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큼이나 아쉬웠던 슈퍼볼 광고들
경기만큼이나 아쉬웠던 슈퍼볼 광고들
  • 박재항
  • 승인 2019.02.07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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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간으로 2월 3일 53회 슈퍼볼이 열렸다. 역대급으로 재미가 없었던 슈퍼볼이란 평이 나왔다. 미식축구에 관심이 없는 나의 처까지도 ‘양 팀 합쳐서 터치다운 1개가 대체 뭐야’라고 푸념을 할 정도로 점수가 나지 않아 맹맹했다. 40이 넘은 쿼터백 제임스 브래디가 쿼터백으로 여섯 번째 슈퍼볼 반지를 끼는 최초의 선수가 되었으나, 그리 감격스러워 보이지도 보는 사람들의 표정도 감동적이지 않았다. 경기가 그래서인지 슈퍼볼 광고들도 예전보다 내게는 확실히 수준이 떨어지게 느껴졌다. 특히 멋진 ‘반전(反轉)’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별로 눈에 띠지 않았다. 그래도 반전을 염두에 둔 것들이 몇 편 있기는 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광고들이 꽤 눈에 띠었다. 인간과 대비시키며 모종의 반전을 꾀했지만, 모두들 좀 아쉬웠다.

세금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터보택스(TurboTax)는 로봇아이(RoboChild)가 잠을 청하는 인간 아버지에게 치대는 모습을 그리며, 로봇이 아직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감정을 알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나타낸다.

미켈롭 맥주 광고의 로봇은 사람이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운동 실력을 뽐내지만, 술집에서 잔을 부딪치며 미켈롭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그런 감정을 지니지 못해 함께 할 수 없음에 좌절한다. 다양한 종류의 프링글로 가기 다른 순서로 쌓을 수 있는 조합의 수를 단번에 맞추는 인공지능 스피커지만, 그 맛있는 프링글을 잡을 수도, 쌓을 수도 먹을 수도 없다. 아무리 로봇이 판을 쳐도, 미켈롭이나 프링글을 즐길 수 없으니, 인간임을 기뻐하라는 메시지는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만 얕다.

아마존은 자신의 AI스피커인 알렉사가 전자렌지를 작동시키는 정도는 잘하지만, 음성 인식에 이상하게 반응하는 모습들을 연달아 보여준다. 칫솔질을 하며 팟캐스트가 재생되게 하고, 개 목소리에 반응하여 주문을 마구 넣고, 우주선에서의 명령에 반응하여 지구 전체의 불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자신 제품의 약점들을 보여주며 더욱 노력하겠다는 마치 ‘우리는 2등입니다’를 말한 렌트카 애비스(Avis)의 광고를 연상시키는 반전을 깔고 들어갔다. 그런데 스토리상의 반전보다는 갑자기 나타난 개와 다투는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와, 계속 더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주려고 튼 록그룹 퀸(Queen)의 히트곡인 ‘Don’t stop me now’가 차라리 더 인상적으로 반전의 느낌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꼽은 이번 슈퍼볼 광고 중 최고의 반전을 선보인 건 버드와이저였다. 시작하면서 잘 생긴 달마시안처럼 생긴 개가 화면을 꽉 채우며 나타난다. 힘 있지만 부드러운 미국 중부 평원의 바람이 양쪽 귀를 펄럭이게 한다. 카메라가 빠지면서 보이 그는 버드와이저의 클라이즈데일 종 말 여덟 마리가 끄는 마차에 실린 맥주 통위에서 바람을 음미하며 뽐내고 있는 듯 보인다. 버드와이저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게 ‘60년대 저항의 상징과도 역할을 했던 밥 딜런의 불후의 명곡인 ’Blown in the Win(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예의 버드와이저 클라이즈데일 마차는 계속 밝은 햇빛 아래 바람 부는 평원 길로 맥주를 싣고 간다. ’버드와이저 이 친구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라는 의문이 들던 시점에 멀리 풍력발전기 날개들이 보인다. 그리고 카피가 화면 중앙에 뜬다.

WIND NEVER FELT BETTER

NOW BREWED WITH WIND POWER

FOR A BETTER TOMORROW

‘최고의 바람’에 의한 ‘풍력 전기를 이용하여 양조’해 ‘보다 좋은 내일’을 만들어 환경에 기여한다는 환경 친화 맥주와 브랜드로 버드와이저를 내세우고 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메시지였다. 기존 클라이즈데일을 내세웠던 버드와이저와 연결된 듯하면서도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갔다. 버드와이저로서는 의미 있는 반전의 고고성을 올렸다. 그 클라이즈데일이 어디로 갈지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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