히면 엄마는 짜증난다. 호주의 세탁세제회사 OMO는 역발상했다. ‘더러운 것이 좋은 것’이라는 역설적 카피를 달았다. 아이는 신나게 뛰어 놀아야 한다. 나이키의 경쟁자를 아디다스나 언더아머로 보면 새로운 관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이키는 리더다. 카테고리를 지켜야 한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있는 사람과 경쟁해야 한다. ‘나이키의 적은 닌텐도다’ 라는 말은 그렇게 나왔다.

마지막은 통섭법이다. 디지털 테크를 활용하여 고객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기술이다. 누구나의 손에 들려진 스마트폰을 활용해야 한다. 바나나맛 우유 광고를 할 때 가장 효과를 본 것은 영상광고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바나나맛 우유 패키지였다. 인파가 몰리는 코엑스 앞에 사람 두배 크기의 우유병을 세웠다.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어 블로그나 인스타에 올렸다. 인증샷과 댓글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디지털 시대의 구전효과는 고객의 입이 아니다. 스마트폰이다. 사건의 콘텐츠와 확산의 플랫폼을 구축해라. 당신의 아이디어는 뉴스가 되야 한다. 창의적 발상의 본질은 시대가 변해도 불변한다. 당신의 열정과 당신의 결합력이다. 포도와 시간을 더하면 와인이 되고 병장과 대장을 더하면 충성이 된다. 용감한 결합을 시도해라. 눈덩이처럼 세상을 키워가는 당신의 상상력을 기대해본다.

 


김시래 동서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객원교수, 롯데자이언츠 마케팅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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