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메타버스 : 좋은 아이디어는 메타버스의 세계보다 크다

광고와 메타버스 : 좋은 아이디어는 메타버스의 세계보다 크다

  • 위정호
  • 승인 2021.07.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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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항상 시대를 앞서가는 문화나 기술에 뒤처지기 싫게 마련이다.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의 세상이 도래하며, 실제로 이 방향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틀린 추측은 아닌 듯하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소셜’한 부분과, 그들이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인터랙티브’한 요소가 기술적으로 결합해 요즘같이 ‘부캐’가 유행인 시대에 큰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으니 광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을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새 기술과 문화에 대한 ‘촉’은 살아 있어야 하지만…

필자도 몇 년 전 BBDO에서 일하던 당시 페이스북에서 오큘러스(Oculus) 초기 모델을 들고 방문했기에 그것을 사용해 본 후 가상공간의 세계가 결국 게임업계를 휩쓸 것이라 예상했는데, 지금 그 발전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듯하다. 최근에 결국 개인적으로도 오큘러스를 하나 장만해 캐릭터도 만들고 ‘여행’도 다녀보고 가상의 세계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스포츠 경기도 관람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이쪽에 ‘촉’이 살아 있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은 필수다. 또한 광고주가 이런 부분에 대해 해박하고 먼저 언급까지 해준다면 땡큐다.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기획 쪽에서 광고주가 그런 문화나 기술에만 탐닉해 너무 끌려가지 않도록 잘 컨트롤해준다면 최고의 환경이다.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의 세상은 분명 앞으로 더욱 크게 커나갈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광고계에서도 그러한 류의 광고들이 적게나마 나오고는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우리는 가상이 아닌 ‘찐’ 현실에 살고 있다. 냉정하게 크리에이티브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곁눈으로 인지는 하고 있되 가장 중요한 가치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소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로블록스가 일으킨 일을 과연 당신이 맡고 있는 브랜드에 적용시키는 것이 맞는가? 그것은 반드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책을 디자인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에게 물어야 할 첫 질문은 “이게 반드시 책이어야 합니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잠깐의 순간’에만 마케팅이 된다면… 

순간의 문화에 경도돼 그에 맞춰 내 브랜드를 ‘블록’에 끼워 맞추기를 한다면 그 잠깐의 순간에만 마케팅이 되고 그 이상 나아가기는 어렵다. 지금 유행하는 쇼, 지금 인기 있는 드라마의 배우를 활용한 광고는 그것을 아무리 게임 상의 메타버스에 끼워 넣는다 해도 그냥 지금 잠깐 재미있을 뿐이다. 그런데 많은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들이 이쪽에 유혹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내가 속해 있는 시장에서 ‘그 기술력을 이용한 첫 광고’를 만든다면 그 자체로 여러 광고제에 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

맥켄 런던(McCann London)에서 만든 ‘게임 투어리즘의 탄생(The Birth of Gaming Tourism)’은 엑스박스(Xbox) 게임기에서의 수많은 가상 게임공간들이 워낙 아름답고 멋있게 꾸며져 그 자체를 여행지로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친구들과 함께 여행 다닐 수 있다. 아이디어 자체는 꽤 좋지만 이 역시 이제 오큘러스 같은 VR 테크놀로지가 접목되는 순간 오히려 오큘러스에게 더 맞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광고는…

물론 그런 순간의 문화와 기술을 단타성으로 활용해도 좋은 경우들이 있다. 말 그대로 ‘기술’과 ‘소셜’한 부분이 결합하는 지점들이 한 예가 될 수 있을 텐데, 그 몇 가지 경우를 소개한다.

 

LIFERUN

적십자와 포트나이트 게임을 결합시킨 ‘원더맨 톰프슨(Wunderman Thompson)의 ’라이프런(LIFERUN).’ 올해 칸광고제 혁신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는 이 게임은 세계의 이슈에 대한 적십자의 노력을 젊은 세대들에게 소구하기 위해 아마추어인 일반인 게임 설계자들과 함께 ‘목숨을 구하는’ 미션을 만들어 배포했다. 사이버 전쟁터에서 열심히 싸우면서 실제 전쟁터에는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적십자의 미션과 필요성을 알린 것이다.

 

The Uncensored Library

DDB 베를린이 국경없는기자회를 위해 만든 ‘검열 없는 도서관(The Uncensored Library)’은 마인크래프트의 메타버스를 활용해 검열이 없는 진정한 언론 자유의 세계를 창조해냈다. 5개월간 계획하고 3개월간 제작해 만든 이 거대한 도서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보도하고 싶은, 밝히고 싶은 사건들을 기록해 보관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마인크래프트 내에서의 책에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Stevenage Challenge

버거킹의 ‘스트븐에이지 챌린지(Stevenage Challenge)’ 캠페인은 메타버스의 거대한 가상현실 혹은 공간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보다 훨씬 단면적인 가상현실의 세계에서도 충분히 기발한 아이디어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버거킹은 스트븐에이지 챌린지라는 영국 4부 리그 축구팀의 실제 스폰서를 자처해 유니폼에 로고를 부착하고, 가상의 게임에서 승리할 경우 햄버거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유저들은 너도나도 스트븐에이지 챌린지를 자신의 팀으로 설정하고, 메시·호날두·음바페 같은 유명 선수들을 채워 넣으며 호응함으로써 버거킹과 스트븐에이지 챌린지 모두에게 그 효과를 선사했다. 

 

가장 용감하고 현명한 광고회사라면…

위의 사례들처럼 분명 아이디어에 따라, 브랜드에 따라 메타버스를 활용한 광고가 통히는 순간들이 있다. 메타버스의 세계는 굉장히 크고, 세컨드라이프 게임에서처럼 그 안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게임과 접목시켜 알릴 수 있다면 당연히 시도할만한 선택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브랜드가 몇이나 되는가? (이미 수많은 브랜드들이 세컨드라이프에서 한 것처럼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섬’들을 만들었으니 단순히 그 정도로는 창의적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클라이언트들은 자신들의 브랜드가 여기에 맞는 브랜드인지부터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 소셜이나 디지털 부분을 국소적으로 떼어내 이런 기술과 문화에 접목시켜 단타성으로 공략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그마저도 어려운 브랜드라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에 대해 가장 빠르고 현명하게 조언해 줄 수 있는 것이 가장 용감하고 현명한 광고회사의 모습이 아닐까. 

단타성의 기술이나 ‘한순간 히트친’ 문화에 끌려가는 것보다 더 긴 것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정호 DDB New York ACD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디애드>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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