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콘텐츠의 생산자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콘텐츠의 생산자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2.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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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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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경기도 지역화폐 소비촉진 마케팅 지원 우수업체 선정"을 위한 심사가 있었다. 코로나 기간 중 소비 진작을 위해 지역 상권에 지원금을 나눠줘서 현수막과 포스터를 걸고 경품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참여한 36개 상권의 결과보고서를 평가해서 판매 아이디어가 우수한 4개팀을 선정한 것이다. 아이디어는 대개 비슷했지만 특별한 아이디어로 의미있는 성과를 보인 곳도 있었다. 지역 내 흩어진 상점과 관광지를 손수건 위에 멋스러운 지도를 만들어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나눠주거나 상점의 출입문 옆에 LED전광판을 설치해서 야간홍보 효과를 거두거나, 지역상권내 젊은 층의 온라인 광고를 통해 바 이럴 효과를 거둔 시도가 그것이다. 경품으로 주던 수건이나 화분이 사라지고 텀블러나 마스크 등으로 트렌드를 접목시키려고 애쓴 노력도 눈에 띄였다. 주목한 부분은 우수업체로 선정된 한 담당자의 소감이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디어는 시장을 오가는 손님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유심히 들고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마케팅의 정답은 소비자의 마음 속이다.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해결책은 그들의 마음속에 있다. 맛 집과 볼거리가 그려진 손수건을 만들어 친절한 미소와 함께 선물한 담당자도 그저 그걸 따른 것이다. 창의성은 지능이 아니다. 성격이고 습관이다. 일상의 관찰력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기술이 사람의 영역을 대신하는 시대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가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조합해서 솔루션의 대안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결과를 선택하고 조절하고 활용하는 것은 사람의 능력이다. 빅 데이터도 수많은 데이터에서 추출된 가장 정교한 값이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다. 게다가 다양한 콘텐츠와 수많은 접점이 결합되고 파생되는 디지털 세상은 인간을 하루가 다르게 변화무쌍의 가변적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고정된 이론은 사라졌다. 현장과 실전에서 입증된 사례가 정설이 된다. 도처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분석해서 대응하려면 일상의 관찰력은 필수적이다. 

어느 날 번쩍하고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하는 부류가 있다. ‘갑자기’ 떠오르는 빅 아이디어는 없다. 관찰의 습관이 한줄기 가능성을 발견한 순간이다. 그들이 퇴근길이나 잠자리에서 발견했다는 관찰의 결과는 단지 바라보는 것(see, look, glance)이 아니다. 어떻게,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는 탐색(observation)의 결과다. 의도된 열정을 바탕으로 대상의 전모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다. 말하자면 피사체를 단순하게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아니다. 한줌의 데이터와 정보도 놓치지 않는 현미경의 디테일과 벌어진 현상과 이후의 변화까지 총체적으로 예측하는 망원경의 통찰력이 결합되고 반복되어 버릇처럼 반영되는 순간이다. 그 결과로 얻는 새로운 관점은 복권이 아니다. 저축한 만큼 찾아서 쓰는 예금이다. 필요한 때에 찾아 쓰려면 평소에 쌓아두어야 한다. 생활을 관찰력을 배우는 교실로 만들어라. 매일 마주치는 사건과 사람들을 선생으로 생각하라. 

관찰 자체는 솔루션이 아니다. 통찰로 이어져 설득력을 지닌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되야한다. 맥락전환의 힘은 어떻게 생길까? 정보는 넘치고 선택의 가짓수는 증가하고 있다. 당신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빠른 시간내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평범이나 식상함 속으로 빠져드는 위기는 이 때 찾아든다. 자신의 예측과 일치하는 데이터를 발견하면 조급함에 빠져 평소의 생각대로,다수의 생각대로 결론을 내린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의 근육이 부실해져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 갇히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가을'하면 '낙엽'이나 '독서'가 떠오르는 것이다. 쉽고 편안하게 떠오른 생각을 경계해라. 생활 속에서 퇴적된 생각과 경험을 한 방울씩 정제시키며 상식의 반대편으로 가라. 당신만의 이야기가 빛을 발휘할 순간이다. 당신이 학생이거나 샐러리맨이면 가을은 '미아리 점집'이다. 합격과 승진의 순간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경험은 유일무이한 당신만의 드라마다. 자신만의 이력은 새로운 관점의 보고다. 한가지 보탤 것이 있다. 음식 맛의 비결은 뭐니 해도 신선한 식 재료다. 당신이 보탤 이야기도 그래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위대한 진리는 단순하다. 행복해지려면 행복한 사람 곁으로 가면 된다. 관점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관점과 만나라. 새로운 분야의 책을 뽑아 들고 낮 선 풍경으로 떠나라. 관찰이 습관이 되면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자격이 주어진다. 글을 읽다가 글을 쓰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 변방에서 기웃거리지 말라.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라. 당신의 SNS를 일상의 관점노트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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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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