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58년의 경력자가 전하는 말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58년의 경력자가 전하는 말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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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 나영석, 오영수 (출처 SM C&C, 나무위키, 넷플릭스)
전현무, 나영석, 오영수 (출처 SM C&C, 나무위키, 넷플릭스)

전현무(44)는 몸이 열개라도 바쁘다. 그가 몰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빨리 끝내야 몸이 덜 피곤해져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출연자에게 재미있는 답변을 유도하는 비결을 '빙의'라고 설명했다. 주제가 ‘꽃꽃이’라면 자신이 플로리스트가 되려는 백화점 문화센터의 수강생이 되어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 듣는 사람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질문이 쏟아진다. 그는 얇지만 넓은 지식을 원한다. 사회자가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테디셀러보다 베스트셀러를 읽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짚어낸다. 그는 중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한류 예능이 뜰텐데 그들의 언어로 방송을 해야 그들의 존경을 얻는다고 믿는다. 열정에 예지력을 더했으니  생명이 길 것이다. 

나영석(45)은 관찰예능 프로그램의 대표 연출가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윤식당' 등을 준비하며 작가와 스태프의 의견을 빠짐없이 듣는다. 어떤 것에도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론이 빠르면 너무 뻔한 길로 들어섰다고 생각해서 다시 고민한다. 그가 연차가 낮은 친구들의 생각을 듣는 방법은 독특하다. 이들은 자기 생각에 자신이 없어 의견을 내놓기 망설인다. 그래서 평소에 각각의 취향이나 성격을 파악한 후 그 방면의 대변자로 삼아 질문하면 술술 답변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삶의 일상적인 순간을 중시한다. 설거지같은 장면이다. 삶의 진실은 매일 반복되는 지루하고 힘든 순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비범함은 일상의 평범함에서 비롯된다. 

오영수(77)는 58년 경력을 가진 늦깍이 스타다. '깐부'라는 유행어로 치킨업체의 모델 제의가 왔으나 거절했다. 신뢰와 배신을 의미하는 원 뜻과 통하지 않는데 이름이 같다고 출연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느릿느릿한 발성으로 연기한다. 생각을 먼저 하고 말을 꺼내면 말과 말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의 언어를 끄집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연기관은 그가 전한 ‘나그네와 꽃’의 비유에서 드러났다. 예쁜 꽃을 보면 젊은이는 꽃을 꺾고, 중년은 꽃을 캐서 정원에 심는데 경지에 이른 사람은 그냥 두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금의 성공이 한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잠시 물러서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는 자기자신의 이유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시대의 주인공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열정과 공감능력, 진지한 태도는 시대를 불문한다. 유녹화홍(柳綠花紅),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 가을이 지나면 눈 내리는 겨울이 온다. 약동의 계절을 준비하는 자연의 변치않는 모습이다. 우리도 걸어왔듯이 걸어가자. 흐름에 몸을 맡기되 중심은 지키면서 말이다.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을 가려내는 성숙의 시간이 오고있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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