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mZ’ 어느 X세대 팀장의 러브레터

‘사랑해요 mZ’ 어느 X세대 팀장의 러브레터

  • 김경석
  • 승인 2022.05.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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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글은 X세대가 mZ세대와 가장 잘 통할 수 있다는 거대한 망상임을 미리 밝혀둔다. 이런 착각, 오늘 아니면 못 할 거 같아서 용기를 낸다. 

들어가기에 앞서 

  • X세대는 1969년부터 70년대 태생을 말하는데, 범위가 너무 느슨하다. 코어 X세대는 1974년부터 1979년까지라고 감히 주장한다. 그리고 제발 영포티같은 수사는 붙이지 말자. 닭살이다. 
  • MZ세대 중 전기에 해당하는 1982~1989년생은 해당 그룹에서 과감히 들어냈다. 기성세대에 이미 편입된 이들을 제외해야 코어 MZ세대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 1990년대에 태어난 2030을 콕 짚어 MZ와는 다르게 스몰mZ세대라 부르기로 했다(내 맘이다).

X세대의 탄생은 참으로 요란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개인주의 세대. 그러나 사회에 진출했을 땐, 하아... 변한 건 그들밖에 없었다. 586의 연대와 ‘까라면 까’ 행태에 기가 죽었다. 턱까지 차오르는 진보한 생각들은 현실에선 그저 착각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윗세대의 틀에 맞춰 자신에게 정을 치고 신경을 무디게 만들었다. 그래야 살 수 있었으니까.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는 IMF 파고에 밀려 생존 의지로 전환해야 했다. 가장 임팩트 있었던 세대가 엄혹한 현실에 투항해 해파리처럼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만 것이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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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20년이라는 간극에도 X세대는 mZ가 반갑다

그런데 요즘 X세대가 반짝반짝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mZ를 노린 프로모션에 그들이 어느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숨겨져 있던 X세대의 본성이 마침내 발현! 뒤늦게 말문이 트였다. 13년 전 구상이 최근에야 빛을 본 <오징어 게임>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20년이라는 간극에도 X세대는 mZ가 낯설지 않고 반갑기만 하다. 현실 앞에 무너졌던 꿈을 mZ가 이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왠지 모를 동질감 때문이다. 

X세대와 mZ는 모두 개인주의와 자본주의의 틀에서 태어났다. mZ의 ‘공정’ 화두도 지금에서 대두됐을 뿐이지 X세대가 ‘먹고사니즘’에 파묻히지 않았더라면 앞서 주장했을지 모른다. 

이제, X세대가 이루지 못한 ‘공정’을 mZ가 담대하게 외치고 있다. 애사심은 돈에서 나온다며 부당한 성과급에 목소리를 내고, 입사 4년 차에 노조를 설립하여 갑을 공개 저격하는 등 절대 침묵하지 않는다. 

‘시대가 앞길을 막았다’라는 내 핑계가 부끄러울 정도로 그들은 거침없이 해낸다. 

 

귀가 열리니 통역(?) 없이도 말이 통했다

이런 mZ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나는 X세대가 mZ와 가장 잘 통하리라는 믿음으로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려 그들과 마주하기로 했다. 윗세대에 길든 뇌 구조와 상명하복 시스템을 끄고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고난의 역사는 접어두자.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세대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말이다. 

지금까지 4명의 mZ와 함께 했다. 처음엔 내 이야기만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귀를 열었다. 귀가 열리니 통역(?) 없이도 말이 통했다. 그들은 금세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mZ와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무엇일까? 나는 그들이 굳이 용기를 내지 않아도 질문과 협의를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X세대는 그런 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다. 

mZ인 SO아트는 본인의 자질을 의심하는 버릇이 있었다. 다른 조직에서 입은 상처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내면의 불덩이를 애써 누르곤 했다. 나는 그 친구가 장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성장점을 자극했고 작은 성취의 반복을 통해 목소리를 키울 수 있게 도왔다. 그러자 숨어있던 잠재력이 폭발해 생각이 말로, 행동으로, 좋은 작품으로 이어졌다. 

SO아트도 빠르게 성장했고 더불어 나도 괜찮은 팀장이 됐다. 그런데 결심도 빠른 mZ는 더 좋을 것 같은 곳을 찾아 빛의 속도로 이직했다. ㅜㅜ 통할만 하면, 일 할만 하면 떠난다.(어흙)

그런데 며칠 전 SO가 깨톡으로 SOS를 친다. 다른 팀에 배속된 후 넘사벽을 만난 모양이다. 위계에 의해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목소리를 내면 기존 질서를 따라오라는 질책이 이어진단다. 

X세대 팀장님의 잃어버린 본성을 깨울 때다. 가장 좋은 자리에 철옹성을 쌓고, 지시를 위한 아이디어 생산에 몰두할 게 아니라 소통의 창구를 열어 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팀장도 팀원이다. 

나는 ‘츤데레’를 싫어한다 

나는 ‘츤데레’를 싫어한다. 무심한 척 툴툴, 틱틱거리다가 ‘농담이야~’ 한 마디로 대신하는 태도는 성격이 나쁜 것이지 ‘츤데레’로 포장할 게 아니다. 그냥 가스라이팅이다. 그런 태도는 전이된다. 고쳐야 한다. 

<착한 사장들이 씨가 마른 이유>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가? 온라인 커뮤니티 ‘Dogdrip’에서 시작해 널리 회자한 게시물이다. 

"A사장과 B사장이 있다. A사장은 월급 140만 원에 직원들에게 식대 7,000원을 별도로 지원했다. B사장은 식대용을 포함한 140만 원을 줬다. 그런데 B사장은 3달에 한 번씩 직원들을 불러 고급 호텔 또는 레스토랑에서 회식을 가졌다고 한다. 월급 외 한 달에 20만 원 가까운 식대를 별도로 지원해준 사장과 3달에 한 번씩 한 끼에 7-8만 원짜리 밥을 사준 사장님 중 직원들은 어떤 사람을 더 좋게 평가했을까? 

B사장이다. A사장은 7,000원짜리 밥만 사는 사람이고, B사장은 인색한데 돈 쓸 때는 화끈하게 쓰는 대인으로 말이다. B사장은 악독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직원들 경조사는 꼼꼼하게 챙겼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아홉 번 잘해주다가 한 번 못 했을 때 실망감이 큰 것처럼, 아홉 번 못 해주다가 한 번 잘해줬을 때의 감동이 크다는 것이다."

나는 A사장을 ‘공정한 사장’이라고 바꿔 부르고 싶다. 그러나 사회 분위기는 점점 B사장 쪽으로 기운다. X세대도 처음엔 A사장을 선택했을 것이다. B사장이 인정받기 시작하자 동조하고 눈을 감은 채 흘러갔을 뿐이다. 

지금 mZ세대는 B사장 ‘빨리 가고’ A사장 ‘어서 오고’ 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는 mZ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도록 지켜줘야 한다. mZ도 변화를 꿈꾸는 X세대를 만나거든 매체가 억지 창조한 거리감보다는 공감하는 마음으로 다가와 주기를 바란다. 

 

그들 곁에서 오래오래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싶다 

나는 운이 좋았다. 입사하는 mZ마다 TV에서 떠들던 과열된 이미지와는 달리 잊고 지낸 ‘내 젊은 날의 초상’ 그대로였다. 영악한 마케터들과 정치인들이 세대를 갈라서 뭔가 얻고자 하는 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나는 관대해지기로 했다. 20년 후 나라의 중추가 될 20대에게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기로 했다. 그들 곁에서 오래오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싶다. 

모 카피가 나를 두고 ‘20대에 만난 40대 친구’라 했던 것처럼 나도 그들을 ‘40대에 만난 20대 친구’로 기억하길 원한다. 

사랑해요, mZ.

 


김경석 유니기획 CR솔루션 2팀 팀장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디애드>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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