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어른의 자격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어른의 자격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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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an Cant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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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153은 호텔의 인력난을 해결하는 구인구직플랫폼이다. 최근 제주와 여수의 한 호텔과 협약을 맺고 대학생들을 보내 일과 휴양을 경험케했다. 행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장학금도 준다. 학생들이 돌아오는 날 식사를 대접하며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강의도 한다.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경험이 세상살이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비가 퍼붓는 날 충무로에서 우연히 동국대학교 제자 진명준을 만났다. 그는 학교로 향하는 골목길에 위치한 '집시포차'의 어엿한 주인이다. 홍어집에서 나와 2차로 들른 그 곳은 깔끔하고 저렴해서 손님들로 가득했다. 후배들과 함께 일하고 동문들이 많이 찾아와 순항 중이라며 홍대 앞에도 분점이 있다고 했다. 선한 웃음과 함께 직접 조리한 계란탕을 내놓으며 많은 걸 배웠다는 말을 따뜻하게 전해주었다.

박가은은 성균관대 사내 방송국의 국장이다. 한 학기내내 모자를 눌러 쓰고 쏘는 듯한 눈매로 수업에 열중했었다. 그녀가 보낸 메일은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힘을 키우는 방법을 영상콘텐츠로 만들어 전하면 어떻겠느냐는 요청이었다. 녹화를 마친 후 받은 선물은 작은 케익이였다. 그 안에 여성용 시계가 들어있었다. 아내에게 주는 선물인 줄 알았다. 감사의 문자에 돌아온 답장은 진땀 흘리는 이모티콘이였다. 케익을 포장하다 본인의 시계가 잘못 풀려 따라 들어간 것이였다. 그래서 우린 더 친해졌다.

경기대학교 4학년 천세형은 디지털 광고대행사 애드쿠아의 카피라이터에 합격했다. 유니크한 관점에 디자인 감각까지 갖춰 크리에이터의 잠재력이 보이던 학생이였다. 한밤 중에 공모전에 출품한 아이디어를 봐달라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더니 드디어 자기 길을 찾았다. 고객의 혜택을 간결하면서도 자연스런 문장으로 전달하는 디지털 시대의 문장력을 익힌다면 단단한 기본기가 될 것이다.

김대엽은 동서대학교 4학년이다. 몇 몇 동료와 함께 레드닷, 클리오, 칸 등 세계의 유명광고제에서 20개가 넘는 광고상을 거머쥐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프로 광고인들 못지 않다. 디지털 테크를 가미해서 생활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솔루션들이다. 요즘 그들과 함께 롯데자이언츠의 구장을 찾는 부산 팬들을 위한 홍보 영상을 만들고 있다. 롯데자이언츠측에서 지역의 우수한 젊은이들과 협력하는 상생의 홍보 플랫폼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들의 재능에 피와 살을 보태는 실전 경험을 안겨 줄 것이다. 디지털 세상의 무대는 책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그 곳에 자기 길을 열어가려는 젊은이들이 있다. 고군분투하는 그들에게 등을 내줘 서게 하는 자가 어른이다. 그나저나 이 학생들을 발굴하고 조련한 류도상 교수도 제일기획의 동료였다. 혈기방장의 내 성정을 받아들여 곧게 펴 준 선배다. 인연은 또 있다. 광고적인 재미도 좋지만 팬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눈다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며 씩씩함과 단호함으로 이 프로젝트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배선유 매니저다. 그녀도 현재 재직 중인 성균관대학교 학생이었다.

일 속에 사람이 있다. 운칠기삼이란 말도 자신의 능력에 사람의 인연을 더하라는 뜻일게다.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시래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롯데 자이언츠 마케팅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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