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직장인의 모험, 퇴근 후의 댄스, 대홍기획 노윤주 CⓔM

[인터뷰] 직장인의 모험, 퇴근 후의 댄스, 대홍기획 노윤주 CⓔM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2.04.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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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퇴근하고 뭐하지?’고민 말고, 모험을 해봐도 좋겠다. 복싱·승마·프리다이빙·낚시를 즐기면서 에어비앤비·팟캐스트 운영, 영화제 개최, 여행에서 만난 사람과 직장동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 세 권의 책까지 낸 에세이스트. 이렇게 즉흥적으로 살아도 그럭저럭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자칭 ‘난계발자’. 대홍기획 노윤주 CⓔM의 일하는 이야기, 노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정전기형 인간’ 노윤주입니다. 강력하진 않지만 자주 타닥거리는 정전기처럼 엄청난 추진력과 다소 부족한 뒷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유일하게 오래 하고 있는 일이 광고입니다. 대홍기획 10년차 고인물로서, 전략솔루션 3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오늘의 모험, 내일의 댄스>라는 책을 내셨어요. 어떤 책인가요. 

자기계발서가 대세인 시대에 출간된 국내 유일 ‘자기난계발서’입니다. 확실한 지향점, 뚜렷한 계획 없이 무언가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그 마음을 동력 삼아 스스로를 굉장히 난개발 또는 난계발해온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살아도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그럭저럭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남유럽에서 18명을 만난 여행 에세이 "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 일하며 얽히는 관계를 탐구한 "좋은 동료와의 대화는 동기 부여 뿜뿜", 일상 속 새로운 경험의 기록 "오늘의 모험, 내일의 댄스"
남유럽에서 18명을 만난 여행 에세이 "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 일하며 얽히는 관계를 탐구한 "좋은 동료와의 대화는 동기 부여 뿜뿜", 일상 속 새로운 경험의 기록 "오늘의 모험, 내일의 댄스"

팟캐스트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 주로 다루는 분야가 있으신지요.

대표적인 난계발 사례입니다~ㅎㅎ. 어느 밤, 영화관에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러 가서 띄엄띄엄 앉은 관객들과 함께 퀸의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공기가 따뜻해지는 기분이더라고요. 집에 왔더니 나도 목소리로 공간을 데우는 일을 해보고 싶기에 그날 밤 충동적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했어요. 다루는 주제 역시 난계발적이죠. 

처음에는 저의 첫 번째 에세이 <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는 독서 팟캐스트였는데, 그 뒤에 제가 아는 지식이나 경험을 나누는 자기계발(!) 카테고리로 이동했고, 현재는 코미디 방송을 지향합니다. 

생각날 때마다 업로드하고 있는데 마지막 업로드가 다섯 달 전입니다. 소수의 그리고 은둔의 청취자 여러분께 늘 감사드립니다.

팟캐스트 - 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
팟캐스트 - 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

‘복싱·승마·프리다이빙·낚시' 등의 취미와 더불어 ‘영화제 개최’도 하셨네요.

난계발자 옆에는 난계발자가 있게 마련인데, 영화제 개최는 그 둘의 시너지로 하게 된 일입니다. 단골 술집의 사장님이랑 “심심한데 뭐 좀 재밌는 거 없을까요?”, “이 술집 영화 보기 참 좋지 않나요?”, “한 달에 한 번 보름달 뜨는 밤에 보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수다를 떨다가 개최하게 됐어요. 준비기간 동안 가장 열심히 했던 건 영화제 이름 짓기였는데요, 사장님도 저도 이름 짓는 것에 광적인 사람이라 수십 개의 대안을 두고 고민하다가 둘 다 선댄스 영화제를 좋아해서 ‘문댄스 영화제’로 이름 붙이게 됐어요. 

첫 번째 영화는 보름달 밤에 어울리는 <E.T.>였는데, 자전거를 타고 오신 관객 분들께는 리세스 초콜릿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왜 자전거이고, 리세스 초콜릿인지 모르신다면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영화 <E.T.>를 한 번 보신다면 참 좋을 거 같습니다. 설명하기 귀찮아서가 아니고요). 

문댄스 영화제는 초반에는 매달 따박따박 개최했으나 현재는 매우 간헐적으로 운영합니다. (저의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듯이^^)

moondance 영화제

N잡러, 다양한 취미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체력 충전이 빠르고, 겁이 별로 없고, 가만히 있는 것을 진짜 못하는 성격 때문인 거 같아요. 무언가를 잘 할 때보다 ‘당장 할 때’ 더 성취감을 느끼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여러 일을 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할 수 있게 되는 듯해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하다 보면 지치게 마련인데 그럴 때 계속 그 일을 하면서 번아웃을 해결하는 건 굉장히 힘들잖아요. 물론 그 고통을 이겨내고 업적을 만들어내면 위인이 될 수 있겠지만…. 

저는 안타깝게도 범인이라서 한 가지 일에서 고통이 온다 싶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다른 일터로 옮겨가서 숨을 돌리고 옵니다. 일과 일의 공통점이 거의 없어서 경력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정신 건강과 생존을 돕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다낚시
바다낚시
승마장
승마장

하고 계신 활동들이 광고 일에 도움이나 자극이 되나요.

각 잡고 어떤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광고회사의 특성 상 워낙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일을 하고 있어서 경험과 지식이 넓고 다양할수록 나쁠 것은 없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진입장벽이 낮은 경우가 많거든요. “아, 그거요? 저도 좀 해봤는데요”라고 설레발치는 사람 있지 않나요? 바로 저예요^^

업무도 바쁘실 텐데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을 하실 수 있나요. 

광고회사를 다니면서 힘든 것은 바쁜 것보다도 ‘예측불가성’이에요. 아무리 바빠도 내가 몇 시에 퇴근을 한다, 내가 이번 주말에는 쉴 수 있다 등 예측이 가능하면 버틸 수 있는데, 퇴근하기 30분 전까지도 내가 퇴근할지 못 할지 모른다는 것이 괴로웠어요. 저연차일 때 더 심했고요. 

그래서 그때 그때 짬 날 때마다 그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언제 다시 내 시간이 올지 모르니까 기회가 생겼을 때 당장. 그것이 점심시간이든 퇴근 후 두 시간이든 주말 출근 전 반나절이든 아까워하며 알뜰하게 썼습니다. 그건 지금도 그래요.

‘멕시코에서 3주 살기’를 비롯해 유럽 여행 등의 경험이 있으신데, 쓰신 책에서는 여행 중 만난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 의미와, 그 ‘사람’을 통해 느끼신 건 무엇인가요.

여행도 큰 계획 없이 가는 편이라서 여행 후 기억에 남는 것은 지형지물보다도 오다가다 만난 사람들한테 들은 이야기들이었어요.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나의 도시와 일터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이 전복되기도 하고, 완전히 무시했던 가치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했고요. 여행을 하면서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사는데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심이 돼요. ‘여차하면 여기로 오면 되겠구나’ 그런 마음?ㅎㅎㅎ 

비유명, 비수기의 여행지일수록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남유럽에서 열여덟 명의 사람을 여행한 기록이 첫번째 책 <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예요. 새로 나온 책만 팔아야 되는데 자꾸 과거의 책까지 팔아서 죄송하네요^^ 

에어비앤비 체험
에어비앤비 체험
HFK수업- 인생 첫 카피
HFK수업- 인생 첫 카피

‘세 번 퇴사하고 네 번 입사한 18년 차 직장인’이 보는 광고인이라는 직업은 어떤 것인가요. 

자주 힘들고 가끔 재밌는 일이에요. 체계를 만들기 힘들고, 매번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일이에요. 나이가 젊다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게 아니고, 경력이 쌓인다고 쌓인 만큼 노련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능력과 관계없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취향과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는 일이에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그 아이디어가 좋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더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 일이에요. 또한 매번 경쟁하고 여러 번 지고 왜 졌는지 잘 모르겠는 일이에요. 

18년째 하다 보니 광고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광고일 하는 사람들하고 말할 때가 제일 재밌기는 해요. 이상하고 웃기거든요. 

지난해엔 직장동료와의 관계를 주제로 한 책에도 참여하셨습니다. 광고계에 계신 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

일 년의 목표를 세우기보다 매일 오는 회의 시간을 잘 지내보면 어떨까요. 옳다고 생각 들면 포기하지 말고 말해보고, 후배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보고, 상사의 말에 의심을 해보는 거 같은 거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직장생활을 더 낫게 만드는 것 같아요.

 


※ 본 인터뷰는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디애드> 인터뷰를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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